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
각종 활용문제에 대처하는 법
“공기 반 소리 반” 몇 년 전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수 박진영이 가장 많이 했던 조언이다. 검색창에 검색을 해 보면 오픈 사전에 실릴 정도로 유명해진 발언으로 노래를 부를 때에 공기와 소리가 반씩 섞여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심사위원들 간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공감하는 심사위원도 있었지만 그런 것이 어디 있냐고 그의 견해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래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기에 공기 반 소리 반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글쓰기에서 행간의 힘과 비슷하지 않을까?
수학을 가르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활용’ 문제들이다. 중학교 수학에는 일차방정식의 활용, 연립방정식의 활용, 이차방정식의 활용, 함수의 활용 등 각 단원 마지막 부분에 활용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수학이라기보다는 국어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의 길이도 길거니와 여러 가지 숨어있는 조건들을 하나씩 찾아나가야 하므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문장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중학교 1학년 1차방정식 문제이다.
『수지와 승기네 집 사이의 거리는 1800m이다. 수지는 분속 40m로, 승기는 분속 50m로 서로 상대방의 집을 향하여 각자의 집에서 동시에 출발하였다. 두 사람은 출발한지 몇 분 후에 서로 만나는지 구하여라.』
(비상교육 개념플러스유형 100쪽 3번)
이런 문제들을 학생들이 처음 접하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x 라는 미지수를 써야할 것 같아 미지수를 썼다 지우기만을 반복할 뿐 식을 세우기 어려워 한다. 그런 학생들에게 문제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 거리, 속력, 시간을 세로축으로 하고 가로축에는 수지, 승기라고 표를 그리게 한다. 우선 표에 확실한 조건을 먼저 채운다. 수지의 분속 40m, 승기의 분속 50m가 들어가야 할 곳은 확실하다. 가로축 수지의 세로축 속력 부분, 가로축 승기의 세로축 속력부분에 각각 채운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다음은 미지수 x 를 무엇으로 할지 정해야 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집에서 동시에 출발한다고 했으니 두 사람이 걸은 시간은 서로 같다. 그리고 문제에서 두 사람은 출발한지 몇 분 후에 서로 만나는지를 물어봤으므로 미지수 x 는 두 사람이 각자 걸은 시간. 가로축 수지, 승기의 세로축 시간 부분에 모두 x를 채워 놓는다. 이제 거리만 남았다!
‘ 거리 = 속력 x 시간 ’이라는 공식에 의해서 아까 채워 두었던 속력과 시간 x를 곱하면 각자가 걸은 거리가 나오게 된다. 수지가 걸은 거리 40x 승기가 걸은 거리 50x . 이제 마지막으로 숨어있는 조건. 수지와 승기네 집 사이의 거리가 1800m 이므로 수지가 걸은 거리와 승기가 걸은 거리를 합하면 1800m가 된다는 식이 나온다. 40x + 50x = 1800 . 이 식만 나오면 문제는 끝난다. 일차방정식 중에서도 가장 쉬운 유형의 방정식이니. 정답은 20분!
행간을 살리며 단문을 멋지게 쓰려면 단문으로 빼어난 문학작품을 읽으며 단문 사이에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행간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보다 더 기본이 되는 것은 문장 그대로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일 터이다. 있는 그대로의 문장을 파악하는 훈련으로 안성맞춤인 것은 수학에서의 활용 문제라고 감히 주장해 본다. 활용 문제들은 한 문장, 한 단어라도 놓쳐서는 안 되는 힌트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위의 예시 문제에서만 보더라도 어느 한 문장이라도 빼뜨리고 읽으면 답이 나오질 않는다. 참으로 수학 선생님다운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 수학은 왜 배워야 해요?”라고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말해줄 이유가 하나가 더 생겼다.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 국어를 잘 해야 하지만 국어를 잘 하기 위해서도 수학이 필요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