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물어 주세요, 그 입(2)
평소 내가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인지, 아닌 편인지 그다지 깊에 생각해보지 않았던거 같다. 내가 나의 걱정 총량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결혼하고서야 알았다. 걱정인형이 백만개 필요한 그(들)에 의해서였다. 나는 그(들)에겐 걱정 따위 모르고 사는 세상 맘편한 사람이다. 내가 생각할 때 쓰잘데기 없는 걱정들을 한가득 짊어지고, 그 걱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은 오히려 나에게 내가 너무 안전불감증이라나 뭐라나. 나는 사실 그(들)이 걱정이 많건 적건 아니 세상 그 누구가 걱정을 머리에 이고지고 살던 바다에 다 내던저버리고 살던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에겐 그게 문제가 된다는 거다. 그리고 그들의 걱정이 자꾸 나를 갉작갉작 긁어댄다는게 또 문제가 된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때부터 육아휴직을 시작했고, 2학기가 되고 석달은 학교 입구까지 등교를 함께 했고,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 1학년 1학기때보다 현저히 줄어든 학교 앞 엄마들과 스스로 해 보는 것도 재미있어 하는 아이를 보며, 과감히 12월부터는 현관에서 인사를 주고 받았다. 결혼 후 걱정 총량이 조금 늘어난 나였기에 하교도우미가 없는 시간에 마치는 요일에는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걸 계속했다. 하지만 내가 등하교를 같이 하지 않는다는 걸 안 그 순간부터 어머니의 또 하나의 걱정이 시작되어버렸다. 아직 위험하다, 걱정이다, 그래도 나가봐라 등 나에게 등하교를 함께 할 것을 권하셨지만 나는 무언의 거절을 이어나갔고 결국 어머니는 아이들과 통화할 때마다 학교를 조심히 다녀야 한다는 당부를 하루에도 몇번씩 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아이들은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
오늘 내 꼭지를 돌게 한 것은 "이렇게 추울 때 꼭 학원을 가야 하나?"라는 말 한마디였다. 사실 이 모든 게 매일 의미없이 반복되는 영상전화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말한다디에서 갑자기 영상전화로 불똥이 튀느냐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영상전화를 매일 한다. 주말엔 2-3번 할 때도 있다. 나는 영상이라는 매체가 불편할 뿐 손자, 조카를 보고 싶어하는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며, 내가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말한마디가 없다면 그마저도 하든말든 상관이 없다. 그런데 사실 아이가 어른과 진중한 대화가 될 만큼 나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래에 비해 철이 덜 든 편인데다 자기 소유의 핸드폰이 없다보니 영상전화를 할때면 핸드폰에 뜨는 각종 스티커, 말풍선 등에 정신이 팔리기 일수고, 자기들이 필요한 거 말할 떄 외에는 그닥 전화에 집중하지 않는다. 게다가 '매일매일'이다. 친한 친구도 매일매일이면 할 얘기가 있을까?싶은데, 그 매일매일을 지켜내시며 하루라도 전화를 안하면 다음날 꼭 할머니가 전화를 기다렸다, 보고 싶었다는 등의 말씀을 남기니 하루도 건너뛸 수가 없다. 그런 말 듣는게 나는 또 싫으니 어쩔수가 없다. 아무튼, 이런식의 영상전화가 계속 되다 보니 실제로 알아야 할 정보들은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다. 오늘 그 한마디도 그래서 듣게 됐고, 결국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아이가 다니는 줄넘기 학원에서는 평소에 수시로 포인트가 적인 종이를 준다. 어떤 날은 릴레이 줄넘기 경기에서 이기면 받아오기도 하고, 다중뛰기를 잘해서 받아오기도 하고, 그것들을 모아서 일년에 두번 정도 마켓데이라는 것을 진행한다고 안내를 받았었다. 이번엔 얼마전에 무려 5천포인트를 얻고는 마켓데이가 펼쳐지는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것이다. 그깟 날씨 따위가 막을 수 있는 정도의 들뜸이 아니었다. 사실 나에게는 오늘이 마켓데이던 아니던 날씨가 춥다고 학원을 빠진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번주에 수영도 빠짐없이 다녀왔던 터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 차가운 바람따위 맞지 않는 지하2층에 주차를 하고 있으며, 수영이든 줄넘기든 차에서 내려서 5발자국 정도만 가면 건물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학원에 가고 말고의 정도는 일일이 그(들)에게 컨펌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인 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겨울이면 추운게 당연한 게 아닌가? 오히려 추울수록 운동을 해서 몸의 기운을 더 올려야 하는게 맞지 않나? 야외에서 하는 스포츠 학원도 아니고 실내에서 하는 줄넘기구만, 아~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