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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Sep 02. 2017

모두가 행복한 하노이의 주말 차 없는 거리

모두가 행복한 주말이라 좋다

2016년 어느 순간부터 시작된 베트남 하노이의 호안끼엠 주변, 여행자 거리의 주말 차 없는 거리. 작년 10월의 어느 날, 이 차 없는 거리를 접하고는 무슨 축제라도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정확히 금요일 저녁 7시에 시작하여 일요일 새벽 2시까지 마감하는 이 차 없는 거리가.

하노이의 흔한 저녁 거리

하지만 알고 보니 2016년 9월 1일부터 매 주말마다 이 차 없는 거리가 시행되고 있었고, 그 수많은 오토바이와 차들을 주말 내내 차단한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게만 느껴졌었다. 이는 하노이를 본격적인 관광도시로의 탈바꿈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원래는 밤 12시 내에 문을 닫아야 하는 주변 상가 및 술집들도 새벽 2시까지 법적으로 오픈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많은 여행객들 및 시민들이 하노이의 night life를 한껏 즐겨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길이 막히는 하노이 퇴근 시간 거리

오토바이 부대와 심한 매연, 시끄러운 소음. 참고로 베트남은 2025년까지 오토바이를 포함한 개인 소유의 교통수단을 줄여가기 위한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뭔가 오토바이 부대가 없는 하노이는 허전할 것 같고 그 매력이 덜 하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에 휩싸였다. 이제 늘 소음과 매연에 둘러싸이는 하노이의 올드 쿼터 지역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하노이 거리에서 이렇게 한가로이 걸을 수가 있다니

아무튼 하노이의 호안끼엠 지역은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 조용하고 그나마 상쾌한 공기 그리고 여기저기서 벌여지는 거리 공연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는데... 오토바이 부대 걱정 없이 길을 건너데며 다리가 아프면 중간중간 쉬기도 하고. 다만 주말 저녁에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이 걷기에 가장 좋았다.

한낮에도 차 없는 거리는 계속되지만 거리 공연이나 재밌는 볼거리는 저녁나절부터 밤까지만 하고 낮은 아무래도 태양이 무척이나 뜨겁다. 그래도 차 없는 거리를 한가로이 걷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특히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그늘이 많아서 그럭저럭 걸을 만하다.

코코넛 아이스크림 300원

그리고 한낮의 열기를 시켜주는 아이스크림. 특히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코코넛 아이스크림의 맛이란. 다만 빨리 녹아버려 황급하게 먹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족 사진이라도 찍는 것일가. 근처 명품백화점 앞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 표정. 하노이에 머물면서 이젠 금요일 저녁 7시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하노이 호안끼엠 주말 차 없는 거리 속으로

드디어 금요일 저녁. 차 없는 거리를 마지막으로 걸어본 것이 2016년 10월이라 사실 아직도 하노이 호안끼엠 주변 차 없는 거리가 시행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차 없는 거리가 그냥 한시적인 축제 정도였겠거니 생각했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 5시경부터 호안끼엠 주변을 맴돌았으나 여전히 차와 오토바이의 행진은 끊이지를 않고... 안 하나 보군... 아쉬운 마음에 근처 한국 분식점에서 달걀말이 김밥과 어묵 하나를 저녁으로 먹고 다시 호안끼엠 주변을 맴돌아 보았다. 호안끼엠을 한 바퀴 돌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한 2 바퀴 돌고 있었더니 어느 순간 정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경찰차가 차량들을 가로막고.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기다리던 차 없는 거리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도 더 이상 정확할 수 없는 딱 저녁 7시. 아직까지 거리는 한산했다. 난 이때가 가장 좋다. 사람도 차도 없는 정말 한산하고 광활한 거리. 그런데 습관이 참 무서운 것인지 차도 없고 경찰도 떡하니 지키고 있는데 차 없는 차도로 내려서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아! 오늘 차가 안 다니지 하고 뇌가 정보를 전달해 주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내 두 다리는 다시 인도 쪽으로 올라서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다시 차도를 걸어보자. 주말만의 이 특권을. 그래도 어느 순간 내 다리는 다시 인도 쪽으로 향한다. 왜 이러는 걸까. 아이고 내 다리야 하며 혼자 웃었다.


차 없는 거리 속의 사람들

독사진 삼매경은 어딜 가나 빠질 수 없는 것. 특히 베트남 여자들은 혼자 예쁘게 혹은 그런 척(?)을 하며 사진 찍는 것을 무척이나 즐긴다. 가족단위, 혹은 친구끼리 몰려나온 사람들은 호안끼엠 거리를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호수가 길쭉하게 동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아니 우리도 모르게 모두 구경하면서 돌고 또 돌고 또 돈다.

길거리에서 키와 체중을 재 주는 기계 위로 올라가면 천하에 공개되는 키와 몸무게. 어른 들도 길거리에 노래를 부르며 모여 신나게 춤을 추어대는 게 정말 신기할 따름.

특히 선선한 저녁나절이면 사람들이 더욱더 많이 이쪽 차 없는 거리로 몰려든다.

하노이 강아지들 모여 모여

하노이의 차 없는 거리는 강아지도 사람과 함께 걷는다. 이 차 없는 주말 거리에서 만난 강아지들은 서로 으르렁대지 않고 잘들 놀며 지내는 게 신기했다.

역시 동물도 사람을 따라가는 건지 친절한 베트남 사람처럼 동물들도 친근하게 굴어준다.

하노이 사람들은 동물 사진을 찍는 것을 흔쾌히 허락한다. 아니 아주 반갑게 찍어줘서 고맙다는 표정을 짓는다. 강아지들도 즐기는 이 차 없는 거리는 하노이의 큰 기쁨 중의 하나로 정착된 것 같다.


차 없는 거리와 아이들

아이들이 행복해야 진정 행복한 나라가 아닐까. 이 차 없는 거리의 최고 혜택자는 안만 봐도 아이들. 비누거품 방울을 쫓아 달리고 또 달리고 터뜨리며 까르르. 나도 모르게 그들과 경쟁하며 비눗방울을 쫓아 달려가곤 하는 내 다리;;

하노이 호안끼엠 차 없는 거리에는 아이들만을 위한 거리가 있을 만큼 아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아이들도 직접 나서 공연에 참여하기도 한다.

장난감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거리를 누비며 내달리는 하노이의 아이들. 여전히 천진함을 갖고 있는 이곳의 아이들이 부럽다.

동물 가면 친구들

사실 이 동물가면들의 목표는 캔디 팔기. 개당 500원 하는 캔디를 팔기 위해 가면 속에 숨어 춤을 추고 사진을 찍어 준다.

도라에몽의 뒷모습

귀여운 도라에몽의 뒷모습.


운동 운동

차 없는 거리가 아닐지라도 매일 저녁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 모여 운동을 하는 베트남의 여자들. 특히 서양인들에게는 그 모습이 신기한지 우르르 춤추며 운동하는 베트남 여자들에 달려가 같이 율동에 매진하는 모습은 주변 현지인들에 커다란 웃음을 주곤 한다.

준비운동 중

호안끼엠 호수의 저녁나절에 이들이 없다면 얼마나 심심할까.

모두가 하나 되어 전통놀이를
대나무를 이용한 전통놀이

우리에겐 이제 멀게만 느껴지는 줄다리기나 대형 줄넘기들을 이곳 차 없는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서는 원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가 있다.

그냥 아무 편에 붙어 하나가 되어 줄을 당기면 그만이다. 진 편이나 이긴 편이나 결과는 큰 웃음. 구경하는 재미도 정말 쏠쏠한 명장면이다.

줄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재빠른 이단 줄넘기 줄. 용감한 베트남 어린이들이 주로 도전하며 학교에서 이런 줄넘기 수업이 있나 할 정도로 능숙하다.

길거리 공연에 취해 함께

밤 8시가 넘어가면 다채로운 공연도 펼쳐진다. 마술사나 음악 연주팀 그리고 나 홀로 춤이나 노래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누군가 공연을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게 둥글게 원을 만들어 공연자를 중심으로 빙 둘러싸게 된다.

나 홀로 연주자

용감하게 홀로 연주하는 서양 여행자도 보이고

댄싱 대회

대학교에서 나와 댄스 경연대회도 하며

사자탈 춤

곧 추석 때가 가까워지니 사자탈을 쓰고 베트남 전통 공연 또한 볼 수 있다.

그리고 먹거리 & 쇼핑

근처 주말 마켓인 동쑤언 마켓으로 가면 먹거리와 쇼핑 거리도 한 가득!  특히 먹거리로는 김밥과 떡볶이 그리고 튀김과 꼬치들이 이 주말 나이트 마켓의 가장 핫한 음식이다.

과일 무늬 옷을 잔뜩 걸어놓고 파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고 베트남의 명물인 바게트도 맛볼 수 있다. 내 생애 최고의 바게트. 한국에서는 저런 바게트를 언제나 팔을 런지.

주말 나이트 마켓

나이트 마켓 끝부분에는 고기나 해물을 구워 코코넛 술과 함께 즐길 수도 있는데 이 또한 별미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도 많고 액세서리나 옷들도 많은데 역시 여행자보다는 현지인들을 위한 시장인 듯하다. 그만큼 아주 유혹될만한 물건들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현지 시장과 현지인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곳.

태국에서 보았던 회전 아이스크림도 한창 인기를 끌고 있고 그 외 길거리 꼬치나 소시지 흡입도 가능하다.

웨딩 촬영의 메카

젊은 층이 많아 미래가 밝다는 베트남.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은 정말 흔히 볼 수 있고 따라서 출생률도 높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 명품 백화점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이곳은 아름다운 하노이의 명소로 소문난 거리이다.

호안끼엠 앞 분수대 근처

매주 금요일이 되면 기다려지는 저녁 7시. 차 없는 거리. 오늘, 토요일 밤의 열기를 이 곳 하노이 호안끼엠의 차 없는 거리에서 느껴 보기 위해 다시 호수 주변을 돌고 또 돌을 예정이다. 아무리 돌아도 질리지 않는 이 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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