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쓰는 여행일기(프라하)
전날밤의 싸늘함을 애써 덮으며 프라하에서의 둘째 날을 시작했다.
여행이 만들어주는 묘한 긴장과 설렘들이 서로의 날선감정들 따위는 함부로 나서지 말라며 지그시 눌러주었다.
누룽지를 끓여 남편과 먹고 서둘러 일정슬 시작해 보았다.
화약탑 전망대에 올라 도심을 조망하고 매시간 정시에 울리는 천문시계의 인형들을 본 다음 트램을 타고 프라하성으로 갔다.
프라하성은 성 자체만 있는 게 아니라 성비투스성당과 기타 건물들을 포함한 커다란 성채단지이다.
아침부터 흐리던 날씨가 어느덧 눈과 진눈깨비로 변하며 성을 둘러보던 내내 내렸다.
유럽의 성당들이 그렇듯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더해 묵직한 느낌이 감탄을 부르는 성비투스성당을 둘러보고 이름도 낭만적인 프라하성 스타벅스에서 잠시 쉬며 충전을 했다.
전날 남편의 국경을 무시하는 깊은 삐침과 빡침(?)을 겪었던 터라 여행기간 동안 어지간한 일에는 넘어가리라 생각하며 좋은 게 좋은 거 다하고 있는데 남편의 근거 없는 촬영욕심이 우리의 발걸음에 자꾸 브레이크를 걸었다.
여행 전 갑자기 고프로를 구입한 남편이 스마트폰과 고프로로 양손촬영을 하느라 자꾸 뒤처지는 것이 정도를 더해갔다.
어떤 영상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찍고 보자는 초보 고프로사용자는 찍으면서 기능을 익히는데 파워 J형인 둘째와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예전에 성안의 장인들의 작업공간을 보존하거나 공방 겸 판매장으로 만든 황금소로를 보고 프라하성을 나왔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황금소로에 프란츠 카프카가 집필했던 공간이 있다고 하는데 그걸 놓치고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늦은 점심으로 타코를 맛있게 먹고 존레넌벽으로 향했다.
우리에게 '서울의 봄'이 아픔이듯이 체코에도 '프라하의 봄'은 낭만이 있는 아픔이다.
그걸 기억하게 하는 곳이 존 레넌 벽이 아닐까?
지금은 관광객들의 인증샷 장소가 되었지만 어두운 시대와 젊은 용기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가 낭만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좋아 보였다.
우리에게는 없는 낭만이지 않은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다시 테스코에서 고기를 사 와 남편이 구워주는 아임쏘리 고기로 저녁을 먹었다.
다음날 스냅촬영 약속이 10시이기에 팩을 하나 붙이고 조금 일찍 하루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