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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에

애상ᆢ

by 박정윤

비가 왔다.

또 비가 오고 있다.


잊혀졌던 시간들은

빗방울에 달라붙은 작은 먼지처럼

그렇게 아직도

내게 달라붙어 있었다.


이미 아무도 없는 지난 시간의 공간은

상상만을 가능케 하지만

그곳에 아무도 들여놓지 않았다.


나는 혼자 서 있었다.

가끔은 따스한 온기가 필요로 했지만

그래도 혼자 서 있었다.


혼자만의 기억에 의지해 희미하게

그때를 붙들고 있었다.


이제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일이 남아 있다면

빗물에 씻겨 남은 흔적조차도

모두 지워져버리게 내버려 두는 것이었다.


나는 비를 보면 늘 기억하게 될 것이다.


빗물에 함께 흘려 보내야만 했던

나의 시간을...


다시 또 비는 내리겠지만

그때의

지금의

그것과는 같을수 없음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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