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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May 04. 2021

제주도는 가고 싶고 비행기는 타기 싫다면 (육로+배)

서울-광주-완도-제주

제주도는 가고 싶었는데 비행기는 타기 싫었다. 결국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될 것을 이틀에 걸쳐 이동해서 겨우 제주도에 도착했다. 강남에서의 외근은 다행히 예상보다 이른 오후 4시경에 마무리되어 광주행 KTX를 타기 위해 서둘러 용산역으로 향했다. 용산역에 도착해서는 이른 저녁식사로 황탯국을 주문했다. 위장이 안 좋아진 이후로 김치 같은 매운 반찬을 먹지 않아 반찬이 상에 오른 직후 되돌려 보내려니 이미 손님상에 놓은 반찬은 무조건 버린다며 그냥 놔두고 가신다. 손님이 나간 후 손님상에 남은 모든 잔반들은 한 곳으로 부어 버리는 걸 보고 신뢰가 가는 식당이라 시간대가 애매해 거의 텅 빈 식당에서 맛있게 혼자 황탯국을 거의 다 비웠던 것 같다.  아직 광주행 KTX 시간이 40분 정도 남아 상가를 구경하고 있는데 회사 후배한테 다급한 연락이 왔다. 1-2장짜리 영문 설명서를 번역해 달라고 사정사정하는데 거절할 수 없어 급히 1층 카페에서 카페라테를 시키고 앉아 20분 정도 번역을 해 넘겨주고 급한 마음에 승강장으로 달려가 기차를 탔다. 내가 만약 이 기차를 놓치면 앞으로의 10여 일간의 일정이 다 틀어지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다.

업무를 마치고 광주로
광주 송정역

저녁 9시경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순천에 갈까 목포에 갈까 하다가 두 도시에는 완도까지 가는 우등버스가 없어 전라도의 교통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광주를 택했다. 광주에서는 잠만 자고 아침에 바로 완도행 버스를 탈 예정이라 광주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광주역에서 터미널 근처 숙소까지는 지하철로 30분 정도 걸려서 늦은 밤 이동이 피곤했지만 아침 10:30 버스라 무리래서 터미널 근처에서 자기로 했다.

광주의 호텔에서

낯선 도시에서 모텔에 자는 것은 역시 부담이 되어 5-6만 원대의 리뷰가 아주 좋은 호텔을 잡았는데 리뷰대로 여사장님이 아주 친절하시게 프리미엄 룸으로 업그레이드에 아침 뷔페까지 공짜로 넣어 주셨다. 방에 들어가니 말로만 듣던 스타일러가 있어 사실 스타일러가 필요 없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넣어 두었는데 글쎄...... 스타일러의 좋은 점은 크게 느껴보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웠다.

광주-완도 우등버스

다음날 아침, 무료로 제공해 주신 아침 뷔페를 맛있게 먹고 버스터미널로 가 5000원에 2개 들은 키미테를 샀다. 중학교 때 수학여행 이후로 구경도 못해본 키미테였지만 완도항에서 제주로 배를 타기 4시간 전 귀밑에 붙여 멀미를 예방하고자 했다. 2개가 들어있어서 1개는 갈 때 나머지 1개는 제주에서 나올 때 붙일 예정이었다. 2시간여를 평화롭게 달리던 버스는 완도 인터체인지 부근에서 멈춰 섰다. 인터체인지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차량의 운전자 및 동승자 한분 한분 모두의 체온을 재고 있었다. 서울역이나 광주역 그리고 광주터미널에서도 보지 못한 삼엄함 풍경에 잔뜩 긴장했다. 급기야 버스에 방호복을 입은 분이 올라 승객 모두의 체온을 쟀다. 버스 밖에 붙여 놓은 기다란 현수막에는 체온 37.5도가 넘으면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글귀가 쓰여있어서 제주에 가기 전에 바로 자가 격리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모두 체온이 통과되고 우리 버스는 30분을 더 달려 드디어 완도 터미널에 내릴 수 있었다.

완도의 마스코트 해초와 미초

완도 터미널에서 내려 시외버스터미널 벤치에 앉아 키미테를 붙였다. 거울이 없어 아슬아슬했지만 제법 귀밑에 키미테가 붙은 것 같아 뿌듯. 키미테의 부작용으로 오한, 두통 등에 시달릴 수 있다는 글귀에 이러려면 뭐하러 멀미 증상과 비슷한 부작용을 가진 키미테를 붙이냐 싶었는데 다행히 그런 부작용은 없었다. 그런 후 제주로 가는 배가 있는 완도항까지 30-40분을 땡볕에 걸었다. 물론 시내버스가 있었지만 아직 배를 타기 전까지 4 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완도 터미널에 내린 순가 여기서 4시간을 보내는 일이 쉽지는 않겠구나 짐작이 되어 되도록 천천히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완도는 2015년 여름 제주에서 배를 타고 들러본 경험이 있지만 그때 내가 완도에 머문 시간은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 고작 1시간 정도. 이번에는 완도 여행을 잠시나마라도 해보자는 일념으로 조금 이른 버스를 타고 도착했는데 햇볕이 따갑고 사람이 드문드문 보이는 조용한 거리에서 나는 앞으로 4시간이 정말 길겠구나 하고 느꼈다. 거리를 걷다 카페라도 들어가 볼까 두리번거렸으나 그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개인이 연 아담한 카페 또한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완도항에 거의 다다른 후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아 오선 바다 근처를 돌아보다 목이 마르면 편의점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해야지 싶었다. 완도 해안 근처에서 반겨준 해초와 미초 안녕.

완도

완도 바다와 바다 근처에 꾸며 놓은 공원을 지나 앞으로 제주로 가는 배를 타야 할 완도항의 위치를 먼저 확인한 이후에 아차, 점심을 먹어야지 싶었다. 속이 비면 멀미에 더 취약해지는 걸 경험상 배웠기에 배나 버스를 타기 2시간 전에는 꼭 밥을 먹어야만 했다. 식당들을 두리번거렸으나 혼자서 맘 편히 먹을만한 음식이 보이질 않았다. 거의 모든 식당의 메뉴가 2인분 이상. 이 2인분 이상은 어느 도시에 가든 조금 거나하고 유명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때마다 봉착하는 위기상황. 내가 아는 친구는 혼자 제주도에 갔다가 결국 편의점을 들락거리는 신세가 되었다고 했고 내가 2015년에 제주도에 3박 4일 여행을 왔었을 땐 떡볶이와 짬뽕 같은 중식으로 식사를 대충 때우기도 했었다. 이제는 제주가 좀 더 달라졌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제주도에서 혼자 밥 먹기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었다.

해물뚝배기와 선물로 받은 감

 식당을 찾아 헤매다 그나마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그 와중에 혼자 앉아 식사를 하시는 분이 보여 망설임 없이 그분 옆 옆의 자리에 앉아 해물뚝배기를 주문했다. 해물뚝배기는 나 혼자 산다에서 데프콘이 먹을 때 나도 정말이지 한 번은 꼭 제주도에 가서라도 먹고 싶었던 음식이었다. 앞에 앉은 손님들은 해물뚝배기에 모둠 생선구이까지 시킨다. 생선구이도 정말 먹고 싶었는데 2인 이상만 주문이 가능해서 1인으로는 제대로 된 생선구이 먹기가 정말 힘들구나 싶었다. 집이 근방이라면 싸가서라도 먹고 싶을 만큼 정말 다양하고 먹음직스러운 생선구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지역의 해산물은 서울 같은 도시에서 맞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구나 싶었다. 드디어 주문한 해물뚝배기가 나왔다. 생각만큼 해산물이 쌓여 있거나 푸짐해 보이진 않았지만 콩나물 해장국 같은 양념애 전복을 비롯한 각종 해산물이 종류별로 하나, 둘 들어있고 말 그대로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먹어 버렸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를 타서 속이 거북할까 살짝 겁이 났지만 음식이 위에 부담을 주거나 양이 아주 많거나 하지 않아서 의외로 속이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니 주인분께서 올해 감이 아주 맛있게 익었다며 바로 먹어도 깨끗하다고 디저트로 먹으라며 하나를 건네주셔서 가방 안에 소중히 넣어 제주까지 갖고 가서 저녁때 대충 씻어 먹었더니 정말 신선하고 달콤한 게 개꿀맛!. 아마 선물로 받아서 기쁘고 괜히 흥이 나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밥을 먹었더니 이제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완도에서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하고 블로그를 뒤져보니 다도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완도타워 쪽으로 걸어 가보기로 했다.  

완도의 모노레일

그냥 걸어서 올라가도 되지만 완도 모노레일을 타보고 싶어서 매표소로 들어가 6000원짜리 편도 성인 티켓을 구매하고 탑승장으로 올라가려니 매표소 직원분께서 가방이 무거워 보인다고 가방을 맡아줄 테니 가볍게 올라갔다 오라고 하신다. 갑자기 받은 친절에 정말 깜짝 놀라고 감동받아 덕분에 홀가분하게 가방 없이 모노레일에 오를 수 있었다. 모노레일은 10분 정도 걸리며 완도타워 쪽으로 천천히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아래쪽으로는 멀리 바다를 위쪽으로는 완도타워와 공원을 바라보며 갈 수 있다.

완도타워. 왜 안 올라갔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완도 레일을 타고 완도타워 공원에 서 내려 공원을 둘러보았다. 생각 외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놀라웠다. 위에서 내려다본 완도, 다도해의 풍경이란.

완도

완도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니, 완도에 안 왔으면 어쨌을까로 바뀌던 심경. 작은 어촌 마을의 풍경을 다도해와 함께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이렇게 아름답게 풍경을 펼쳐져 준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 감사했다.

다도해를 바라보며 허리 돌리기 운동을 해봤다. 귀여운 완도의 마스코트들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그때 왜 나는 완도타워에 오르지 않았을까. 더위에 지쳤던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제주도로 갈 배에 오를 것이 긴장되어서였을까, 아니면 완도타워가 너무 멀어 보였을까. 아니면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완도 풍경만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다시 바다 쪽을 향하여 걸어내려 가다 댕댕이를 만났다.

내려올 때는 걸어와 보고 싶었다. 바다 쪽을 향해서 생각보다 가파른 계단을 하나, 둘 조심스레 내려가고 있는데 멀리서 스님 한분과 커다란 댕댕이 한 마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커다란 덩치의 털이 복실 한 댕댕이에 겁이나 구석으로 가서 계단을 내려가니 댕댕이를 데리고 나온 아이보리 색의 옷을 위아래로 입은 스님이 씽끗하고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짓는다. 계단을 점점 내려서면서 크게 그리고 부분 부분 다가오는 푸른 바다가 높은 곳에서 완전체의 모습을 한 바다를 바라볼 때와 다르게 보인다. 때론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숨어서 푸른 모습을 감추다가도 어느 순간 짠 하고 모습을 드러내 주는 바다. 햇볕이 유난히 뜨거운 날이었지만 청량했다.

계단을 내려 걸어가면 모노레일이 옆으로 속하고 지나간다. 모노레일은 타고 있을 때보다 가까이서 바라볼 때가 더 근사한 느낌이다. 모노레일의 속은 그리 신기하지 않았다. 그냥 친숙한 지하철이나 버스의 내부와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모노레일의 내부도 외부만큼 근사하게 누가 더 근사하게 디자인해 주면 좋을 텐데.

완도항

완도항에 들르기 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완도항 맞은 편의 카페로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핸드폰을 급 충전했다. 이 당시 내가 갖고 다니던 핸드폰은 아이폰 6으로 이미 3년째 들고 다녔기에 조금만 지나도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지던 때여서 왜 진작 새 아이폰을 사지 않았나 후회를 했다. 원래의 목표는 제주도를 가기 전에 배터리가 빵빵한 새 휴대폰을 장만해서 가는 것이었는데, 여하튼 제주여행 이후 배터리의 심각성을 느끼고 바로 새 아이폰을 주문해서 샀다. 어차피 살 것을 조금만 더 일찍 샀으면 좋았을걸. 나중에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걸을 때도 대충 하루 7시간 중 꼭 중간 즈음에서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려고 해 카페에 들러 충전을 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왜 진작 사지 않았을까! 올레길을 걷는 도중 핸드폰 배터리가 나간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할 지경. 간혹 길을 잃거나 혹은 다치거나 해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 충전이 30퍼센트 정도 되었을 때 나는 급히 핸드폰과 짐을 챙겨 완도항으로 갔다. 출항시간 30분 전에 체크인을 맞춰야 했는데 괜히 마음이 조급하여 40분 전에 갔더니 아직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여객터미널 밖으로 나와 완도의 전복 조각상을 구경하며 주변을 걸어 다니다 너도 나도 물고 있는 아이스크림도 하나 따라서 사 먹었다.

내가 탄 블루나래호
겉모습이 근사한 실버 클라우드호

완도에서 제주로 가는 배는 세 가지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완행과 급행 정도로 그중 나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급행인 블루나래호를 골랐다. 이 블루나래호는 2015년 여름 제주에서 완도로 넘어올 때 탔던 배로 그때만 해도 말 그대로 그냥 새뺑(?)이었던 배였는데 5-6년이 더 흐른 지금은 많이 낡아져 버렸다는 인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이 세 가지 배중 아무래도 멀미가 들해 보이는, 크기도 크고 2시간 40분 정도 걸려 블루 나래보다는 천천히 가는 완행 배인 실버클라우드로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출항시간도 너무 이른 아침이라 조금 늦게 출발하더라도 급행인 블루나래호를 선택했는데 그날 뉴스를 보니 실버 클라우드호가 선박 고장으로 인하여 출항이 연기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 배는 결국 다음날 출항을 하긴 하였는데 그렇게 된다면 오늘 이미 예약한 제주 호텔의 하룻밤을 그대로 날려버리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되었다면 완도에서의 하룻밤 묵을 호텔값도 있고 이래저래 여행에 차질을 주었을 것 같다. 나머지 하나는 추자도를 들르는 송림 블루오션호로 5시간이나 걸려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블루나래호. 배 안에서는 그닥 보이는 풍경이 재밌지 않다.

블루나래호는 1등석과 2등석으로 나뉘는데 가격차이는 6000원가량이다. 1등석은 배의 앞쪽으로 전망이 더 좋고 의자가 널찍하고 편해 보였지만 큰 차이도 없어 보여 6000원을 아껴 카페를 하루 더 가자 싶어 2등석으로 예매했다. 가격은 편도로 4만 원 정도. 배에 오르기 전에는 표검사와 함께 신분증 검사 그리고 체온검사를 마쳐야 한다. 배에 들어가기 전에는 입구에서 직원이 자리 번호를 확인하고 자리로 안내를 해주는데 혹시 2등석 손님이 1등석으로 가 앉을까 사뭇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다.

제주에 거의 다 다가가니 밖으로 내보내 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2 좌석을 혼자 차지한 셈으로 창가에 앉았는데 창가에 앉아서는 바다가 잘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아 다행히 블루나래호는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려줘서 멍하니 하늘을 보다 어느덧 꿀잠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제 갑판으로 나가도 된다는 방송에 깨어 화장실에 다녀온 후 밖으로 나가보니 제주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제주에서의 10일이 실감 나면서 조금 심드렁한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선 20분 정도를 남겨두고 오른 갑판에서
하선 준비
멀리 제주시가 보인다

제주항에 내려 작은 배낭을 메고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나갔더니 버스가 여러 개고 서귀포로 가려면 시청 쪽에서 빨간 버스로 갈아타야 3-4번 정차 후 고속버스 마냥 지루하지 않고 쭉 갈 수 있었다. 예전에 제주를 왔을 때에는 일 때문에 와서 제주시 근방에만 머물다 말았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서귀포시에 호텔을 정해서 호텔까지 가려면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빨간 버스가 한라산 쪽으로 올라가자 날이 좀 더 서늘해진 느낌이 들었다.  

빨간 버스를 타고 호텔에 도착

사거리 근방에서 내려 쭉쭉 걸어가니 멀리 내가 예약한 호텔이 보였다. 리뷰는 크게 좋지 않았지만 하루 3만 원가량에 깨끗한 욕실 그리고 바다가 약간이라도 보인다면 나는 불평하지 않을 것 같았다. 호텔 체크인은 조금 시간이 걸렸다. 나보다 먼저 오신 5-6분의 손님들이 체크인을 하면서 주차장 위치가 애매해서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컴플레인을 계속 거셔서 정말 리뷰대로 이 호텔의 서비스는 별로란 말인가 하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체크인을 마치고 방안에 들어섰다.

10일간 묵어간 호텔방과 건물과 건물 사이의 소박한 씨뷰~

내 예상보다 훨씬 좋았던 룸 컨디션과 욕실 (욕실 문이 나무 미닫이 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 그리고 창문의 커튼을 젖히니 건물 틈 사이로 조그마하고 귀엽게 보이던 바다까지. 이 호텔에서 10일가량 머물면서 나는 그 어떤 불평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친절하신 직원분들과 특히 룸 클리닝을 해주시는 분이 너무 친절하시고 룸 상태도 너무 깨끗하게 해 주셔서 체크 아웃 때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쑥스러움에 그냥 오고 말았다.

제주에 도착하고 그 날은 동네 주변을 돌며 조깅을 할만한 곳이 있나 둘러보고 간단히 먹을거리만 사 가지고 들어와 쉬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7시경에 일어나 서귀포 새빛 섬 쪽으로 달려 다리를 건너 오가고 언덕을 넘고 하며 30분 정도를 달렸다.

아침엔 달리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달려오다가 숙소 근처 초등학교 안으로 들어가 한 바퀴에 300미터 정도 된다는 트랙도 달려보았다.  달리기를 마치고 들어온 후 샤워를 하고 간단한 간식을 먹은 후에 10시경 외출을 나갈 때면 복도에서 마주치는 룸 클리닝을 하시는 분이 먼저 "외출하세요?" 하고 물으시기 전에 이제 내가 먼저 "저 지금 나가요." 하면서 인사를 하게 되었다. 나갔다가 저녁나절이나 들어올 테니 편히 청소하시면 된다는 서로 간의 사인 같은 것이었다. 나중에 올레길에 가는 날이면 아침 달리기를 생략했다. 아침에 달리고 걷기 1시간 그리고 올레길 6-7시간은 아무래도 하루치이기에는 너무 대단한 운동량이라 아침 조깅을 포기하고 올레길에 몰두했다. 이래저래 10일 동안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씩을 보내며 즐거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서귀포 내가 머물던 우리 동네

다음 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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