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i Jul 31. 2019

어쩌면 우리는 운명 세 번째 이야기

우리는 부부다  #4


옆에 나란히 걸으면서 서로의 손이 스치면서 부딪혔다. 그의 손과 나의 손이 살짝 스칠 때마다 그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수족냉증이 있는 나는 손이 굉장히 찬 편인데 그의 손은 따뜻한 거 같다. 추워서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구칠 무렵, 그가 나의 손을 잡았다. 깜짝 놀라서 그의 눈을 쳐다보는데 그가 말한다.  

"나 너무 떨려요."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면서 내 심장도 두근두근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도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해서 얼음장같이 차가운 내 손이 점점 녹아내리는 거 같다.

내 손이 너무 차다면서 그의 커다란 두 손으로 내 손을 다 감싸준다. 아 진짜 따뜻하다.. 이 말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다. 그가 자신의 외투를 벗어준다. 두꺼운 패딩점퍼 안에 그는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는 후디만 입고 있다. 내가 그의 외투를 입으면 그는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찮다고 손사래 친다.

자기는 하나도 안 춥다면서 한사코 자신의 패딩점퍼를 벗어서 내 어깨에 걸쳐 준다. 그리고 우리는 두 손을 꼭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밤 바닷가를 걸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까 그대가 친한 오빠 차 타고 결혼식에 같이 간다고 했을 때 질투 났어요."

이 남자 깜빡이도 안 켜고 갑자기 훅 들어온다.

"아 그랬어요? 질투 나게 할 의도는 없었는데.. 근데 나 친한 오빠들이랑 남자 사람 친구들이 많아."

잠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자신의 감정이 어땠는지 솔직히 얘기하는 그가 맘에 든다.


"그대가 너무 예뻐서 주위 남자들이 그대를 가만 안 놔두잖아. 이렇게 예쁘니까 내가 불안해 죽겠잖아."

이 남자 나에게 콩깍지가 제대로 씐 거 같다.

"그거 알아요? 내가 그대 처음 봤을 때 너무 예쁘다고 생각한 거?"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다. 난 그저 평범한 외모를 가졌는데 자꾸 예쁘다고 하니 온몸이 베베 꼬일 정도로 낯간지럽고 민망했다. 하지만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건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나보고 예쁘다고 하는데 마다할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난 얼굴보단 몸매가 더 예쁜데?"

민망함+장난스러움으로 맞받아친 내 말에 "그대 몸매는 환상이지." 그는 내 말에 한 술 더 뜨면서 나를 비행기에 태워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게 만들어 버린다. 비록, 나를 적극적으로 꼬시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입 발린 말이라도 상관없다.




우리는 한참을 깔깔대며 웃으며 또 바닷가를 걸었다.

"Can I hug you?"

내 눈을 쳐다보며 나지막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말한다. "응"이라고 대답하고 그의 품에 안겼다. 그는 어깨가 굉장히 넓은데 가슴도 넓었다. 합격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후디를 입은 그의 가슴에 내 얼굴을 파묻는데 그의 심장에서 난리가 났다. 쿵쿵대는 소리가 내 귀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리는데 저러다가 심장마비 오는 거 아닌 가 싶을 정도로 그의 심장이 빠른 속도로 쿵쿵 쿵쿵 대고 있다. 혹시 내 심장소리도 저렇게 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심장아 제발 나대지 마..


"좋아해요 많이"

그가 고백했다. 나에게 하는 행동과 말을 통해 이미 나를 향한 그의 마음 어떤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으니 가슴이 터질 거 같다. 그의 품은 넓고 따뜻하고,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그의 중저음 목소리는 감미롭다.

바다에선 무얼 보고 무얼 하더라도 다 예쁘고 애틋하다.




작가의 이전글 어쩌면 우리는 운명 두 번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