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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윤 Sep 14. 2015

엄마의 선물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조심스레 들어오는
바람이 서늘함마저 전해준다.

바람이 스친가 싶어
등뒤 인기척에 뒤돌아 보니 상기된 얼굴의 아이가
읽다만 책을 한 손에 들고 다가와
와락 내 허리를 끌어 안더니 소리내 울기 시작한다.

"엄만 아프지 말고 오래 오래 살아야 돼..."

그 울음 섞인 울먹임 소리에
딛고 서 있던 두 발 끝부터 손 끝에서 머리 끝까지
젖은 손으로 전기선을 만져 감전된 듯한 전율이
전해져 온다.

작은 내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가슴이 저려왔다.


그렇게 내 품에서 한참을 울먹이던 아이는
이내 눈물을 그치고 나더니 쑥스런 표정으로
휙ㅡㅡ달아나버린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제목의
병을 앓던 엄마가 죽으며 남긴 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다 말고
자신의 일인양 동화되어 그렇게도 슬픔에 겨워

눈물을 흘렸던 거였다.

그렇게 어린 아이를 두고 떠나야했던
그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남겨진 아이에게 어떤 마지막 선물을 주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책을 읽다가도 제 엄마 생각에 울고마는
내 아이를 위해 나는 과연 어떤 선물을
남겨줄 수 있을까...

어떤 특별한 것도
아무것도 줄 게 없는 것 같지만
한편으론 내 전부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이 시간과 이 공간에
내 전부를 다 담아 주고 있다고...

무엇을 먹고 듣고 얘기하고 좋아했는지를
먼 훗날에 아이가 기억할 수 있도록
매 순간들을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특별한 선물로
남겨주게 될 것이다.

그리워질 때마다 열어 볼 수 있는
추억의 상자를 매일 하나씩 채워가고 있는
오늘도
아이는 내곁에

나는 아이 곁에 있다.

우리는 아직 함께 있고 영원히 함께 있을 것이다.
기억하는 한

가슴 속에서 따뜻한 기억으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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