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땀끼 벽화
우연히 땀끼로 출장을 갔다가 시간이 남아 함께 동행했던 현지 의사의 권유에 따라 땀끼의 바다를 구경하게 되었다. 땀끼는 사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바다마을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점차 관광지로 각광받게 되었다는 도시였다. 나는 그동안 베트남의 제3의 도시인 다낭을 차로 이동하면서 땀끼를 늘 지나치곤 했는데 땀끼를 들를 때마다 내가 일했던 도시보다 더 작고 심심해 보이기만 했던 도시였기에 그리 흥미가 당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베트남 중부의 땀끼 (Tamky)의 이 작은 어촌마을은 한국 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 아래 진행된 'Art for a Better Community'라는 프로젝트로 아름답게 재탄생된 곳으로 현재는 외국 관광자보다는 현지 관광자들에 더 인기가 있는 곳이다. 한국의 화가들이 이곳으로 직접 와 베트남 현지 화가들과 합세해 집과 담장에 알록달록 그림을 그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탄생시키고자 하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별 기대도 없이 마을 입구에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 어딘가 친숙하고 알록달록한 그림에 일행들을 뒤에 두고서 나도 모르게 혼자 마을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이 마을의 이름은 Tam Thanh mural village로 입구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베트남어와 한국어로 나란히 쓰여 있는 신짜오 그리고 안녕하세요의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이 벽화가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며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마을의 집과 벽에 칠해진 색깔들은 이 어촌마을과 오묘한 조화를 이뤘다.
이 마을의 기본 분위기를 살려 주면서 예쁘게 만들어 준 색깔들.
허름하고 오래된 집을 아름답게 탈바꿈시켜 버린 듯했다.
이미 한국에서도 벽화마을 등 많이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였지만 베트남 다운 색깔과 그림이라 더 색달라 보였다. 한국적인 문양에 고집 피우지 않고 현지를 더 생각해 주는 그림들이라고 생각되었다.
어린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귀여운 그림들도 많았다.
역시 바다색과 같은 하늘색이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함께 그려진 야자수와 실제 서있는 야자수의 조화.
사진을 집 담장 벽에 그림처럼 붙여 놓은 것도 인상 깊었다.
이 어촌마을의 일상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거리의 갤러리가 탄생한 것만 같았다.
집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림 같다.
집 마당 한편에 걸어 놓은 빨래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뭔가 더 예술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정말로 예술작품 같은 거리도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타일로 붙여 놓은 물고기들이 참 귀여웠다.
집주인이 과일을, 특히 바나나를 가장 좋아하기라도 한 걸까?
베트남 전통 모자를 쓴 여인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골목길의 벽화들.
이 어촌마을은 신기하게 골목이 참 많았다.
골목골목 그려져 있는 벽화들을 갤러리 삼아 마을을 쏘다녔다. 마을 전체가 갤러리 같아 오랜만에 그림을 감상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젖을 수도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지원을 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그림들로 채워져 있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베트남 같은 그림들이 더욱 많았다. 현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프로젝트 같아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았다.
집주인의 가족이 벽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 벽화처럼 이 가족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아마 이 벽화가 그렇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한국 교과서에서 많이 봤던 것 같은 너무나도 친숙했던 그림. 사실 이번 출장은 일본 프로젝트 팀도 함께 했었는데 왠지 내 어깨가 다 으쓱해졌다. 그리고 함께 갔던 베트남 현지 의사와 우리가 일하고 있는 도시에도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어떨까 하며 새로운 계획을 나눌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주었다.
정말 이 곳에서 소원을 말하는 베트남의 아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며 나도 조용히 눈을 감고 소원을 두 개 빌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마을이 더 유명한 관광지로 개발되었으면 하는 소원도 빌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