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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Jun 18. 2024

만만하니?

아니...

 근 2주일간 여름감기에  걸려있는 동안  주말 농장에 가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게으름을 부릴 핑계도 생긴 김에 가지 않았다.

한창 관심을 주어야 하던 열무도 억세 진 것만 남아 갈아엎기를 했고  상추는 공급과잉이라 귀한 줄 모르게 되었다.

감자는 물을 주지 말라하고  오이와 방울토마토가 제자리를 잡고 크는 중이라 신경 써서 물을 주는 것 말고는 크게 할 일이 없는 듯 보였다.


이게 바로 초보 농부의  자만이다.


몇십 년 농사지으신  시골어르신들이  시간만  나면 밭에 가서 엎드려 계신다는 건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눈 감고도 밭고랑을 메시는 분들이  땀으로 옷을 적시며 풀을 뽑고  예쁘게 머리 빗듯이 밭을 정돈하는 건 바로 애정일터이다.

'내 새끼 밤새 잘 잤나?'

'아픈 데는 없나?'

바로 자식을 돌보는 엄마의 마음 말이다.

밭의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로 큰다는데....


그래서

반성해 본다.

10분만 가면 되는 거리가  점점 멀게 느껴졌다.

오늘 못 가면 내일 가지 뭐...

이딴 생각을 했다.

그 내일이 며칠이 되면  며칠 안 갔다고  뭐 어떻게 되겠어?

잘 못 돼도 어쩔 수 없지...

무엇보다  농사를 만만하게 생각했다.

그저  시간을 보낼 소일거리와 재미로 생각했다.

그 결과는

상추가 나무처럼 뻣뻣해지고 꽃이 피었다.

이 모습에 놀라고 부끄러워

후다닥  윗부분을 자르고 있으니  이웃의 텃밭농부께서

그걸 왜 자르냐고 하신다.

상추대로 무슨 장아찌? 도 하고   씨를 받아서 나중에 쓰라고 하신다.

머쓱해진 나는  또 반성을 해야 한다.

나의 게으름을 들키지 않으려 상추를 해할게 아니라 살릴 방도를 먼저 생각함이 옳지 않겠나?


3주 전  배나무에 봉지를 씌우면서도  동그랗게 만들며 천천히 하라는 남편말을 무시하며 속도전을 펼친 나는

이래저래  반성할 거 투성이이다.

이번주를 반성주간으로 삼고 다시 심기일전해야겠다.


타이틀 이미지//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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