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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ig's Diary

Coffee로 시작되는 베트남의 하루

베트남 핀 커피

by Hungry Traveller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카페에 옹기종기 모여 커피를 마신다. 아침식사를 카페에서 함께 하기도 하고 아니면 길거리에서 쌀국수 등을 먹은 후 카페로 직행해서 출근 전 커피를 즐긴다. 출근시간이 촉박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에 느긋하게 카페에 앉아 친구와 커피를 마신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이 들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평균 기상시간이 5시 반경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 베트남인들은 아침부터 카페에서 약속을 잡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내가 베트남에서 프로젝트를 마치고 떠나는 날 아침, 아침 7시에 우리 집 근처 카페에서 아침식사와 커피를 마시자고 졸랐다. 그 전날 밤까지 부어라 마셔라 송별회 파티를 해주고서도 뭐가 아쉬운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던 나도 그들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새벽같이 일어나 씻고 입맛도 없이 그 이른 아침의 약속 장소로 슬슬 기어가야 했던 기억이 난다. 베트남 사람들 참 정이 많다.

베트남 아침의 거리 커피숍

그리고 특이한 점은 베트남 사람들은 점심 식사 전에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한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는 커피를 빈속에 마시기보다 식사 후 입가심으로 마시는 반면 베트남인들은 이런 우리의 식문화를 이해하기 조차도 어렵다고 했다. 이것은 베트남인들의 점심 식사 후 짧은 취침이라는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커피를 마시면 낮잠을 잘 수 없다고도 하고 식사 후 부른 배에 다시 커피를 붓는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와 또 다른 점은 베트남 사람들은 Big 점심을 먹고 small 저녁을 먹는다는 것이다. Big 점심 이후의 커피 한 잔은 매우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따라서 베트남 카페가 바글바글하는 시간은 주로 출근 전 아침, 점심식사 전 그리고 간단한 저녁 식사 이후 선선한 저녁나절인 듯하다. 특히 점심시간 때와 점심시간 이후 시간은 아무리 유명한 카페라도 텅텅 빈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에어컨이 없는 카페 안은 미칠 듯이 뜨겁다.


한 방울 한 방울씩 베트남 커피를 내려보자


카페 스아 놈

베트남 커피는 일인용 잔에 즉석에서 내려마시는 방법으로 이것이 베트남 커피에 특별한 스타일을 선서한다. 굵게 갈아 낸 커피콩은 얇은 뚜껑으로 가볍게 덮인 그리고 앙증맞은 받침접시에 바쳐진 이 귀여운 프랑스식 물방울 필터 (phin)에 들어간다.

집에서 직접 내린 카페 담 놈


뜨거운 물을 핀에 넣으면 커피물이 천천히 컵 안으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형식이다. 간혹 커피 핀에 굶은 커피가루가 뭉치면 커피 물이 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에는 접시 모양의 받침에서 커피 핀을 들어 올려(뜨거우니 조심) 커피 핀 바닥을 작은 커피 스푼으로 긁어주고 커피 핀을 스푼으로 때려 주면 된다. 만약 아메리카노 스타일로 마시고 싶으면 물을 한 번 더 부어주면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베트남식 블랙커피 (Caphe Den)는 컵 안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지만

커피 핀 없이 나온 카페 스아 다

밀크커피에는 연유가 미리 담겨 나온다. 신선한 우유를 얻기가 힘들었던 탓에 연유를 섞어 마시게 되었고 베트남 북부에서는 이 혼합물을 ca phe nau (갈색 커피)라고 하며, 남쪽에서는 ca phe sua (우유 커피)라고 한다. 주의할 점은 커피 방울을 다 내린 이후에 커피 핀을 제거하고 혼신을 다해 커피를 연유와 섞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섞지 않고 얼음부터 넣어버리면 커피를 연유와 섞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카페 스아 다

나도 처음에는 성급하게 얼음부터 넣어서 폭망 한 적이 있다. (위의 사진 참조)

하지만 커피를 연유와 잘 섞어야 진정한 베트남 밀크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함께 나오는 작은 스푼을 잡고 가벼우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커피를 섞어 보자!

카페 스아 다+녹차

특이한 점은 베트남 커피는 양이 적고 무척 쓴 탓에 위의 사진과 같이 녹차가 늘 함께 나온다. 추운 날에는 따뜻한 차가, 무더운 날에는 차가운 녹차를 함께 대접한다.

대평 커피 핀으로 뽑은 커피

아쉬운 점은 요즘 베트남에서는 핀 커피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이 많이 된 대도시에서의 베트남 인들은 핀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는다. 위의 사진처럼 카페마다 대형 커피 핀을 이용하여 커피물을 내린 후에 커피 핀에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마실 수 있게 한다. 시골이나 아니면 여행자 카페에 가야 핀 커피를 더 자주 볼 수 있다. 듣기로는 빨리빨리 정신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은 핀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커피 방울이 다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커피 핀을 사용하지 않는 베트남 커피는 그다지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베트남 커피는 어쨌든 다 미지근하거나 차갑다


카페 스아 사이공 다+시원한 차

이 커피는 우리가 흔히 아는 밀크커피 아이스로 베트남에서는"카페 (Ca phe) 스아 (Sua:연유) 사이공 (Saigon) 다 (Da:얼음)"라고 부른다. 사이공, 즉 호찌민 지방에서 올라온 커피이다. 웃긴 점은 막상 사이공에 가면 카페 사이공이 없다는 점. 사이공에서 유래되어서 윗 지방에서는 사이공 커피로 파는데 사이공에서는 그냥 카페 스아 다 라고 하면 된다.

커피를 따뜻하게 해주는 뜨거운 물 받침

이 커피는 카페 (Cafe) 스아 (Sua) 놈(Nong)으로 따뜻한 밀크 커피이다.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면서 미지근하게 식기 때문에 커피 컵 아래에 뜨거운 물을 넣고 컵을 담아 커피를 따뜻하게 하는 것인다

기차역에 새벽에 도착하여 마신 카페 스아 놈+뜨거운 물 받침

사실 미지근한 건 매 한 가지나 그래도 성의가 예쁘지 않은가.

촛불로 커피를 따뜻하게...

계절에 따른 베트남 커피의 작은 배려라고나 할까.

take away~

베트남의 커피 Take away.

친절하게 저렇게 얼음도 따로 담아준다. 저 커피 봉다리를 들고 슬금슬금 일터로...

베트남의 하루는 이렇게 커피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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