ăn cơm chưa? 밥은 먹었니?
"밥 먹었어?"
cơm, 즉 껌이란 베트남어로 밥이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껌이 밥이라는 뜻이라는 사실이 참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랬다. 베트남의 거리를 서성이게 되면 가장 많이 보이는 간판 위에 쓰여인 cơm.
베트남 사람들은 아직도 예전의 우리처럼 ăn cơm chưa?라고, 밥은 먹고 다니니?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묻곤 한다. 언제 들어도 참 정겨운 인사. "밥 먹었어?"
베트남 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밥집인 껌빈전(Com Binh dan). 서민들의 밥집이라는 뜻의, 말 그대로 소박한 이 밥집은 특히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나 학생들로 가득 차는 곳이다.
서민들의 밥집, 그리고 집밥 냄새
껌빈전은 큰 종합병원이나 대학교, 관공서 근처에 죽 늘어서 있어 그 주변에 가면 항상 맛 좋은 음식 냄새가 풍겨 갑자기 무언가 먹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그 냄새는 집 밥 냄새를 닮았다.
야채와 고기 그리고 해산물로 요리된 반찬들을 서너 가지 골라 접시 위의 흰밥에 얹어 먹는 껌디아(Com Dia), 즉 접시 밥을 파는 곳으로 가격은 베트남 돈 15,000동 (750원)에서 비싸 봐야 30,000동 (1500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밥이다.
소도시에서는 고기반찬을 골라도 20,000동을 넘기기가 힘들지만 큰 도시에는 30,000동까지 하기도 한다.
도로포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시골에서는 이를 껌빈전 대신 더 귀여운 이름인 껌 부이(Com Bui), 즉 먼지 밥집으로 부른다는데 왠지 너무 귀엽게만 느껴지는 이름이다.
껌빈전에서 먹는 껌디아 (접시 밥)
껌빈전에 들어가면 흰밥이 올려진 접시를 들며 기다리며 반찬을 담을 준비를 한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 가면 접시 위의 흰밥은 막 솥에서 퍼 낸 밥이라 김이 솔솔 나며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이제 원하는 반찬을 몇 가지 고르고 접시에 반찬이 담아지기를 기다린다. 이 순간, 아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하면서 선택 장애가 오기도 한다.
주로 야채, 고기반찬 해서 서너 가지 반찬을 고르면 접시 가장자리에 장아찌나 무절임 같은 반찬도 살짝 올려주고 접시를 받아 자리를 잡으면 국물을 따로 공기에 담아 내준다. 국물은 주로 야채를 삶은 따뜻한 야채 물이다.
껌빈전은 주로 반찬과 밥 그리고 국을 밖에서 내놓고 파는 집이 더 많다.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밥을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미 조리가 되어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밥을 먹는 데에 큰 시간이 필요치 않아 많은 사람들이 빠른 시간에 들어오고 나가고 한다.
게다가 이렇게 길거리에서 야채를 다듬어 씻거나 설거지까지 해결하기도 한다. 마치 내 집에서처럼 아주 태연히. 이 보다 더 편할 수 없다.
배가 많이 고플 때는 여러 반찬을 얹어서 먹기도 했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해산물이나 어묵이 있는 껌빈전을 주로 애용했다. 함께 간 친구가 육식주의 자건 해산물 주의 자건 자신이 원하는 반찬을 각각 접시 밥 위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메뉴 선택에 전혀 다툼도 없다.
간혹 어느 껌빈전에서는 퍼나 분, 죽 베트남 쌀국수도 함께 팔아 쌀국수를 원하는 친구와 함께 가도 무방한 곳이다.
바다가 있는 지역으로 갈수록 해산물 반찬이 많고 작은 생선 튀김 한 마리도 얹어 먹을 수 있다.
작은 생선을 하나 올리면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다.
하지만 조금 크기가 큰 생선을 올리면 갑자기 20,000동이 되기도 한다.
역시 바다가 있는 지역의 껌빈전에서 저렴하게 해산물을 많이 얹어서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조금 좋은 식당에 가면 세트 메뉴 정도의 껌디아를 파는데 반찬은 주로 야채나 고기 혹은 야채나 생선 이렇게 2가지가 함께 나온다.
만약에 여럿이 껌빈전에 간다면 밥과 반찬을 따로따로 접시에 담아서 시키기도 한다.
물론 가격은 껌디아에 비해서 조금 비싸지만 여럿이 먹어서 그런지 더 맛이 좋기도 하다.
나의 베트남 집밥
껌디아는 포장도 가능하다. 포장을 해달라고 하면 밥과 반찬은 스티로폼에 담아주고 게다가 국물까지 작은 비닐에 담아 함께 싸 준다.
늦은 저녁이면 껌디아를 포장해서 호텔에서 풀어 먹기도 했지만 역시 껌디아는 껌빈전에서 여러 현지 서민들에 둘러싸여 먹는 게 더 맛이 좋다. 그리고 양이 부족하면 또 시켜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베트남의 서민문화가 낯설기만 했을 때, 집 밥이 그리울 때, 혹은 너무 피곤하여 TV를 보며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방에서 편한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싶을 때 싸들고 오곤 했던 이 밥 한 접시.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 나의 베트남 집밥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