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 통을 통째로 주스로 마셔 버리리라
중국에는 어느 도시에 가든 보행로라고 하는 차 없는 길이 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만 명동 같은 느낌의 거리로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긴 길을 사이에 두고 양 옆에 상점들이 즐비한 그런 거리이다. 중국 계림의 보행로에서 만난 앙증맞고 특이한 수박 주스. 크기는 우리나라에서 파는 애플수박 보다 약간 작은 크기인데 그 값은 몇 배로 싸니 꼭 한 번 마셔볼 만한 주스라고 생각됐다. 미니 수박 한 통을 통째로 주스로 마셔버리는 식인데 과연 수박 껍질 안의 수박 속이 빨리기는 할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기이한 수박주스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수박 주스를 마시려고 기다리고 있어서 이들이 어떻게 주문을 하는지 일단 살펴보았다. 보아하니 수박 크기에 따라 10원짜리 혹은 15원짜리, 즉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1660원에서 2490원가량의 가격이었다. 그리고 냉장고에 보관해 둔 차가운 수박을 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자연 그대로의 수박을 시킬 수도 있는 것 같았다. 주인아저씨 같은 사람에게 10원을 내고 냉장고를 가리키니 "빙?"이라고 되물으며 내가 앞으로 마셔버릴 수박 한 통을 꺼내 온다. 팥빙수의 빙인가 보다 생각하며 오늘도 생존 중국어 하나를 습득할 수 있었다.
만드는 모습을 자세히 보니, 일단 칼을 수박 꼭지 부분에 집어넣어 꼭지 부분을 포함하여 5cm의 길이의 수박 속을 빼낸다. 그 후에 칼이 달린 이 노란 기계에 속에 수박을 놓고 칼을 방금 전에 뽑은 수박 꼭지 부분에 넣으면
아마 칼이 수박 안에서 쫙 펼쳐지며 회전하면서 수박 속을 긁어내며 잘게 부수어 버리는 방식인 듯했다. 그렇게 수박 속에서 칼을 몇 분 정도 회전시키면 드디어 수박 주스가 Ready!
얼음을 따로 넣고 갈지 않았기에 더욱 건강한 수박 주스.
이 수박이 싫다면 그냥 평범하게 갈아 넣은 우리가 흔히 아는 주스도 주문이 가능했다. 망고, 수박, 패션 푸르트 그리고 코코넛 주스까지 아주 다양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기 귀찮은 사람들은 미리 갈려 있는 이 주스들을 사서 마셨다. 하지만 이런 주스는 너무 흔하니 나는 조금 기다리더라도 꼭 수박 통째로 마셔 버리는 이 귀엽고 앙증맞은 수박 주스를 마시고 싶었다.
친절하게도 수박 껍질로 빠져나온 수박 물을 휴지로 닦아내어 내어 수박 통을 내민다. 그러면 원하는 빨대 색을 골라서 수박 구멍 안으로 집어넣고 보통 스무디를 마시듯 구멍이 넓은 빨대를 쭉쭉 빨면 된다. 처음에는 수박 알이 굵게 나와 혹시 목구멍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는데 그냥 보통 수박 주스처럼 잘 갉아져 있는 게 신기했다.
만약 수박을 주스로 만들지 않고 그대로 먹고 싶다면! 이 역시 가능하다!
이렇게 미니 수박을 반으로 잘라서 팔기도 한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수박 속을 긁어먹으면 되는데 노란 수박도 함께 있고 먹기도 편하지만 냉장고에 들어 있지 않아 조금 미지근하다
계림의 호수 주변을 걷다 목이 마른 사람들이 찾는 미니 수박 반통
이날은 계림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저녁을 굶을 수밖에 없는 날이었는데 다행히 이 한통 수박 주스로 배고픔을 가실 수도 있었고, 8시간의 긴 기차 여행의 피로까지 말끔히 씻어 주었던 정말이지 신비한 수박이었다. 초록색인 수박에 어떤 색의 빨대가 어울릴까 고심하며 고른 파란색 빨대. 빨대 고르는 재미도 솔솔~ 귀여운 미니 수박 주스. 또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