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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Sep 20. 2020

엄마가 선생님이면

내 아이에게 수학 가르치기

  중이 제 머리를 못 깎고 라식 수술 하는 의사들은 본인의 눈은 수술하지 않고 안경을 낀다. 이를 선생님에게 빗대어 본다면 ‘선생이 자기 자식 못 가르친다‘가 아닐까? 나도 주변에서 “선생님은 선생님 아이들 직접 가르치세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네, 아직까진 가르치긴 하는데 쉽지는 않네요.”라 답한다. 대답대로 아직은 내 아이들의 수학은 직접 가르치고 있다. 내 자식만 가르치면 이런 저런 핑계로 수업을 빼뜨리거나 숙제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기에 한 명씩 공부 짝꿍을 만들어서 같이 가르치고 있다. 


  큰아이는 엄마랑 무엇인가를 같이하는 것을 좋아해서 - 사춘기를 지나고서도 그러는 걸 보면 참 감사하다. 큰 어려움 없이 수학 공부를 가르치고 있지만 둘째의 경우는 쉽지가 않다. 둘째는 차라리 학원을 보내는 것이 더 나으려나? 하는 고민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함께 공부하는 공부 짝꿍은 소문난 ‘엄친아’이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외모까지 출중하고 키도 크다. 거기다가 전교 회장까지. 그러다 보니 선생의 입장에서 두 아이를 균형 있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는 둘째가 숙제를 해 오기는 했지만 틀린 문제가 너무 많았다. 반면 엄친아 친구는 완벽하게 숙제로 해 온 문제들을 잘 풀어 왔다. 선생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이 충돌하여 선생으로서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엄마로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숙제해 온 꼴까지는 참으려 노력했으나 작은 아이의 수업 태도는 더욱 가관이었다. 삐딱하게 앉은 모습, 글씨는 개발새발 계산은 엉망으로 하고 있었으니 더 이상 화를 누르지 못하고 옆에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이에게 불 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화를 낸다고 아이의 태도가 바뀐다면 세상 아이들이 모두 엄마의 말을 잘 듣겠지. 엄마는 화를 내 봤자 그 때 뿐이고 작은 아이의 태도는 요지부동 변하지 않았다. 


  다행히 엄마의 마음을 좀 누르고 다시 선생의 평정심을 찾고 이렇게 화만 내면 작은 아이도 친구도 좋은 수업이 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아이들은 칭찬에 움직인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칭찬에 더 잘 움직인다. 이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두 아이는 각자 잘 하는 영역들이 달랐다. 둘째는 연산 문제, 계산이 좀 지저분하고 복잡한 문제에는 취약하지만 도형문제, 수학의 감은 뛰어난 편이었다. 반면 친구는 둘째와 완전히 반대로 둘째가 약한 부분이 강했고 둘째가 강한 영역은 약했다. 이 점을 적절히 활용하면 둘에게 모두 도움이 되겠다!


  둘째의 취약점이면서 친구의 강점인 계산 문제가 나오면 친구의 계산력은 칭찬해 주면서 작은 아이에게도 조금 느리긴 했지만 정확히 계산한 점을 칭찬한다. 작은 아이의 강점이면서 친구의 약점인 도형 문제가 나오면 작은 아이를 칭찬해 주면서 친구에게 작은 아이가 푼 방법을 설명을 하며 격려해 준다. 친구가 집에 간 후에는 작은아이를 조금 더 치켜 올려주면서. 이 정도 치우침은 엄마가 선생이라는 것에 대한 약간의 가산점?


  감정 기복에 따라 수학 공부도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는 우리 집 둘째는 오늘도 나와 신경전을 벌인다. 지난 주 까지는 하라는 이야기도 안 했는데 방정식 푸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면서 아주 신나게  숙제를 열심히 하더니 이번 주는 영 집중을 못한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아내며 선생님의 평정심을 끌어내 본다. “우리 둘째는 숙제가 좀 밀렸으니까 오늘 다 하고 갑시다.” 다른 학생들이 숙제를 다 해 오지 못했을 때와 똑같이 나긋나긋 화내지 않고 이야기 하면서 밀린 숙제는 다 해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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