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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Feb 06. 2021

스테로이드 치료
-크론병과 살아가기

딸의 크론병 이야기 18

  1월 중순부터 민지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했다. 작년에 크론병 처음 진단 받았을 때 스테로이드 치료를 한 번 했었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작년에도 소론도정이라는 스테로이드를 처음 2주 동안 8알씩 먹고 그 후에는 일주일에 한 알씩 감량해서 총 9주 정도 복용했다. 스테로이드제는 항염증 작용으로 염증성 장 질환 치료 시 관해 유도 요법으로 주로 사용된다.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할 수는 없고 2~3개월 정도 짧게 쓸 수 있는 약이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는 속쓰림, 소화불량, Moon face (얼굴이 보름달 같이 둥글게 되는 현상), 여드름이나 털이 많이 자라게 되는 현상, 식욕이 증가하여 체중 증가. 골다공증 등이 있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대부분 없어진다. 부작용으로 인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민지는 다행히도 부작용이 심하지는 않았다.

(세브란스 병원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 https://blog.naver.com/geniushee/221723066088) 

 

  작년에 스테로이드 치료할 때를 기억하기 위해 증상 일지를 들여다봤다. 매일 매일 꼬박꼬박 쓰진 않았지만 중간에 조금씩 끄적거린 증상 일기는 큰 도움이 된다. 민지의 경우는 작년에 식욕이 증가하여 체중이 증가했었고, 스테로이드를 완전히 끊었을 때 하루 이틀 정도 어지럼, 피곤 증상이 있었지만 그 이외에는 다행히 큰 부작용은 없었다. 환우 카페에 글을 보면 여드름이 심하게 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다행히도 민지는 여드름은 나지 않았었다. 대변 검사 결과 칼프로텍틴 수치도 스테로이드 치료 후 절반 이상으로 낮아졌었다.

 

  두 번째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고 있는 요즘, 작년과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비슷한 점은 에너지가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엄마와 요가 20분 정도씩 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혼자서 1시간 씩 유튜브를 보며 홈트레이닝 운동도 너끈히 해 내고 있다. 물론 매일 하는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10시간 넘게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서 조금 더 에너지가 넘친다는 점은 좀 더 좋은 신호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다른 점은 작년에는 스테로이드 복용 기간 2달 동안 거의 5kg 정도 체중이 증가했었다. 아직 복용 초기라 체중 증가를 비교하기는 어렵기는 하지만 그 때 만큼 체중 증가는 아직은 없는 듯하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민지에게는 부작용으로라도 체중이 팍팍 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작년의 경험을 통해 얻은 바로는 빨리 찐 살은 더 빨리 빠진다는 사실. 두 달 동안 찌운 5kg은 한 달 만에 4kg 가량이 빠져 버렸다. 굶으면서 빨리 빨리 뺀 살은 요요 현상으로 더 빨리 찌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 않을까? 


  작년에는 살도 찌고 변 상태도 좋아지는 듯해서 먹는 것도 좀 공격적으로(?) 먹고 싶은 것도 가리지 않고 먹였었다. 케이크를 너무 먹고 싶다 해서 반 조각 정도 먹고 다시 컨디션이 나빠졌던 기억은 민지도 나도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었다. 올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민지도 나도 조심하고 있다. 공부를 하다 달달한 것이 생각이 났는지 어제는 갑자기 생크림이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작년 같았으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생크림 케이크라도 사다가 조금만 맛보게 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을 텐데 올해는 생크림 케이크 대신 계란 스플레를 만들어 본다. 계란 두 개를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흰자는 휘핑하여 머랭을 만들고 노른자에 소금 간을 해서 섞어 주고 머랭 친 흰자와 섞는다. 프라이팬을 달군 후 올리브오일을 살짝 두르고 가장 약한 불로 놓고 머랭 친 흰자와 노른자 섞은 것을 올린다. 뚜껑을 닫고 바닥이 타지 않도록 아주 약한 불에서 굽고 조심조심 뒤집어서 속이 다 익을 때 까지 불을 끄고 잠시 둔다. 완성된 계란에 꿀을 살짝 둘러서 먹으면 밀가루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스플레 팬케이크 느낌이 난다. 작년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건강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본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스테로이드 치료가 끝나고도 이 컨디션이 유지되고 좀 더 건강해지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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