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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윤 Aug 31. 2015

그의 이야기를 듣다.

아버지
그에게 그의 아버지는
어떤 신념같은 존재이다.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몰아쳐도
마른 땅에 깊이 박힌채
그 어떤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내리쬐는 한 낮에 뜨거운 태양도 삼키고
서릿발 같은 차가운 침묵도 그안으로
품어 버린채
그저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영원토록 꺾이지 않을
신념 그 자체로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 그는
그의 아버지보다
더 커다란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커다란 세상을 갖기를 원한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의 떠도는 많은 꿈들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 그가 가끔 지친다.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진 채로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애착과 간절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그럴때마다 아버지의 커다란 웃음 소리를 듣는다.

돌아선 아버지의 뒷모습은

  
아직도 그의 신념은
꺾이지 않았음을 상기시켜준다.

그의 방식대로
그의 뜻대로 해야만 한다.
그래서 지치지 않아야 한다.

거울을 들여다 보듯이
자신을 닮은 또 다른 자신이
눈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그래야만 한다.

시간이 지나 갈 수록
그의 신념 또한 아버지의 그것을
더욱 닮아가게 될것이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하나의 마침표를 찍고
새롭게 이어갈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을 때가 올것이다.

그런 날 홀로 산자락에 걸쳐진
저녁 노을을 보며
진실로 진실로 그리운 이를 찾아 나설것이다.

아마도
20년후  쯤에는
그의 말대로
그가 다시 나를 찾아줄거라 믿어본다.

나의 믿음에 대한 대답은
아주 긴 시간 동안의 기다림이 끝나는 날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 대답을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신념 또한
그 긴시간 동안 변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진실로 그때가 온다면
그때 새롭게 시작될 이야기는
오로지 나를 위한 이야기가 될것이다.

이미 시작된 기다림은
흐드러지게 핀 들꽃처럼
흐드러지게 웃을 수 있는 날을
선물처럼 안겨줄 것이라
나는 또 믿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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