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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윤 Oct 06. 2017

무제

밤ᆞ바람

창문을 열면

시커먼 밤이

발아래 놓여있었다.


깊어가는 가을의 바람이

섣부르게도

서늘하게도 짙었다.


시커먼 들판위로 듬성듬성

사람의 세상이 보였다.


먼데서 작은 불빛들은 서둘러

사람에게로 가고 있었다.


잠들지 못할 것 같은 밤

벌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거기 어디쯤

초가삼간이라도 지어

한자리 펴고 누워도 좋겠다 했다.


느리게 돌아오던 길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여전히

조금의 허전함을 남겨두지만


행복한 밤이라면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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