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울음의 시작
내 사랑은 울음이 아니다. 내 울음이 사랑이다.
처음엔,
떨림이었다.
이파리가 깃털을 닮은 무언가에
스친 것만 같았고,
그 순간 내 몸 깊은 데서
소리가 났다.
아무도 듣지 못했겠지.
그건 바람의 소리도,
빛의 속삭임도 아니었으니까.
그건 오직, 너였다.
날갯짓 하나로
내 어린 가지를 휘어지게 만들던
가벼운 무게.
너는 앉지 않았다.
그저 넌 나를 스치고, 떠났을 뿐인데
나는 훌쩍 자랐다.
그 하루가,
한 계절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떨림이 꽃을 피우게 할 줄 알았다.
햇살이 아니라,
비가 아니라,
너라는 존재의 닿음만으로도
무언가 시작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피지 않았다.
오히려 안으로,
아주 깊은 곳으로만 울었다.
그건 울음이라기엔
너무 조용했고,
사랑이라기엔
너무 이른 감정이었다.
그러니, 지금 말할 수 있을까.
내 사랑은 울음이 아니다.
내 울음이 사랑이다.
나는 여전히,
그 날갯짓의 흔적을 따라
뿌리를 흔들고 있다.
이건 노래가 아니다.
이건 아직,
노래가 되지 못한
한 나무의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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