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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ig's Diary

마시고 바로 던져! 깨 버리는 인도 재활용 흙 컵

인도의 재활용 짜이 흙 컵

by Hungry Traveller

불교의 성지로도 유명한 인도의 북동부에 위치한, 부처님이 득도한 후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설법을 전했다고 하는 인도의 사르나트. 부처님이 득도하셨다는 곳도 구경하고 마침 한국 음식이 그리운 차에 한국 음식과 비슷한 메뉴를 지닌 티베트의 식당에 가기 위해 이곳 사르나트에 잠시 들르게 되었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잠시 목이나 축일 겸 '라훌'이라는 꼬마가 일을 보고 있는 작은 길거리 찻집에 들르게 되었는데.

인도 꼬마 라훙의 짜이집

아직 채 10살도 되지 않았다는 라훌이 일하고 있는 이 길거리 찻집은 우리 돈으로 170원(상상할 수 없는 가격!)씩 하는 작은 흙 컵에 인도식 홍차인 짜이를 전문으로 파는 곳이었다.

떨어질락 말락 대나무로 대충 이어 만든 지붕 아래

역시 나무판자로 대충 세워 이어 붙인 벽.

간이식 나무판자를 열면 바로 찻집이 열리고 나무판자만 닫으면 찻집도 바로 닫히는 이곳, 라훌의 짜이집.

그리고 초라한 과자 통 옆으로 나란히 놓여 있던 것들은

소꿉놀이에나 등장할 법한 작은 흙 컵들과 낡은 주전자 그리고 그 옆에 펄펄 끓고 있는 우유 단지가 전부인 이 찻집. 선반도 그저 시멘트로 발라버리면 끝인 어떻게 보면 소박한 느낌만 남아 있는 이곳에서 나는 답답한 속을 잠시나 풀 수 있었는데.

부지런하고 착한 라훌의 선한 미소도 한 몫한 것도 사실이지만(이렇게 다소곳하게 앉아있을 수가.... 이 아이는 겨우 9살에 불과했다)

때마침 내 옆에 앉아 있던 손님은 인도의 삼륜차인(택시 대용이라고나 할까) 오토릭샤를 모는 오토릭샤 왈라였다. 그는 짜이 한잔을 시키고 짜이가 나오기 전에 우선 알루(감자)를 넣고 튀긴 간식으로 잠시 고픈 배를 채우는 중이었다.

그리고 곧 꼬맹이 일꾼인 라훌이 그의 주문대로 그 애만큼이나 작은 짜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앗! 근데 저 귀여운 물건은 무엇일까? 주전자 주둥이에 꽂혀 있는 저 장난감 같던 흑 컵.

드디어 짜이가 끊고 라훌은 그 장난감 흙 컵에 손을 대었다.

후루 루루.... 짜이가 담기는 소리가 들리면서

한 잔의 짜이가 만들어졌다. 하나의 작품 같은 귀여운 짜이가.

오토릴샤 왈라는 짜이를 한 잎에 다 털어 넣고는...... 흙컵을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화 나는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고 쳐다보는 나를 본 라훌은 이 컵은 원래 마시고 던져 버리는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오토릭샤 왈라가 하는 그대로 나 역시 비운 컵을 흙바닥으로 시원하게 던져 버렸다. 그렇다고 고민에 빠지지는 말 것. 이 흙 컵들은 다시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냥 아낌없이 던져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것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무언가 답답한 일이 있었는지 나는 짜이 컵을 바닥으로 시원하게 내동댕이 쳐버렸다. 느낌이 후련하다! 그래 될 대로 되라지, 어떻게든 되겠지. 나도 덩달아 연거푸 짜이를 3잔을 들이켜고 3번 흙 컵을 바닥으로 내리쳤다. 사실 내리치면서 속으로 소원을 빌었던 것도 같다.

짜이 컵과 함께 고민도 함께 가져가 달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다시 재탄생될 짜이 컵과 함께 내 소원도 이루어 달라고 하면서 말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연들을 안고 잠시 풀어버리는 그리고 다시 지속되는 삶의 시작을 알리는 이 곳

오랜만에 사람 사는 느낌을 알려준 이 작은 짜이 집.

그리고 고마워 라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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