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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junwon Dec 21. 2022

02. 요가 첫걸음

요가를 그리고 TTC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인도에서의 TTC를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정리하는 글입니다. 과거이지만 현재형을 사용하고 시간순으로 작성했습니다.



높은 문턱을 넘다

남자에게 요가는 문턱이 높은게 사실이다. 요가의 연관 이미지는 유연하고 화려한 몸짓, 몸에 딱붙는 타이즈 그리고 여자가 하는 운동이다. 인도에 와서 알았지만 요가 선생님은 대부분 남자이고 (물론 남성 우월주의 문화 탓이겠지만) 잔근육이 가득하지도 않다. 간신히 요가원에 등록은 했지만 첫 수업을 듣는 것은 매우 곤욕스러웠다. 매트는 어디가 윗면인지, 나는 어디에 자리하면 되는지도 어렵다. 수업 전부터 누구는 명상을 하는 것 같고 누구는 이미 몸을 풀고 있는데 나는 그저 구석에 앉아 선생님이 들어와서 어떤 지시를 하기 전까지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하며 기다렸다. 정말 다행인 것은 높은 문턱은 여기까지였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어떻게 아셨는지 내가 처음인 것을 알았고 천천히 따라만 하라고 말씀 주신다. 선생님은 이렇게 하세요 라는 말과 함께 꼭 처음이신 분들, 컨디션이 안좋으신 분들은 이렇게만 하세요 라고 덧붙인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한번씩 와서 핸즈온을 하는데 ㅇㅇ님이라고 이름까지 불러주신다. 아 이게 뭐라고, 고작 내 이름을 아는게 뭐라고 이게 그렇게 사람 기분을 편안하게 해준다. 나는 돈을 낸게 아깝지 않다. 나는 나를 아는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요가에 반하다

첫 수업이 끝났다. 사바사나에 들어간다고 한다. 사바사나는 또 무엇인가. 여전히 무엇인지 모른 채 사람들이 눕길래 따라 눕는다. 매트에 누워서 무엇을 하는가 기다리고 있는데 선생님이 아무 말이 없다. 수련 후 몸에 남아있는 모든 긴장을 풀어내는 시간인건데, 어떤 구령이 또 나올까 싶어서 나의 첫 사바사나는 그렇게 경직된 채로 누워있었다. 선생님이 불을 끄고 나서야 쉬는거구나 싶었다. 호흡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눈을 감는다. 천장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잔잔히 들린다. 고요하다. 편안하다. 곧 생각들이 올라온다. 다 끝내지 못하고 나온 회사 업무, 내일 해야 할 미팅들, 집에 가서 정리해야 할 일, 연락이 필요한 곳들 등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 알아차린다. 지금 떠오르는 이 생각들, 이 생각들은 그동안 어디있다가 나오는거지? 잠시도 잊으면 안되어서 항상 머리위에 떠 있었던 이생각들은 지난 한시간 수업동안 어디에 가 있었던거지? 요가를 하는동안 나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의 몸, 나의 움직임만 생각했다. 그러느라고 어떠한 다른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제보니 나의 몸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내 몸의 한계와 현실을 느끼고 인정하는 데에만 집중하였다. 그래 이것이 요가구나! 내가 오로지 나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구나. 쾌감이 올라온다. 현실을 잊었다. 나만 생각했다. 이렇게 나는 요가에 반하게 되었다. 다음날도 다음날에도 나는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매일 요가를 하러 갔다. 이제 요가를 좀 더 깊이 알고 싶다. 일주일을 빠지지 않고 갔으나 그저 국민체조를 따라하는 수준이다. 여기에서 한 층 더 들어가면 무엇이 있을까. 요가는 어떤 운동이길래 유튜브와 인스타에 사진과 글이 넘쳐날까. 더 깊이 배워보고 싶다. 휴직도 할 계획이니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 검색한다. 전국에 유명한 요가원의 글들이 올라온다. 인도/발리/태국 등 전 세계의 요가로 유명한 곳들이 있음을 알게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하고 있었다니. 신세계를 접했다.



OM YOGA ACADEMY TTC 300

말 그대로 300 Teacher training Course는 요가 강사의 자질을 갖추기 위한 300시간의 훈련 과정이다. (어이없게도 나는 TTC가 무엇인지, 지금 내가 배우는 것이 TTC 과정인건지를 여기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TTC 시간표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다. 하루 종일 회사 책상에 앉아 일해야 하는 나로서는 너무 신선하고 새로운 일상이었다.

옴 요가 아카데미 300 TTC 시간표, 평일엔 운동 주말엔 여행,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정인가.


그리고 아사나, 철학, 해부학, 명상을 담당해 주시는 어벤저스 같은 든든한 선생님들까지 모든게 완벽하다.


하타요가 : Shatveer 선생님
앞으로 우리의 몸을 변화시켜주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시는 자랑스러운 Shatveer 선생님


요가 철학, 해부학 : Kelly 선생님


명상 : Mandeep 선생님



나를 인정하자. 아프지 말자.

워낙에 바닥과 한몸이 되는 것을 좋아하고, 틈만 나면 누워 쉬는 것을 즐기는 내가 유연함을 바라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요가를 하면서 알게 된다. 아주 기본적인 동작조차 안되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것을. 단기간에 집중하고 열심히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정직하다는 것을. 내 몸은 내가 지내온 시절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한가지 목표가 생긴다.

아프지 말자.

여기 있는 동안 아프지 말자.

감기에 걸리거나 담에 걸리거나 무엇이든 몸에 탈이나면 한달 일정 중에 일주일을 잃는다.

이 곳에서 신체적으로 확 달라지는 나를 기대하여 욕심 부리지 말자.

내 몸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하여 모든 수업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최대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요가를 위한 모든게 완벽한 상황에서 나의 아픔으로 인해 배우지 못한다면 나에게 실망스러울 것이다.


느낌있는.. 인도 약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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