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ᆞ바람
창문을 열면
시커먼 밤이
발아래 놓여있었다.
깊어가는 가을의 바람이
섣부르게도
서늘하게도 짙었다.
시커먼 들판위로 듬성듬성
사람의 세상이 보였다.
먼데서 작은 불빛들은 서둘러
사람에게로 가고 있었다.
잠들지 못할 것 같은 밤
벌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거기 어디쯤
초가삼간이라도 지어
한자리 펴고 누워도 좋겠다 했다.
느리게 돌아오던 길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여전히
조금의 허전함을 남겨두지만
행복한 밤이라면
그걸로 충분했다.
십이월의 아카시아 // 밥을 짓읍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