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택 아래의 전략: 네일 아티스트에게서 배운 PM 속성

분홍 빛 네일 샵과 회색 빛 회의실의 공통점은?

by YUNIKE

정말 오랜만에 네일 샵을 찾았습니다.

운 좋게도 동네 네일 샵 한 곳에서 바로 방문하면 기본 케어는 가능하다고 하여 얼른 아점을 먹고 방문했어요.


네일 아트를 받는 시간은 어떤 대화가 생겨날지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과 함께 어색함도 예상되는 그런 시간입니다. 방문하자마자 첫 느낌은 당연히 어색하고 낯설지만, 사장님께서 젤 네일에 대한 자연스러운 권유와 함께 손톱이 약해지지 않도록 드릴로 갈 거나 심하게 네일 버퍼로 갈아내지 않는다는 이 샵 만의 장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여러 샵을 다녀본 결과 손톱이 상하지 않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대부분의 샵들이 최대한 안 상하게 하겠지만 어느 정도 손상은 '어쩔 수 없다'거나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은 화학 약품으로 제거하는 '쏙 오프'*를 하지 않고 화학 약품 대신 물을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젤 네일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시기 위해 제거할 때 남아 있는 베이스조차 없애려는 손님의 경우는 예외) 가장 제 취향에 맞는 '가치관(사업 방향)'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화학 약품이 없기도 하고, 그런 냄새를 맡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쏙 오프(soak off): 네일 아트에서 젤 네일, 아크릴 글루 등을 전용 액상으로 녹여서 불린 다음 제거하는 것


어차피 제대로 다른 일을 하기는 어려운 시간이기에, 가볍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해 브런치 글로 작성해 보고자 합니다.




약 3년의 수련 기간


네일 아트는 비교적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기술이기도 합니다. 어떤 연예인은 쉬는 날 직접 집에서 젤 네일을 하는 엄청난 손재주를 자랑하기도 하는 걸 보며,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직업적으로는 분명 다른 이야기일 것입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위헤 학원에 다니고 '실무'를 익히기 위해 샵에 들어가서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회사도 인턴을 하고, 창업가들도 각자만의 직장 생활을 거치듯이 네일 아티스트들도 자신의 샵을 열기 전에는 거의 무조건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고객 손에 직접 작업을 하기 전에 일하는 곳의 상사분들에게 해보며 연습하고, 손님에게 직접 해보면서도 초반에는 실수를 겪기도 하며, 힘든 시간도 많이 거치지만 그렇게 성장해 간다고 합니다. 단순히 기술뿐만 아니라 샵을 운영할 때 필요한 예약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해서도 배워야 합니다. 아주 바쁜 샵이라면 2년, 길면 3년까지도 실무 경험을 쌓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비교적 40대 이전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는 합니다.


역시 '조금 더 쉬운 길'은 없다


누군가는 회사 생활이나 일반 자영업보다는 네일 아티스트가 더 쉬워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 과정에서 어떤 샵에 고용되어 일을 할 때 그 자체만으로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 그 상사와 관계를 잘 쌓고 그 분께 필요한 내용을 잘 배워야만 업무적 스킬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사람에 따라서는 더 힘든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PM 역시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생각이 되었습니다. 명확한 PM의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일하는 환경에 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실무 경험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업무적인 경험을 하며 쌓는 소프트 스킬도 필요합니다.


제품의 비전을 세우고,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고, 팀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아예 프로젝트의 첫 시작부터 주도하며 아이템 기획부터 시작한 제품이 출시되기까지는 수많은 실패와 피드백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듯 같은 두 세계


네일 아트와 IT 업계라는 '도메인'만 다를 뿐, 네일 아티스트 창업가와 PM은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됩니다. 두 직업 모두 아래의 공통적으로 아래의 사고 과정과 접근법을 따르며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고객의 니즈를 깊이 이해한다

트렌드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반복적인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 나간다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합적으로 고려한다


시장 조사 & 고객 페르소나 이해

샵을 내기 위해 지역을 조사하고 시장 분석을 할 것입니다. 동네 분위기와 주 고객들의 성향에 맞춰 그에 맞는 분위기로 샵을 구성하고 가격을 책정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액자처럼 생긴 스탠딩형 야마하(YAMAHA) 스피커의 음질과 직접 손을 씻고 오는 과정과 깨끗한 세면대에서 좋은 사용자 경험을 받았습니다. PM이 다양한 사용자 페르소나를 기반으로 제품을 설계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접근법입니다. 결국 둘 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실천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산 관리 및 리소스 최적화

제한된 창업 자본금을 가지고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한정된 업무 시간, 예산을 가지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네일 디자인 스킬과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PM이 제한된 개발 리소스, 시간, 예산 내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 고민하는 '리소스 최적화'의 과정과 맥락이 동일합니다.


마케팅과 브랜딩

단순히 네일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브랜딩하고, 작품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터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자인을 구상하는 것도 네일 아티스트가 고민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요소 중 하나일 것입니다. PM 역시 제품의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에 깊이 관여하며, 사용자들이 '자랑하고 싶은' 제품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음 번에 네일 샵을 방문할 때는 단순히 예쁜 네일을 받는 것을 넘어 그 광택 아래 숨겨진 전략적 사고 과정을 발견해보는 것도 흥미롭겠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하는 일과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분홍빛 네일 샵과 회의실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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