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주는 감정의 변화
우선 짤막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목은 조금 어그로를 위하여 '여자'라는 성별을 적었으나 사실상 남녀 할 것 없이 이러한 생각의 흐름을 가지는 '유형'이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더 정확하게는 '나'라는 한 명의 여성이 느낀 바임을 밝힌다. 그냥 한 사람의 생각의 단면으로서 편하게 읽히길 바란다.
초고 없이 새벽에 쓰는 거라 요점만 짧게 정리된 글은 아니지만 일단 초안처럼 쓴 글이나마 남겨 본다.
1. 평소의 에너지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
20대에는 체력도 체력이지만, 업무에 메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 에너지가 더 풍성하다. 다만 그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할지 모르기에 평소의 일상에서 에너지 레벨 자체가 높게 유지되거나 불쑥 불쑥 높아지기도 한다.
30대에는 정신적 에너지가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생기지만 쓸데없이 낭비하는 일은 적다. 조직 내에서 나의 커리어를 가꿔가고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너무 힘을 줄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된다. 노련해진 만큼 아드레날린이 폭발할 일은 적어지기에 이 부분이 마치 겉으로는 패기나 열정이 줄어든 것처럼 비춰질지도 모르나 그런 것은 아니다.
2. 사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든다.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신선하고 새로운 만큼 설레고 조금은 두려우면서도 긴장과 기대감으로 마음이 들뜨는 법이다. 그건 부인하기가 어렵다. 경험이 쌓이면 처음의 재미와 호기심은 줄어들지만 연륜과 노하우의 지혜가 생기는 것은 명백한 Trade-off이다. 둘 중 하나만 얻고 싶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결국 처음을 지나 익숙한 경험이라는 걸 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순리이다.
30대에는 사람들은 다 차이는 있어도 결국 큰 틀에서는 비슷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고, 특정 인물에 대한 환상이란 게 잘 생기지 않는다. 즉 '통깍지'라는 게 씌기 어려운 것이다. (원래부터 어려웠던 내겐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사람의 관계 역시 우정이든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이든 연애든 다 비슷하게 시작하고 끝나는 과정들을 겪다 보면, 그런 일들이 더 이상 '자극' 거리가 되지 않는 시점이 온다. 즐겁고 좋더라도 그게 '자극'으로까지 와닿는 일은 매우 드물어진다.
그렇다 보니 마음에 '훅' 하고 흔적을 남기는 매력을 마주하지 않는 한 사람에게 마음을 품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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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문득 어렵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모든 건 내 짝을 못 만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게 참 큰 이벤트이기에 그저 기다릴 뿐이다. 없으면 없는 거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