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있는 밈 사용에 대하여
당신의 ‘좋아요’ 하나가
누군가에겐 상처입니다.
최근 SNS에서 한 짧은 영상이 도는 것을 알게됐다.
원래는 다른 주제를 가진 인터뷰였지만,
‘30~40대가 느끼는 자기 나이’라는
제목을 붙인 편집 영상이었다.
한 여성이 “26살이라고 키웠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에 이어 인터뷰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장면이 반복되며 마치
유머 콘텐츠처럼 재가공된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영상에 ‘응애 짤’,
‘나이 유머’ 같은 밈을 붙여 퍼 날랐다.
그런데,
그 영상 속 여성은 벨 깁슨(Belle Gibson)이었다.
한때 자연 요법으로 뇌암을 극복한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그녀는,
앱을 만들고, 책을 출간하며
전 세계적인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그러나 곧 밝혀진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그 모든 병력은 조작이었고,
그녀의 이야기를 믿고 치료를 거부한 사람들 중
일부는 실제로 생명을 잃었다.
사실 이 인터뷰는
벨이 자신의 범죄여론을 돌리기 위해
자처한 인터뷰였던 것이다.
사건 개요 | 벨 깁슨과 거짓 암 투병
***
벨 깁슨은 호주 출신 인플루언서로,
자신이 뇌종양 말기 환자라고 거짓 주장하며
자연요법으로 병을 극복했다고 SNS에 알렸다.
그녀는 커피 관장, 단식, 주스 해독 등
비의학적 치료법을 전파했고
수많은 암 환자들이 희망을 걸고 그녀를 따랐다.
그러나 실제로는 진단서조차 존재하지 않는
가짜 환자였고,
모금된 약 30만 달러는 사적으로 유용되었으며,
법원에서 벌금 41만 달러를 부과받고도
한 푼도 갚지 않은 채 현재 LA에서 명품과 함께
호화롭게 살고 있다.
***
벨 깁슨은 이후 사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녀는 사기범이며, 밈 속 그 웃는 얼굴은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유발한 거짓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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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밈을 퍼온 한 SNS 사용자는,
자신이 유포한 짤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받았다.
그 제기는 감정적 비난이 아니라,
“그 인물이 누구인지 알고 공유했는가”라는 사실 기반의 지적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이랬다.
•“나는 원작자가 아니라서 몰랐다.”
•“웃자고 올린 건데 너무 진지하게 군다.”
•“오히려 망상증 같다. 치료해주고 싶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적한 사람을 향한 조롱과 비아냥,
우군들과의 희화화,
그리고 ‘유난’이라는 낙인 찍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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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그냥 웃자고 한 건데요?”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누군가의 생명과 고통이 숨어 있다면,
정말 ‘그냥’일 수 있을까?
밈은 강력하다.
빠르게 퍼지며, 맥락 없는 소비를 유도한다.
그렇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몰랐던’ 잘못은
처음 한 번쯤은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알고도 방치한’ 잘못은
그 순간부터 공범의 책임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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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을 퍼오는 행위는 단순한 ‘저장’이 아니다.
그건 콘텐츠 재유포이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정보 전달자로서의
책임이 발생한다.
윤리적 책임은 명확하다.
•타인의 고통이 담긴 내용을 공유할 때,
우리는 그 맥락을 파악할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적을 받았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의 방식은
우리의 성숙함을 드러내는 바로미터다.
지적을 듣고
“몰랐네요, 수정할게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과
“왜 나만 갖고 그래요?”라고 되묻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책임을 질 줄 아는가 아닌가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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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책임도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 허위 정보에 기반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유포하거나, 지적 후에도 고의로 방치할 경우,
의도성 판단에 따라 명예훼손 등 쟁점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며, 정신질환 암시, 인격 모독성 언행을
퍼뜨릴 경우 모욕죄 요건을 충족할 수 있으며,
이는 사이버상 2차 가해로 확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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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예전엔 무심코 그런 밈을
퍼날랐던 적이 있는가?
괜찮다. 그걸 알고 멈추는 순간,
당신은 이미 다르다.
조용히 지우고, 조용히 남기는 것.
그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지적은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함은 변화를 만든다.
그 불편함을 조롱으로 눙치는 순간,
당신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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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누군가는 범죄를 저질렀고,
누군가는 그 자의 얼굴을
이면을 모른 채 (어쩌면 알면서도)
웃으며 ‘밈’이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그걸 지적하고 멈추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거다.
당신은
어느 쪽에 설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