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나는 거기 있었다
나는 거기 있었다. 꽃의 중심, 진홍빛 감각의 가장 깊은 곳. 나의 모든 존재는 이제 이 한 송이 꽃이었다. 햇살은 여전히 적당했고, 바람은 이전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속을 자유롭게 날 수 없었다. 하늘은 여전히 열려 있었지만, 나는 그 아래에, 이 꽃의 안에서만 존재했다. 나는, 그냥 날고 싶었지만, 날 수 없었다.
어느 날 내가 보았던 그 나무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나의 뒤섞인 감각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세상엔 나무가 너무 많았고, 나는 그 모든 나무 위를 자유롭게 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나는 내 전부가 된 이 꽃의 형체 안에서, 그날의 기억을 비로소 더듬었다.
그 대신, 그 자리에 이상한 꽃이 하나 피어 있었다. 색은 처음엔 희미하게 붉어졌고, 이제는 진홍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잎은 아주 얇고 섬세했으며, 빛을 투과하는 듯 맑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숨이 막혔다. 왜인지 익숙한 느낌인 꽃이었다. 나와 닮은 모습 때문인가. 분명 처음 보는 것인데, 내 안 어딘가는 그 형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곁에 머물렀던 느낌, 그 위에서 노래를 불렀던 기억.
하지만 그 기억은 너무 조용했고, 의도적으로 숨겨진 것처럼 어둡고 낯설었다.
나는 그 꽃이 나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뒤늦게 모든 것을 떠올렸다.
그 자리에 있던 나무. 늘 나를 향해 조용했던 나무. 나의 노래를 들어주었던, 내가 관심 없이 지나쳤던, 그러다 어느 날, 피어 있었던… 그 꽃.
나는 온몸으로 뒷걸음질쳤다. 이 꽃은 순수한 생명이 아니었다. 아름다움의 형상을 한, 섬뜩한 어둠의 잔해였다.
나는 깨달았다. 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 언제나. 내가 날고 있을 때도, 내가 울고 있을 때도. 나는 그의 존재를 몰랐고, 그는 나를 향한 집착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위에서 너무 오래 노래했고, 너무 가까이 머물렀다. 나는 그를 몰랐지만, 그는 나를 너무 많이, 너무 깊게, 너무 오래 알고 있었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어떤 고백보다도 더 오래, 더 깊게 내 안에 남았다. 그의 감각은 나를 잠식하고 흡수했으며, 나의 무심한 울림은 그의 광기를 완성하고 나를 망가뜨렸다.
나는 거기서 노래했다. 내가 부른 노래가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했고, 누군가의 감각을 기괴하게 일으켰다. 그는 나를 사랑했다고 믿었고, 나는 그 사랑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불편함을 애써 무시했다. 지금, 나는 너무 늦었다. 나는 이미 이 꽃에 완전히 잠식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비로소 보았다. 나의 모든 감각으로.
이건 사랑이 아니다. 이건 아름다운 울림이 아니다. 이건— 하늘조차 노하여 심판할 일이었다.
나는 그를 원하지 않았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그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맹목적인 집착이었다.
그가 피운 꽃은 정화가 아니다. 그건 응고된 침입, 죽지 못한 감각의 잔혹한 연장, 죽임에 실패했기에 더욱 기괴하게 응고된 감정의 모양이었다.
그 안에, 나는 있다. 파괴자 바로 옆에, 나 또한 파괴되어 존재한다.
나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 나의 목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내 울음은 고요보다도 더 조용하다. 이제 나는 안다. 그는 죽지 않았다. 그는, 나를 영원히 이곳에 묶어두기 위해, 줄곧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내 곁에 있는 것이 두렵다. 지금도. 아직도. 언제나.
The end
새의 노래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 자리에는 붉은 꽃 하나만이 고요히 피어 있을 뿐이다.
그 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인지, 어떻게 피어났는지,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다만 바람이 불 때마다 미세하게 떨릴 뿐이다. 마치 그 속에서 누군가가 여전히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어떤 이는 그 꽃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섬뜩하다고 등을 돌린다. 어떤 이는 그 꽃 곁을 지날 때면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 꽃이 사랑이었는지, 집착이었는지, 혹은 그보다 더 끔찍한 무언가였는지.
오직 바람만이 안다. 그 꽃잎 사이로 스며드는 가냘픈 울음소리를. 멈추지 않는, 끝나지 않는, 그 작고 절망적인 노래를.
그리고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노래를 부른다. 맑고, 자유롭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