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움직임
글을 쓰기 싫은 요즘이지만 써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비워내기 위해 어렵사리 기록하다 보니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그저 어둡기만 하다. 그래서 다시 지운다. 그리고 반복한다. 이것이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집 밖으로 나서기 싫은 몸을 이끌고 거의 매일을 운동하러 갔다. 오늘은 정말이지 한걸음도 나가기 싫었다. 그래서 집에서 글이라도 쓰면서 마음속에 있는 무엇이라도 기록해보자 싶어 무작정 노트북을 켰다. 쓰고자 하는 마음 없이 써 내려간 글이 좋을 리 없었다. 내 이야기를 함에 있어 전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요즘, 글 속에 솔직함을 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끄집어 내려하지 말고 글이 안 써지는 지금의 이 상황을 솔직하게만 써보자.'
다시 병원을 다니고 약 복용을 시작한 걸 알게 된 신랑은 힘들어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무 오래 헤매지 말고 돌아와. 가족들은 항상 네 곁에 있어." 위로에 익숙지 않은 그가 내뱉기엔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 말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내가 꾸준히 약을 복용한 후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며 이어서 말했다. "다르게 생각하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네가 힘들어했던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그래." 그렇다. 내가 그랬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침묵을 유지한 채 모두가 노력 중이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육퇴 후 오롯이 보내는 내 시간만큼은 잘 즐기고 싶었다. 없는 에너지를 다 끌어모아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음 날에 타격을 줄 만큼 내 상태가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아이들이 곤히 잠든 후 이른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루는 마무리된다. 안방으로 들어가 포근한 이불을 턱 끝까지 당겨 덮고 눕는다. 퇴근하고 온 신랑은 조용히 안방문을 닫았다.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하루 중 가장 포기하고 싶지 않은 시간을 과감히 놓은 것. 그때부터 나만 있는 공간에서 하루 동안 들쑥날쑥했던 마음을 진정시키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까지.
지금의 나에겐 내 의지로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우선일 것이고 병원과 약은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역할 딱 그 정도이다. 이 두 가지의 순서가 뒤바뀌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글 속에 비슷한 내용의 다짐을 기록해 두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함이고 보다 더 확고히 행하기 위함이겠지. 너무도 별 볼 일 없는 이러한 노력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진 알 수 없다. 내가 겪고 있는 안 좋은 상황들보다 그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들을 글 속에 더 담을 것이다. 그리하여 내 시선이 어두운 길이 아닌 밝은 빛으로 향할 수 있도록, 그래서 다시 생활에 웃음이 가득할 수 있도록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금방 돌아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