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결혼이라는 식상한 절차를 거쳐온 지 벌써 14년이 지났습니다.
‘결혼 생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저는 부부싸움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제 생각이 이렇게 달라지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답니다. 하지만 어느 날의 저를 보니 쌈닭이 되어있더군요. 많은 시간을 참고, 참고, 또 참은 시간 후에 마주한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위태위태한 우리 부부는 삶의 동반자보다는, 삶의 동료로 살기로 결정한 듯했습니다. 우리는 일로서, 아빠로서, 엄마로서 완벽하기로 약속했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부족하기만 합니다. 완벽해질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희생되어야 하겠지요. 아니, 뭐 결국 완벽해지지 않으면 어떤가요. 그 노력은 스스로 알 것이고, 아이들도 우리의 노력을 느끼게 되리라 믿습니다.
결혼속 안정적인 경로에서 벗어나 저는 새로운 길에서 위태로운 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두렵기도 합니다. 또 어떤 시련이 나를 괴롭힐까? 어떤 슬픔이 나를 잠식할까?라는 걱정들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두려운 생각들에 던져졌습니다. 저는 그 두려움을 마주 하니, 다른 길이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부족한 엄마일지라도 두 아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아직은 행복이 뭔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것은 결국 엄마, 저의 행복만큼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다시 떠나는 작가의 여정을 다시 시작합니다. 우리의 행복이라는 것은 결국 시간의 길을 지나며 한 걸음 한 걸음 밟아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종착지가 아닐까요? 아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행복이라는 낱말에 애쓰지 않더라도 행복이 느껴지는, 아니 너무 행복해서 행복이 있는지 모르는, 행복이 공기 속에 떠다니는 날이 오길 소원하며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떠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