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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Jan 25. 2018

우연히 만난 베트남의 축구 열기

하노이에서 베트남 붉은 악마 군단을 만나다

1월 23일. 때마침 미팅에 참석한 하노이 빌딩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U-23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나 하며 괜히 조마조마했던 그때, 미팅을 함께 하던 대리님이 핸드폰으로 축구 중계를 틀어주셨다. 베트남 VS 카타르= 2:2

설마 설마 하면서 미팅을 끝내고 장을 보기 위해 하노이의 롯데마트로 이동하여 축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채 한국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고르고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간은 이미 저녁 6:30. 택시를 잡으려는데 택시는 보이지 않고 베트남 국기를 달은 오토바이 행렬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드디어 이겼구나!

이때만 해도 내 맘은 순수했다.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베트남 축구를 응원했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한국과 붙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호텔까지 이동할 택시가 도통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30분 정도를 헤매며 겨우 택시를 잡아탔다. 그런데 이 택시가 나를 그토록 당황하게 할 줄은 이때만 해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냥 태워준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해서 계속 고맙다고 고맙다고 진심으로 태워줘서 고맙다고 운전기사한테 말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축구 얘기를 시작했다. 무척이나 흥분한 것 같았다.

차가 시내 중심가로 들어서자 갑자기 나는 베트남의 흥분한 축구 열기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게다가 수많은 오토바이 행렬로 인해 거리는 꽉 막혀서 내가 탄 택시도 거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택시기사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베트남! 꼬렌 (파이팅). 그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빼고 베트남 국기를 매달고 나온 젊디 젊은 베트남의 청년들을 선동(?)했다. 갑자기 거리가 베트남을 응원하는 함성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택시기사는 미처 베트남 깃발과 깃대를 연결하지 못해서 운전을 하면서 나보고 깃대에 깃발을 달아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의 부탁으로 재빨리 깃발과 깃대를 연결해 그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는 깃발을 창문 밖으로 미친 듯이 흔들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내가 묵고 있던 호텔이 베트남 축구를 응원하는 오토바이 행렬들의 목적지인 호안끼엠 호수와 가까운 편이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이 오토바이 군단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오토바이의 수들은 점점 불어나면서 내가 탄 택시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이때만 해도 무척이나 이 분위기를 즐겼다. 택시 기사 아저씨도 한껏 들떠서 베트남 축구팀을 응원하고 소리치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이 웃통을 훨훨 벗어버린 청년들. 택시 창문에 밖을 내다보며 열심히 사진을 찍던 나에게 한국! 베트남! 을 크게 외치길래 나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주변인들에 한국사람이다! 한국인이다! 외치면서 고맙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국! 최고! 박항서를 외치기 시작.

그렇게 내 택시를 스쳐가던 베트남 사람들에게 나는 잠시나마 영웅 혹은 스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기까지 했다. 다들 내 손을 잡으며 고맙다며 한국 좋다고 마구마구 칭찬을 해주는 덕분에 잠깐이나마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하게 되었다. 자랑스러웠다. 사실.

기찻길에 막혀서 기다리다가 기차가 지나가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들은 더욱 환호성을 지르며 깃발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기차 덕분에 더욱 신나 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도 괜히 좋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택시기사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차 뒤로 과감하게 올라서 소리를 지르며 베트남 깃발을 맹렬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이 아저씨가 사이드 브레이크는 채운 걸까. 들썩이는 차 안에서 나는 겁먹은 얼굴로 아저씨가 흥분을 가라 앉히고 빨리 운전석으로 돌아오기만을 빌었다.

사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즐거웠지만 호텔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나는 그저 호텔로 빨리 가기만을 빌었다. 평소보다 2-3배의 시간이 더 걸리는 듯싶었다.

거리에는 깃발을 파는 사람과 그리고 깃발을 사서 매달고 달리는 사람들로 나뉘기 시작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베트남의 호안끼엠 호수. 여행자 숙소가 모여있는 곳으로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여 하노이 시민들의 사랑을 한껏 받는 바로 그곳. 우리나라로 따지면 광화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날 밤에는 베트남의 부총리까지 호안끼엠 호수에 붉은 깃발을 흔들며 짜잔하고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함성은 새벽까지 끊이질 않았고 맥주 바에는 축구의 우승을 축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다만... 나는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를 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베트남과 결승전에서 붙겠구나 했는데. 괜히 요즘 베트남 사람들에 세 박항서 감독을 돌려달라! 고 외치고 다닌다. 그러면 착한 베트남 사람들은 그냥 이번에는 베트남을 응원해달라고 웃으며 답한다. 그래. 이번은 베트남을 응원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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