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과 살아가기 38
며칠 전 밤 중에 민지가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다. 아직도 화장실에 가는 소리만 들리면 엄마인 나는 먼저 긴장을 한다. 혹시 변 횟수가 늘어난 건 아닐까? 설사를 하는 건 아닌가? 밤 중에 화장실. 정말 오랜만에 겪는 일이라 엄마인 내가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덤덤한데... 일단 다음 날 다행히 학교는 무사히 갔는데 학교 가 있는 동안 나는 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혹시 아프다고 전화 오면 어떡하지. 아직 병원 가서 레미케이드 맞을 날이 몇 주는 남았는데 미리 당겨서 가야 하는가? 보통 때는 아이가 학교를 가면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곤 하는데 운동도 책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다행히도 생리통으로 인한 배 아픔이었었다. 다음 날까지 생리통으로 허리가 아팠다가 그 이후에는 괜찮아졌다. 평소에 스트레칭을 좀 자주 하고 나면 그 달에는 생리통이 심하지 않은데 스트레칭을 좀 덜 하거나 하면 생리통으로 좀 고생을 하는 것 같았다. 3년 전이던 2020년에서 2021년까지 꼬박 1년 정도는 나도 아이도 신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참 힘들었다. (사실 아이는 크게 내색하진 않았다. 나 혼자 힘들었을 뿐.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보다 아이가 더 힘들었겠지) 하루에도 화장실을 설사로 10번 이상 들락 거리는 날이 태반이었고 그래서 자유로이 외출도 힘들었다. 지금의 하루하루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화요독서 시간에 어느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김상옥 선생님의 영상을 보았다. 아이는 부모와의 추억으로 산다고. 부부싸움을 하려거든 아이 앞에서는 웃으면서 사이좋은 연기를 하고 야산에 가서 둘이 싸우시라고. 엄마가 예쁜 옷도 입고 머리도 꾸미고 화장도 하고 운동도 하고 엄마 좋아하는 것을 하시라고. 그래 아이가 아픈 것을 맨날 걱정만 하는 엄마 표정에서는 불안한 마음만 드러날 뿐이다. 기도를 하되 아이를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엄마 자신의 마음에 평안을 위해서 기도를 하라고. 엄마가 좋아질 때 아이가 제일 섬세하게 반응을 할 거라고 하신 말씀이 정말 와닿았다.
항상 건강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크론병을 가진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프기도 하는 것이고. 오히려 크론병으로 정기적으로 피검사도 하고 검진도 받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있으니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엄마의 마음에서 불안을 떨쳐버릴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