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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ig's Diary

인도-짜이(홍차)도 라면 냄비로
끓여야 제맛!

인도 홍차 맛보기

by Hungry Traveller

45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인도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짜이 (홍차)를 즐긴다. 일단 인도에서 45도가 넘는다는 것을 상상해 보자. 이것은 그야말로 온몸이 불타는 그런 느낌이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뜨거운 태양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먼지 투성이 길가 식당에서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 태양을 노려본다고 해서 될 문제도 아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피해볼까 하는 처음부터 패배 전이다.


인도에 홍차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영국 식민지하에 있을 때부터이다. 영국인들은 인도의 북서부의 해발 2000이 넘는 다질링이라는 곳에 차를 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국 귀족들의 휴양지 개발을 위해 시원한 자소를 물색하러 갔다가 다질링의 기후와 땅이 차밭을 만들기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질링을 차의 재배를 위한 장소로 점찍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차밭을 위한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해 게으른 인도인들 보다 일을 훨씬 잘한다는 네팔인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다질링은 많은 차밭이 생겼고 그 지방에는 네팔리들의 마을이 형성되었다. 층층 계단으로 되어 있는 이 다질링의 차밭은 해피벨리라고 불리며 이 차밭에서 재배된 차가 인도에서는 짜이(차)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어졌고 영국식 차법에 따라서 홍차에 우유를 타마시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한다. 그리하여 이 불볕더위에서도 인도인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찾는 것이 바로 이 '짜이"가 되었다.

길거리 짜이집

인도의 짜이는 흔히 3가지 맛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그냥 홍차 맛만 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는 생강 맛이 나는 짜이다. 그런데 이 생강 맛이 나는 짜이는 왠지 중독이 되는 느낌이다. 생강 맛이 나게 해주는 넛맥을 섞어서 그런 것인데, 왠지 어릴 적에 감기가 걸렸을 때 엄마가 끓여주던 생강차를 떠올리게 해주어서 그러는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인도의 그 영원한 마살라! 마살라 짜이가 있다. 이 마살라 짜이에는 마살라의 재료 중의 하나인 그림 카르다몸을 빻아 넣는 것이다. 약간은 매콤한 맛이 나는 짜이인 것이다. 주로 현지인들이 마시시만 여행자들도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한 잔의 짜이

그럼 짜이 전문가에게 전수받은 짜이를 만드는 법을 간략히 소개해 보자.


1. 우유 한팩(200ml)과 물 반컵을 냄비에 부어서 끓인다(우유 반컵 정도는 남겨두자!)

2. 설탕을 한주먹 넣는다(그녀의 손맛일까? 늘 손으로 설탕을 넣는다)

3. 찻잎을 마찬가지로 한주먹 넣는다

4. 우유가 끓기서 넘치기 직전에 반컵 남겨둔 우유를 넣는다

5. 약불로 줄이고 5분 정도 끓여준다

6. 국자(?)로 컵(긴 유리컵)에 따라 마신다.

만일 집에 찻잎이 없다면 그냥 우유에 물과 설탕을 넣고 끓여서 홍차 티벡을 넣으면 된다.

인도 길거리 짜이가 맛보고 싶다면 넛맥을 넣으면 바로 그 생강 맛도 난다.


짜이도 간을 본다?


짜이 간 보기




자! 이제 짜이가 잘됐는지 간을 보는 일이 남았다. 국자의 끝을 짜이에 살짝 담가 빼어 조금 식힌 후에 손바닥에 아주 조금 따른다. 그 손바닥을 혀로 살짝 핥아서 간을 본다. 이것은 인도인들의 관습이다. 우리나라처럼 국자로 직접 입을 대어 맛을 보거나 혹은 국자에서 숟가락으로 순간이동을 시켜 맛을 보지 않는다. 인도인들은 손으로 맛을 봐야만 제맛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먹을 음식을 만들 때에는 절대 입을 직접 대지는 않는다.





짜이를 찻잔이 아닌 접시 부어 마신다?
짜이 접시에 부어 마시기

버스를 타고 잠시 쉰 휴게소의 짜이집에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어떤 인도 여인이 짜이를 찻잔에서 찻잔을 받치던 접시에 따라서 마시는 거였다. 이것은 또 무슨 인도의 관습이란 말인가? 그런데 어느 영국 영화에서 영국의 노인이 찻잔 접시에 홍차를 따라 마시는 것을 보고 아마 영국에서 내려왔던 차 마시는 법이 아녔을까 했다. 이것은 뜨거운 차를 마실 때 차를 조금 식혀 마시기 위한 방법이다. 사실 찻잔이나 찻잔 접시나 뭐… 찻잔 접시가 특별히 더럽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모습을 보고는 찻잔 접시로 마셔도 그리 더럽지는 않은 것 같았다.

길거리 짜이집—개운한 맛
길거리 짜이집

우선 길거리 짜이집이 있다. 짜이가 아주 싸다. 작은 잔으로 10루피 정도(170원-환율에 따라 달라요)

길거리에 리어카를 끌고 와 짜이를 팔거나 작은 판자를 이어 만든 곳, 혹은 천막을 쳐서 만든 곳에서 짜이를 판매한다.


길거리 짜이가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곳은 기차역 앞이다

12시간 이상을 기차 안에서 보낸 후, 새벽에 기차역에 도달해서 마시는 그 짜이에 맛! 새벽 공기의 차가움을 식혀주는 그 맛은 바로 ‘시—원하고 개운한 맛!’ 그냥 속이 아주 후련해진다.


새벽 바다를 보러 나간 해변가에서 파는 짜이도 정말 맛이 있다

바다의 찬 새벽바람을 뒤로하고 떨면서 마시는 짜이의 맛도 잘 잊히지 않는다. 특히 호텔 체크인 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던 해변 도시에서 마셨던 그 짜이의 맛을.


가게 짜이집

길거리 짜이집에서 좀 더 격차를 올린 것은 가게에 자리를 잡아 만든 짜이집이다.

가격은 길거리 짜이집이랑 비숫한 10루피(170원). 허름해 보이는 건물에 나무로 역은 탁자와 포장마차에서 앉는 그런 긴 의자를 두고서 짜이와 간단한 스낵들을 같이 판매하기도 한다. 인도인들이 열광하는 스낵 중 하나가 바로 사모사이다.

사모사

밀가루를 세모 모양으로 입히고 안에 으깬 감자에 마살라 양념을 한 것으로 그 모양은 꼭 살찐 키세스 초콜릿을 닮았다. 허름한 의자에 앉아 인도 서민들과 함께하는 짜이와 사모사의 조화. 특히 시간 없고 배고플 때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싶다. 이상하게도 짜이집의 주인들은 거의 남자들이다. 인도의 여인들이 아직은 바깥일을 잘 하지 않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아무튼 차를 끓이고 탁자에 걸레질하는 인도 남자들을 보면 왠지 흐뭇한 기분까지 든다.


상가로 자리를 잡은 귀엽고 깔끔한 짜이 집

짜이 값은 한잔에 15루피 정도(340원) 요즘에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냄비로 짜이를 끓이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한다. 자판기 형식도 있지만 자판기에서 나오는 짜이는 너무나 달다. 그렇다고 설탕을 빼서 주는 기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모든 것이 섞여 나오는 것이다. 아니면 설탕이 들어가 있는 뜨거운 우유 자판기를 누르고 그 안에 홍차 티백을 넣어준다. 메뉴도 많이 늘어서 짜이뿐만 아니라 커피에서 셰이크까지 많은 음료들을 함께 판다. 사진을 찍은 이곳은 뉴델리의 코넛 플레이스 근처의 여행정보를 주는 투어리스트 오피스 안에 있는 곳이다. 거의 많은 손님들이 아저씨나 할아버지들이어서 그런지 우리나라 옛날 다방이 떠오른다. 잔잔한 트로트 같은 인도의 오래된 가요들이 흐르면서 그들은 음악에 맞춰 짜이를 마신다. 그리고 짜이 한잔에 느지막이 오래도 앉아 있다.


신세대 짜이 전문점-전통의 끈을 이어 이어

이제 인도가 변하고 있다. 사실 인도에도 많은 셀프서비스 개념의 커피숍이 생겼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역시 짜이를 더 좋아한다. 커피를 즐기는 인도의 인구는 아직 적다. 그들은 아직 커피란 몸에 해롭기만 한 음료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 생겨난 것이 바로 커피숍 개념으로 만들어진 신세대 짜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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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짜이를 판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박 맛 짜이, 체리맛 짜이, 계피맛 짜이, 레몬맛 짜이 등등 여러 짜이의 종류가 생겨났다. 종류에 따라서 가격도 다르지만 세금을 포함하여서

40-60루피선. 옵션까지 딸려서 크림을 얹는다는 가 초콜릿을 뿌릴 수도 있다. 물론 커피도 팔고 있지만 블랙커피나 카푸치노 정도. 커피를 마시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다. 다들 작은 항아리에 담아주는 독특한 개념의 짜이를 마신다. 주로 손님은 젊은 층이다. 그들은 신세대이지만, 신세대 개념의 짜이집이 그들을 전통과의 끈에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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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모사만을 고르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는 짜이와 함께 다양한 케이크와 샌드위치, 랩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안에는 노래방 기계를 같다 놓고 성시경 노래 반주를 틀어대곤 했었다. 목요일 밤은 노래와 함께라고 하면서 노래자랑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편안하고 상큼 실내의 분위기는 젊은 층들을 유혹하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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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차게 만든 짜이도 많이 판다. 보통 아이스티라고 하는데 아이스티 역시 여러 가지의 맛들이 있다. 민트를 뿌려내 온 상큼한 아이스 티이다. 그 모양도 너무 깔끔하고 예쁘다. 예전의 길거리 짜이집에서 이런 모습으로 재탄생된 짜이..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렇게 젊은 감가에 맞춰 재탄생된 짜이집. 전통을 이어주는 이 짜이집은 찾아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차 생산의 주요 국가인 인도. 새로운 방식으로 차문화를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은 정말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짜이의 맛을 내주는 것은 바로 그 짜이를 끓이는 냄비가 아닐까?

라면 냄비로 끓인 짜이

라면을 끓이곤 했던 바로 그 냄비. 보기에는 지저분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짜이를 끓이는 그 수년도 더 되어 보이는 냄비가 짜이를 더 맛있게 해주지 않나 하는 상상을 해본다. 여러 짜이집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맛있는 짜이는 찌그러진 냄비로 끓여서 파는 길거리 짜이가 아녔을까? 짜이를 만드는 자의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찌그러진 라면 냄비로 끓이는 짜이의 맛.그것은 개운한 맛! 우리가 잘 아는 그 시—원한 맛이 아닐까 한다.

이제 홍차를 걸러낼 차례

그리고 인도를 다녀갔던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짜이는 바로 이맛이 아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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