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한 유럽여행기 3

프라하는 프라하

by 가을바람

플릭스 버스를 타고 뉘른베르크에서 4시간여를 달려 프라하에 도착하였다.

뉘른베르크에서 내리던 비로 젖어있던 땅의 모습이 곧 눈으로 덮인 들판으로 바뀌었다.

유럽의 버스기사들은 휴식시간을 법적으로 철저히 지킨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한 번도 쉬지 않고 프라하의 플로렌츠 터미널에 왔다.

체코에 들어서며 옆에 앉은 작은아이가

"와! 건물이 공산주의 느낌이다."라고 해서 웃었다.

무언가 모를 소박함과 단순함이 그런 느낌을 주었나 보다.

프라하에서 3박을 할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정했다.

유럽의 오래된 건물이 그렇듯 각자 가진 짐가방을 들고 혼자서 타면 꽉 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열쇠로 문을 여는데 또 한참을 실랑이하고 무사히 짐을 풀 수 있었다.

이미 밖은 어둑어둑해졌지만 프라하는 또 야경이지 않은가?

다행히 숙소가 구도심의 관광지와 가까워 일단 카를교에 가보았다.


중세의 다리가 주는 묵직함과 다리 위 30개의 조각들에 압도되고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운치에 취해 나도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의 일원이 되어 기대하던 프라하에서의 첫 밤을 맞이했다.

그러나 하루라도 삐끗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여행인 건지 남편의 기분이 급 다운되어 추운 저녁이 더 썰렁해졌다.

아파트에서 고기를 구워 한식을 먹을 요량으로 테스코마트에서 장을 보고 왔는데 남편이 갑자기 침대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한다.

아마도 어떤 포인트에서 내 말에 참았던 화가 올라온 모양이다.

서로 말하면 다툼이 되니 늘 남편은 입을 닫는 편인데 이게 나한테는 화가 나는 포인트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낯선 일도 아니기에 아이들 기분 상할까 봐 대충 수습하고 저녁을 먹고 쉬었다.

그날밤 나는 거실의 소파에서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가져온 1인 매트를 위안 삼아 불편한 잠을 잤다.

다음다음날 스냅촬영을 예약하고 온 터라 그걸 취소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프라하는 프라하여서 다음날이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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