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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Dec 10. 2017

사랑에 빠지고 싶은 자들, 사파의 LOVE 마켓으로

토요일 밤의 열기,  사파 야시장

베트남 북서쪽 산골마을 사파의 한낮은 관광객들을 실은 차량과 호텔 공사 소음으로 소란스럽기만 하다. 한창 호텔 건설이 진행 중인 사파의 비시즌은 하루 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며 오가는 공사차량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걷기가 그리 즐겁지 않다. 신선한 공기에 멋진 라이스 테라스 풍경을 벗 삼아 걸을라 치면 뒤에서 그리고 앞에서 밀려들어오는 차와 오토바이들의 빵빵 거림. 그래도 아침 일찍은 걸을만했다. 비록 비는 왔지만 길을 걷다 마주친 고산족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 춰 손을 흔들어 인사도 하고. 할아버지는 잠깐 놀라더니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주기까지 했다. 오늘은 운이 좋으려나. 사실 고산족 남자들과는 오토바이 택시나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거의 눈도 마주칠 일이 없기에 이 아침의 인사가 뭔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사파의 낮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아마 다들 트래킹을 가거나 투어를 가거나 하고 아니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카페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질 즈음, 사파의 조그만 시내는 차량을 통제하고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금세 채워지게 되는데, 낮과 밤의 차이가 오묘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토요일 밤의 열기,  사파 야시장
사파 성당에 모여 고산족들의 공연을 즐긴다

매주 토요일 저녁부터 밤까지 성당을 중심으로 하여 열리는 이 마켓은 사랑하는 짝을 찾기 위해 고산족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여 LOVE 마켓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사파 성당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선남선녀들이 멋있게 혹은 예쁘게 치장을 하고 나와서 어둠을 방패 삼아 수줍음을 감추고 데이트를 하는 곳이라고 했다. 토요일 저녁 무렵이 되면 온 마을의 젊은 남녀 고산족들이 사파로 모여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거나 게임을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날 밤, 이 LOVE 마켓에서는 많은 커플들이 탄생하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한다고 한다. 이 LOVE 마켓에서 탄생된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하여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되어서 이 사파의 토요일 야시장은 LOVE 마켓으로 일컬어졌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것이다. LOVE 마켓이라는 이름 자체도 사실 아이러니하다. 사실 마켓이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지 마켓에서 사랑을 사거나 팔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마켓은 고산족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뽐내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여러 고산족 어린 여자애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하고 칼라플한 의상을 입고 은색 장신구를 걸고 시장과 마을을 활보한다. 작은 은방울이 달린 그 여자애들의 옷은 맑은 방울 소리를 굴리며 토요일의 저녁 시장을 더 화려하게 만들어 준다. 그 여자애들은 그들과 같은 종족의 의상을 입고 있는 남자들을 눈여겨보고 남자들은 손에 작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데이트 신청에 용기를 낸다. 이 남녀들은 그룹으로 다니면서 원형을 만들어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데이트 상대를 고른다고 한다.

현재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서 남녀의 데이트 장소라기보다는 고산족들이 춤을 추며 관광객들을 모아 돈을 버는 곳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지만 아직도 러브마켓을 두루두루 돌아다녀보면 한껏 멋을 부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한 느낌의 고산족 젊은 남녀들의 모습이 눈에 띄곤 한다. 

성당을 지나 호텔과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길목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야시장이 시작된다. 주로 사파의 고산족들이 나와서 기념품이나 직접 바느질을 한 전통 의상과 가방 그리고 장신구들을 판다.

주말이 되면 차나 오토바이들은 야시장으로 들어올 수 없게 막아 놓아서 자유롭게 거닐면서 물건을 구경할 수 있다. 요즘은 중국에서 넘어온 물건들을 그대로 팔기도 하지만 잘 고르면 사파 고산족이 직접 만든 물건들도 고를 수가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 고산족들이 손수 만든 가방이나 전통 의상들은 염색 처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파란 물이 빠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물이 빠지는지는 가방을 메거나 옷을 입고 한시간만 돌아다녀도 알 수가 있을 정도인데 손이나 가방 안에 든 물건에 묻어나는 파란 빛깔을 확인해 보면 된다. 어느덧 손톱을 포함한 손과 가방 속에 넣어둔 하얀 종기 끝이 푸르게 물들어진 게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산족에게 직접 가방이나 옷을 사기보다는 어느 정도 고급스러운 샵에 들어가 조금 더 돈을 보태서 물건을 사는 편이 낫다.  

아직도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바쁜 시장 속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고산족 아이들.

그리고 주말 시장의 먹거리는 꼬치류가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꼬치를 골라서 사파 비어와 함께 즐기면 된다.

사파 주말 야시장

사파의 주말은 사파에서 3-4시간 달려 도착할 수 있는 박하 일요 시장과 그리고 이 사파 시내의 주말 시장으로 들썩들썩한다. 이곳은 사랑과 원하는 물건을 함께 고를 수 있는 낭만이 있는 그런 특별한 시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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