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카페 순례
콩 카페(Cộng Caphe)는 공산주의와 베트남 전쟁을 테마로 한 베트남의 카페 체인으로 베트남 젊은 층과 예술가들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베트남어로 콩(Cộng)이라는 뜻은 공산주의를 뜻하며 더하여 플러스(Plus)라는 뜻도 함께 가져 플러스(+) 카페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공산주의와 전쟁이라는 거부감으로 인해 콩 카페에 들어서기를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면 콩 카페는 공산주의와 전쟁을 찬양하기보다는 유머스러운면서 친근감 있게 그리고 아주 유니크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에 첫 개업을 했을 때에 레닌의 업적을 유모스럽게 표현하는 포스터와 메뉴들 때문에 초기에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나 현재는 베트남 각지에 체인을 개설할 만큼 그 인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콩 카페는 우아함을 가미한 밀리터리 데코로도 유명하다.
군대의 색인 카키색을 테마로 하고 있고 벽은 시멘트를 대충 바르다 만 느낌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오래되어 보이는 테이블과 촌스러울 수 있는 붉은 꽃무늬 쿠션을 놓은 나무의자를 세트로 하여 1900년대의 오래된 TV와 전화기, 타자기 등도 놓아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Old period에 향수를 갖게 만들어 준다.
요즘 한국 카페에서 사라져 버린 성냥 또한 이곳에서는 발견할 수 있다.
콩 카페는 각 지점에 따라 각기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체인점이라고 해서 본점을 그대로 흉내 내지 않고 각 지점만의 인테리어와 테이블과 의자 배치 등이 색달라서 각 지점마다 돌려가며 다녀보는 것도 좋다. 요즘은 콩 카페의 체인점이 많이 생겨 예전처럼 '와! 콩 카페다' 혹은 '콩 카페에 한 번 꼭 찾아 가보고 싶다'라고 하지 않아도 하노이 각지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만날 수 있을 정도이지만 각 체인마다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어 여러 체인을 돌아다녀도 새로운 콩 카페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콩 카페의 커피 맛은 또 다른 플러스(cộng)이다. 콩 카페는 베트남 전통 커피의 맛에 콩 카페만의 유니크한 향을 더해 새로운 커피 맛을 탄생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콩 카페의 시그니쳐 커피는 바로 코코넛 커피 셰이크. 베트남에 코코넛 커피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현지인들에 그리고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고 할 수 있다.
하노이의 많은 카페에서도 코코넛 커피를 팔고 있지만 커피맛이 밍밍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반면, 콩 카페의 코코넛 커피는 코코넛의 향뿐만 아니라 베트남 특유의 쓴 커피의 향도 함께 담았기 때문에 특히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 위에 둥둥 떠있는 달콤한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지루해질 때쯤 빨대로 연유를 섞은 커피를 빨으면 쓴맛이 첨가되어 그 느끼함이 금방 가라앉기 때문에 한마디로 '단쓴'의 맛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콩 카페에는 커피뿐 아니라, 차,
스무디, 주스, 게다가 맥주도 팔고 있고 소금에 묻힌 땅콩 등의 간단한 안주와 함께 즐길 수도 있다.
로컬 카페보다는 비싸지만 스타벅스보다는 현저히 싼 가격도 맘에 드는 점 중에 하나.
콩 카페의 커피와 찻 잔 또한 옛 향수를 불러일으켜 준다. 사실 전쟁을 격지 못한 우리 세대에게는 진짜 전쟁보다는 어린 시절 봐왔던 전쟁영화를 연상시켜주고 왠지 아련한 기분에도 젖어들게 해준다.
무심하게 양철 컵에 담아주는 커피와 차가 콩 카페의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중 하나가 아닐까.
직원들의 복장 또한 빠질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다. 군인들을 연상하게 하는 카키색 모자에 카키색 티셔츠와 바지 그리고 역시 카키색의 긴 앞치마를 두른 그들의 모습은 전쟁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곤 한다.
콩 카페에서는 직접 만든 콩 카페만의 기념품도 팔고 있는데 이 중에서 나는 양철 컵과 접시를 눈여겨보며 살까 말까 현재도 고민 중에 있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해바라기씨와 함께 음료를 마셔보는 것도 좋다.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까먹어도 좋고 만약 혼자라면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되는 마법의 씨앗. 오늘도 나는 해바라기 씨앗의 껍질을 까서 씹어대며 하루를 곱씹어 보곤 한다. 그래도 괜찮은 날이었다며.
사파(SAPA)의 콩 카페
콩 카페는 전국에 여러 체인을 갖고 있지만 가장 놀라웠던 곳은 바로 베트남 북서쪽의 산골 마을의 사파.
정말 살만한 도시거나 혹은 아주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고서는 감히 콩 카페를 만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올해 들어 다시 찾아본 사파의 시내에 드디어 자리한 콩 카페. 다른 지역의 콩 카페와 다른 점은 바로 사파에 살고 있는 소수 민족스러운 소품들에 있다.
사파는 베트남 북서쪽의 해발 1600미터가량에 위치한 마을로 여러 소수민족이 모여서 산골 지대에 쌀농사를 지어 계단식 논으로도 아주 유명한 지역이다. 여러 계단식 논을 봐왔지만 여태까지 사파만큼 아름다운 계단식 논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소수민족이 손수 만든 천이나 소수민족의 사진 등을 걸어 놓아 더욱 유니크하게 느껴지는 사파의 콩 카페.
해발이 높기 때문에 비가 오면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곳이기에 나는 이곳에서는 주로 따뜻한 차를 마셨다. 패션 프루트 알맹이가 가득 들은 차, 그리고 베트남 전통 간식까지 함께 나오는 베트남 녹차를 마시며 사파에서의 춥고 외로운 밤 시간을 보내곤 했다.
저녁시간이 되면 사파의 소수민족들의 전통악기로 공연까지 있어 차를 한 잔 마시며 전통 음악에 빠져들 수도 있다. 사파 시내를 돌아다녀보면 마음 편히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는 은은한 커피향의 카페 보다는 밥을 파는 식당히 훨씬 많다. 만약 노트북을 들고 편안하게 커피 한 잔을 하고 싶다면 혹은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야간 버스나 기차를 탈 시간을 기다리거나 한다면 이곳 콩 카페만큼 오래도록 마음 편히 앉아 있을 곳은 사파에는 없는 것 같다.
이곳...... 한동안 그리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