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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yuni May 06. 2020

책을 읽는 시간, 그 특별한 즐거움에 대해

 


 나무와 가지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볼 때면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하늘을 향해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날아다니는 새들은 저 아래 세상을 어떤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몹시도 궁금하다. 그런 새들도 비가 오는 날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들도 때로는 주어진 자유로운 삶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새들은 때론 저 아래 뛰노는 고양이가 되고 싶을 때가 있지는 않을까?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새들은 그래도 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자유로운 삶보다 안정적인 삶을 택한 나는 가끔은 자유롭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안정적인 삶은 편안함을 가져다주지만 때로는 현실에 갇혀 있는 나를 답답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너무 문제가 없어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삶이 내가 선택한 삶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새들도 다른 삶의 모습을 부러워할 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자유롭지만 때론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날아다녀야 하고, 자유로운 삶 때문에 몹시도 외롭고 고독해지는 날도 있을 것 같다.

 안정적인 삶에서 조금은 색다른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반딧불이’라고 하는 단체에서 녹음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반딧불이’는 어둠을 밝혀주는 반딧불이의 특징처럼 시각 장애인들이나 눈이 침침하신 어르신 분들에게 빛을 선물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다른 불빛들처럼 타지 않고 뜨겁지도 않다. 그저 어둠을 밝힐 뿐이다.

내가 하는 녹음 일이 반딧불이 한 마리의 불빛처럼 작은 빛에 불과하겠지만 이 작은 빛들이 모였을 때 어둠을 밝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며 즐거운 일이다.

 또한 녹음 일을 하면서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아나운서'의 소망을 이룬 것 같다는 느낌을 느끼곤 한다. 한 권의 책을 녹음할 때마다 특별한 즐거움이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한다. 책을 손에 들고 마이크 앞에 설 때마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고 가벼워지는 느낌을 느낀다.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고작 두 시간을 녹음하고 있지만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마이크 앞에 서서 녹음을 할 때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답게 사는 일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날개를 갖고 태어난 새들이 마음껏 두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다닐 때의 기분처럼 나도 그때만큼은 만족감을 느낀다.

 가끔은 하늘을 나는 새들도 자신의 자유로운 삶에서 오는 고통이 있다. 하지만 하늘을 날지 못하고 새장 속에 갇혀 있는 새들은 그 삶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을 알지 못한다.      



 사람도 자신이 세상에서, 해야만 하는 어떤 일을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은 하늘을 나는 사람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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