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로 달아 파는 베트남 열대과일들
베트남 거리를 걷다 보면 과일을 어깨에 지고 파는 상인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과일을 사 먹으려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가격이 얼마인지 혹시나 바가지를 쓰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큰 마트에 가면 kg당 얼마라고 가격이 붙어 있지만 대형 마트에서 사는 과일은 그리 신선하지 않고 시장에 비해 가격도 비싸다. 게다가 뭔가 심심하다. 재미가 없다.
시장까지 가자니 걷기엔 너무 덥고 멀고 택시를 타자니 택시비가 더 들어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역시 길거리 노점이나 과일을 들고 다니며 파는 길거리 아주머니의 과일을 사 먹은 편이 편리하다. 그리고 뭔가 재미가 있을 것만 같다. 혹시 바가지를 쓸까 겁도 나지만 바가지를 써 봤자 고작 kg당 10000동, 즉 500원 정도다. 그래도 만약 제 값에 과일을 사고 싶다면 kg 당 10000동 정도 깎으면 된다.
예를 들어 만약 촘촘 (Chôm chôm:람부탄)이 1 kg 당 50000동(2500원)이라면 40000동(2000원)! 하고 부르면 거의 제 값이라고 볼 수 있다. 아니면 그냥 힘들게 과일을 지고 다니는 그들에 10000동 정도 더 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 라고 여기면 그만! 사실 나도 처음에는 베트남 전통모자를 쓰고 과일을 어깨에 지고 다니는 아주머니를 세워 과일을 사는 일이 쉽진 않았다.
아침이면 늘 지나다니는 하노이 대형병원 근처에는 서민들을 위한 밥집과 과일 노점들이 즐비했지만 이상하게 비싸게 부르지 않을까 혼자 겁을 먹고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과일 한 번 편하게 사 먹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베트남 거리의 열대과일들은 나를 유혹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니 목이 심하게 말랐던 그리고 태양마저 너무나 뜨거웠던 그 날에는 발리로 여행 간 친구가 하노이로 오기로 되어 있어 과일을 사들고 마중을 가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 봤다. 드디어.
때마침 베트남 현지인들이 용안(Nhaõn)을 흥정 중이었다. kg당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봉지를 사고 50000동짜리를 내니 거스름 돈을 10000동 정도 내주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은걸?
나는 그냥 금액을 원래 아는 척, 베트남에 오래 산척, 무심하게, 하늘 쪽을 쳐다보며 슬쩍 20000동을 내밀었다. 아주머니는 아무 말 없이 돈을 받아 쥐더니 용안을 한 움큼 쥐어 저울에 단다. 저울에 맞춰 과일을 더 넣고 빼고 하더니 나에게 500g임을 확인시켜 주더니 과일을 바닐 봉지에 담아 줬다.
속으로는 과일보다 나뭇가지가 더 많군 싶었지만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하나하나 까먹었더니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게다가 육즙도 가득하고 많이 달지 않아 참 맛있게 잘 먹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베트남어로 촘촘(Chôm chôm)이라 불리는, 그 귀여운 이름보다 더 귀엽게 생긴 람부탄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한 번 길거리를 과일을 사 먹어 봐서 그런지 왠지 용기가 커졌다. 얼마냐고 다짜고짜 물었더니
역시나 kg당 50000동을 부른다. 하지만 40000동! 하니 바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귀여운 촘촘을 대충 비닐봉지에 담아 무게를 재기 시작했다.
다음 날 만난 베트남 친구가 직접 이 촘촘을 살 때 베트남 상인은 그냥 처음부터 40000동으로 시작한다. 친구에게 바로 오! 나한테는 무조건 50000동이라니 웃는다. 아주머니는 촘촘을 저울에 무게를 재며 확인시켜 주더니 촘촘을 비닐봉지에 담고는 마지막으로 한 움큼 촘촘을 더 집어넣어주며 웃음까지 보여주셨다.
베트남 사람끼리 서로 한 움큼의 촘촘으로 정이 더 오가는 모습에 괜히 내가 기분이 더 좋았다. 역시 자국민 사랑은 자국민으로부터다 느꼈다.
내 베트남 친구는 내친김에 저녁식사 전 애피타이저로 과일에 소금, 후추 그리고 고춧가루를 버무린 걸 (Cóc xoài ổi muối ớt) 사겠다고 나선다. kg당 30000동으로 30000동 이하는 팔지 않는다 하여 어쩔 수 없이 한 봉지 가득. 수많은 과일 중 원하는 과일을 조금씩 골라서 담아 달라고 하면 된다.
단짠의 맛에 새콤이 첨가된 이 과일 무침은 주로 베트남 현지 여자들의 간식으로 이 달고 짜고 새콤하기까지 한 간식 때문에 내 베트남 친구는 결국 저녁을 거른 채 물만 계속 들이켰지만 뭔가 계속 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며 다음에 또 사 먹고 싶다고 했다.
다음에는 망고 (xoài) 등 더 많은 과일 사기에 도전해 보리라. 파는 상인들 모습도 재미있고 흥정하기도 즐겁고 이렇게 과일을 재밌게 신기하게 사 먹을 수 있다는 게 그냥 좋다.
아직 시즌이 아닌 măng cụt 즉 망고스틴은 좀 더 오래 기다려 보고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