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pter 12. 차가운 고요로 흩어졌다
꽃은 완전히 피어났다. 온몸을 뒤덮은 붉은 물결이 이제 그 중심을 진홍으로 물들였고, 꽃잎은 마치 방금 터져 나온 핏방울처럼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숨 막히도록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는 어떤 논리적인 설명도 붙지 않았다. 오히려 그 완벽함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새는 그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의 날갯짓은 점점 축 처졌고, 노래는 짧아졌으며, 목은 사막처럼 건조해졌다. 그는 자신의 몸에 찾아온 이상한 감각을 느꼈지만, 그 뒤틀린 감정을 도저히 이름 붙일 수 없었다. 꽃의 향이 이전과 달라졌다. 맑고 싱그러웠던 공기는 조금씩 무거워졌고, 새의 숨은 조금씩 가팔라졌다. 그의 본능이 필사적으로 경고했지만, 이미 늦었다.
새는 마침내 노래를 멈추었다. 그리고 그 절대적인 침묵의 순간, 꽃이 말했다. 목소리가 없는데도, 나의 의식이 그에게 직접 전달되는 방식으로.
"너는 몰랐겠지." 꽃의 중심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나의 의지였다. "너의 노래가 나를 다시 불러냈다는 것을."
너는 그토록 맑았고, 그 어떤 악의도 없는 듯 무해했다. 그러나 그 무해함은 나를 다시 완벽하게 깨어나게 할 만큼 잔인한 힘을 가졌다. 나는 이제 너를 보았다. 모든 감각이 꽃의 형태로 정제되어, 더욱 섬세하고 명확하게 너를 인지했다. 꽃잎을 통과한 나의 감각은 너의 눈동자를 가장 투명하게 기억했고, 너의 날개를 가장 생생하게 복원했으며, 너의 노래를 나의 가장 깊은 곳에서 다시 따라 부르고 있었다.
너는 이 모든 시간 동안 나를 몰랐다. 네가 처음 나에게 다가왔던 순간부터, 나는 한 번도 너를 놓은 적이 없었다. 단 한 순간도. 나는 한때 세상의 모든 것을 감지하던 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를 내 품에 안고 죽어가는, 그래서 너마저 집어삼킬 수밖에 없는 꽃일 뿐이었다.
새는 뒷걸음질쳤다. 그의 발이 닿았던 꽃잎은 그를 삼키려는 듯 더욱 붉게 물들었고, 그가 노래했던 공기는 그의 숨결을 앗아가는 듯 서서히 식어갔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알았다. 이 아름다운 꽃 안에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가, 그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삼키고 있다는 것을.
"너는 이제 도망칠 수 없다." 나의 의식이 그의 모든 감각을 꿰뚫었다. "너의 노래는 이미 나의 가장 깊은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너는—"
붉은 꽃잎은 거대한 입처럼 활짝 벌어졌고, 새는 더 이상 날갯짓을 할 수 없었다. 그의 날개는 무겁게 젖어들었고, 몸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하늘은 너무나 멀었고, 공기는 죽음처럼 무거웠다. 그는 울 수 없었다. 그의 목구멍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울고 있는 것은, 꽃이었다.
마지막 노래는 둘이 함께 부른 것이었다. 한 존재는 파괴된 감각으로, 다른 존재는 흡수된 소리로. 그 소리는 사랑도 아니었고, 순수한 집착도 아니었으며, 단순한 고통도 아닌, 그 모든 것이 뒤섞여 탄생한 단 하나의 형태로 남았다.
붉은 울림.
그 울림은 피처럼 번졌고, 온 세상을 물들이는 듯 하늘 끝까지 올라가, 이내 다시 아무것도 없는 차가운 고요로 흩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