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ngry Traveller Sep 01. 2017

왜 베트남 사람들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있을까?

베트남의 작은 의자와 사람들

베트남 사람들은 왜 작은 의자에 붙어 따닥따닥 앉아 있을까?

게다가 왜 우리나라에서 흔히 목욕탕 의자라고 부르는 그 플라스틱 의자에서?

하노이의 흔한 아침  거리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붙어 앉아서 수다를 떨어대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은 베트남에 와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갖았을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이 이해가 안 되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그야말로 아리송한 진실. 이에 대해서는 주관적이라면 주관적일 수 있는 몇 가지 '썰'이 존재한다.

하노이 올드쿼터의 맥주 거리에서

우선 서양인에  비교할 때 몸집이 자그마하고 마른 신체적 특징을 들 수 있다. 베트남의 18세 남성의 평균 키가 164.4cm 그리고 여성의 평균 키가 153.4cm로 과거 10년간 고작 1.0~1.5cm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대체로 몸도 마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작은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일이 일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베트남 남자와 불편해 보이는 서양남자

대체로 몸집이 베트남 사람들보다 큰 서양인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옹기종기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모습을 아주 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하노이의 맥주거리에서

그러면서 어떻게 저들의 무릎은 저렇게도 굽혀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하노이의 차 없는 거리

사실 이 작은 플라스틱 의자는 어린아이에게도 그리 편안해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하장성의 토요마켓에서

두 번째로는 동양의 좌식문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집 안으로 들어설 때부터 신발을 벗고 생활을 한다. 따라서 바닥에 앉아 생활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작은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태안 꽃지 해변

하지만 같은 좌식문화를 갖고 있는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은 베트남 사람들처럼 작은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커피를 마신다던가 밥을 먹는 일을 그리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간혹 간혹 그런 모습들이 보이긴 해도 정말 흔하지 않은 그리고 뭔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위에 설명한 것처럼 과거에 비해 키와 몸무게의 큰 차이를 보이는 일본, 한국, 중국에 비해 베트남은 10년 동안의 키의 성장이 1.0~1.5cm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여전히 작은 의자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듯하다.

그리고 작은 체구와 좌식문화에 더해 그 이유로 가장 근접하는 것은 바로 '비용'에 있다. 싼 값에 실용적으로 면적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값이 싼 플라스틱 의자를 다닥다닥 붙여놓으면 더 많은 이익을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탁자 마저 이 작은 플라스틱 의자를 사용하니 큰 면적이 필요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비싼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들어서면 베트남에도 널찍한 면적에 크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조용하게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수가 있다. 다만 그 가격은 커피를 기준으로 볼 때 길거리 플라스틱 의자에서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대략 4배가량 차이가 난다.

하노이 호안끼엠

이러한 작은 플라스틱 의자는 주로 거리의 노점에서 많이 사용된다. 거리의 노점으로 무겁고 커다란 의자 밑 테이블을 갖다 놓고 다시 정리하고 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 의자 사용이 편리할 것이다. 게다가 요즘 베트남에서는 거리의 노점을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불법 노점 철수를 위해 경찰이 떴다면 이런 작고 가벼운 플라스틱 의자들을 착착 포개서 도망가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운 날씨 또한 그 이유에 한몫한다. 싼 값에 커피와 음식을 제공하는 이런 가게들은 대부분 에어컨 시설이 없고 선풍기를 틀어대기 때문에 비교적 그늘이 있거나 선선한 저녁이 되면 길거리의 플라스틱 의자를 내어 놓는다.

그러면 선풍기를 틀은 가게 구석에 앉는 것보다 선선한 저녁의 공기를 싼 값에 즐기며 앉아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에(Hue)의 거리 노점 카페

하노이를 포함한 베트남 내 대부분의 도시의 인도는 오토바이나 길거리 노점들로 인해 걷기가 쉽지 않다.  

하노이 올드 쿼터 골목의 술집

골목 또한 술과 커피를 파는 노점들로 빼 곡 빼 곡 채워져 있다.

후에(Hue)의 흐엉강

밥을 먹을 때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강이 가까워 강바람이 부는 곳이라면 오래 앉아 있을만하다.

후에 (Hue)의 분팃느엉집

하지만 더운 날씨에 이렇게 숯불로 굽고 굽는 장소에서의 이런 작은 의자는 나에겐 역시 불편하고 덥다.

후에(Hue)의 거리 신발 수선공

일을 할 때도 목욕탕 의자에서 한다. 더 이상 편안하게 보일 수 없을 정도로 이 작은 목욕탕 의자 위에서 편안하고 능숙하게 일을 해낸다.

하노이의 담배가게 아저씨의 늦은 점심

길거리 노점상의 혼밥도 이 작은 플라스틱 의자로 급조한 식탁과 의자는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밥이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는 닭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베트남 사람들은 이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편안하게 커피와 음식을 즐기고 또 즐기고. 점점 개인주의화되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들의 모습은 답답하면서도 참 정겹게 느껴진다.

내가 사본 플라스틱 탁자와 의자

그래서 나도 구입해 보았다. 베트남식의 플라스틱 탁자와 의자를. 처음에는 여기에 앉아 열심히 일을 해야지 했지만 역시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쑤셔와서 나중에는 그냥 진열용으로 사용하고 말았지만.

비닐 아래 비를 피하며 목욕탕 의자에 앉아
매거진의 이전글 할리우드 영화를 틀어주는 터키의 후미진 찻집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