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밤ᆞ바람

by 박정윤

창문을 열면

시커먼 밤이

발아래 놓여있었다.


깊어가는 가을의 바람이

섣부르게도

서늘하게도 짙었다.


시커먼 들판위로 듬성듬성

사람의 세상이 보였다.


먼데서 작은 불빛들은 서둘러

사람에게로 가고 있었다.


잠들지 못할 것 같은 밤

벌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거기 어디쯤

초가삼간이라도 지어

한자리 펴고 누워도 좋겠다 했다.


느리게 돌아오던 길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여전히

조금의 허전함을 남겨두지만


행복한 밤이라면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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