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찌아 (밀크티)와 그 외 차 친구들
14년 하고도 6개월 여만에 다시 찾은 네팔.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네팔의 밀크티, 찌아.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그 기간 동안 그다지 크게 변한 것을 느끼지 못했던 카트만두 시내. 여행자 거리인 타멜에 위치한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기 전에 대접받은 밀크티 찌아는 비행과 대기를 합쳐 총 26시간 걸렸던 긴 여정의 피로를 어느 정도 녹여 주었다.
중국 동방항공을 타고 청도 그리고 쿤밍을 거쳐 육로 대신 이번에는 비행기로 히말라야 산맥을 너머 도착하고 마신 찌아는 히말라야 향이 담긴 느낌이었다.
1월 특유의 서늘한 날씨에 향 냄새가 가득한 네팔 여행자 거리 타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분위기와 함께 천천히 찌아 맛을 음미했다.
그렇게 찌아( 밀크티)로 시작한 네팔에서의 여정은 카트만두 시내에 머문 총 10일 동안 언제나 나의 하루에 빠질 수 없는 하나의 일과가 되어 주었다.
다음 날 아침, 유심카드 구입을 위해 들렀던 작은 사원 안쪽에 위치한 문구점에서 심카드 등록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또 한잔의 찌아를 대접받았다.
네팔 상인들이 주로 마시는 찌아로 단돈 20루피. 한화로 200원가량의 찌아. 네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거리를 걷다가 목이 마를 때쯤 길거리에 앉아 시켜 마시면 그 맛이 배에 다른다. 역시 찌아는 길거리표가 최고라는, 가성비 때문이 아니라 그 맛과 향기 그리고 찌아 본연의 맛에 어울리는 분위기 때문인지 작고 허술한 플라스틱 일회용 잔에 마시는 찌아 맛은 그 어느 유명 카페 체인도 따라 올 수 없는 그런 맛이 담겨 있었다.
‘네팔의 스타벅스’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뜨는 ‘히말라얀 자바 커피숍’에서는 현대적인 데코와 맛의 찌아를 마실 수 있다.
세금까지 합쳐 125루피가량인데 길거리 찌아의 6배도 넘는 가격이다. 유명 체인 카페에서 파는 홍차 라테에 비해 단맛이 덜하고 홍차 맛이 많이 난다.
물론 양도 두배 이상 많고 찌아를 라테 마냥 우유 거품으로 데코라지 만들어 주지만, 그리고 길거리에 쭈그리고 먹지 않고 현대적인 느낌의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다지만 사실 길거리에서는 단 돈 200원의 밀크티를 1250원을 주고 마시는 꼴이다. 커피나 찌아와 함께 케이크도 시킬 수 있는데 맛이 좋기는 하나 네팔 물가에 비하면 너무나 비싸게 느껴진다.
그래도 노트북을 들고 가서 일을 하거나 할 때는 역시 최상의 장소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처음에 커피가 들어가지 않은 라테라고 해서 메뉴판엔 없는 티 라테를 시켜봤더니 너무 맛이 흐리고 약간의 커피 맛이 나서 두 번째 갔을 때 다시 물어보니 우유에 커피 향 시럽을 넣은 것이라 했다. 홍차 라테 욕심이 난 나는 매니저에게 요즘 유명 체인에서는 홍차, 녹차 등을 이용하여 라테를 만드니 이곳에서도 이런 다양한 메뉴가 있었으면 한다고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 보여 주었다. 다음 네팔 출장에서는 홍차 라테를 마시고 싶은 욕심에.
일반 커피는 200루피대로 물론 한화로 따지면 2000원대이니, 무척이나 싼값이지만 이곳 네팔에서 125루피를 밀크티 한 잔 값에 쓰기란 심히 말설여 지기도 한다. 작은 접시의 모모(만두) 값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카트만두에서 현지 교사 워크숍을 진행하며 주문했던 밀크티 자르. 인당 20루피로 따져 100인분 정도를 주문했는데 식사 후 마시는 찌아의 맛이란.
작은 양이라 그런디 더 맛나게 느껴지는 걸지도.
현지인과 다방에서 마셔본 찌아의 맛도 일품이었다.
그 외 서늘한 네팔 겨울에 걸맞은 생강 꿀차와 녹차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네팔에 어울리는 차들. 늘 내 바쁜 일과를 달래주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