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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Sep 20. 2017

해외에서 익힌 혼밥의 기술

해외 혼밥의 단계별 기술

혼자 여행을 하면 부득이하게 혼밥을 자주 할 수밖에 없다. 만약 혼밥은 죽어도 못하겠다고 하더라도 몇 끼 대충 때우다가 맛집의 향기에 좀비처럼 두 손을 올리고 맛집으로 끌려들어 가며 바로 익혀지는 것이 해외에서의 혼밥. 현재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해외에서의 나의 첫 X-룸메이트는 혼자서는 무엇이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단 혼밥만 빼고. 그래서 그 친구는 아직도 혼자 여행을 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밥을 한 술 떠서 입 안으로까지 전달하는 그 순간이 너무나 어색해서 도저히 혼자 밥을 먹을 수가 없단다. 그 친구의 말을 듣다가 문득 해외에서의 나의 혼밥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졌다. 너무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야 했던 나의 해외 혼밥들. 그리고 이 해외의 혼밥들은 국내에서의 혼밥 또한 거뜬하게 만들어 주었다.

현지 남자들의 시선을 잔뜩 받으며 먹은 터키의 케밥

혼자 여행 중이라도 호스텔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혼밥을 피할 수도 있지만 혼자 여행을 많이 한 탓인지 지금은 혼밥을 하는 편이 더 편하게 느껴질 경지에 이르렀다. 낯선 사람들과 밥을 먹기란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일이기 때문에 혼자 맘 편히 그때그때 당기는 음식을 골라서 맛있게 냠냠 먹곤 한다. 국내에서도 가끔 혼밥을 하지만 해외 여행지에서의 혼밥은 아무래도 눈치가 덜 보이고 주위 사람 신경이 덜 쓰인다. 왜냐면 나를 알아볼 사람이 없을뿐더러 만약 누군가 나를 쳐다본다 해도 어차피 곧 잊혀질 기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에서의 혼밥이 훨씬 편하고 선택의 폭도 더 다양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 어렵다던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뷔페 혹은 고깃집에 가서 혼밥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해외에서 여행을 하거나 일을 할 때는 부풀어 오르는 식욕을 참지 못하고 간혹 혼자 용감하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밥을 먹는 곳을 과감하게 찾게 되곤 한다.


혼밥을 익히는 데에도 단계와 기술이 있다. 가장 쉬운 단계부터 시작하여 고난도의 단계까지 오르는 동안 차차 익혀지는 혼밥의 기술.

혼밥 때문에 여행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해 본 혼밥의 기술을 지금부터 전수하고자 한다.


조식은 늦게 아주 배 터지게 먹기
중국 칭따오 어느 호스텔에서

만약 혼밥이 너무나도 힘들다면 숙소에서 주는 조식을 든든하게 먹는 것도 방법이다. 나 같은 경우는 혼밥이 전혀 두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식은 무조건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는다. 예전에 밤늦게까지 무언가를 씹어대고 마시는 습관이 있었을 때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어도 먹지 않고 늦잠을 자던 게으른 여행자였지만, 부지런해진 지금은 조식을 위해 일찍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느긋하게 조식을 즐기게 되었다. 조식의 힘이란 사람을 참 부지런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면서. 다만 조식을 되도록 늦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조식이 아침 10시까지 라면 10시 20분 전에 식당으로 내려가 식사를 했다. 조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면 점심 정도는 안 먹어도 배가 많이 고프지가 않아서 점심 혼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조식을 혼자 가서 먹기가 힘들다고 생각되면 조식을 방으로 직접 갖다 먹을 수 있는지 혹은 갖다 줄 수 있는지 문의해 보면 된다. 만약 진짜 꼭 방에서 혼자 조식을 먹고 싶다면 몸이 좀 안 좋다는 재스추어와 함께 정중하게 부탁해 보면 좋다.


호텔 방에서 나 홀로 해결
베트남 국경도시 라오까이에서 발견한 중국 컵라면

 예전에 김신영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의 사연 중에 일본 도쿄로 혼자 여행을 간 남자가 여행기간 3박 4일 동안 제대로 먹어본 음식이 없어서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분은 왜 음식을 포장해서 먹을 생각을 못했을까? 아마 숙소가 도미토리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만약에 혼자 밥 먹을 용기가 없다면 도미토리 대신 싱글룸에 묵을 것을 권유한다. 그렇다면 여행기간 내내 쫄쫄 굶을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다.만약에 호스텔이나 호텔방에서 뜨거운 물을 구할 수가 있다면 슈퍼에서 컵라면을 사다 먹을 수도 있다. 컵라면은 세계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고 특히 한국의 라면들은 동남아에서 아주 구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호스텔이나 호텔 방에 워터 히터가 있기 때문에 나도 가끔 뜨거운 국물이 당기거나 돈을 아끼고 싶을 때 컵라면을 자주 먹곤 했다.

 단계를 더 높여 이번에는 과감하게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싸올 수도 있다. 혼자 먹기 어려운 음식 중 하나인 게요리. 사실 혼자 레스토랑에서 게 껍질을 벗기는 것이 쑥스러워서 포장을 해왔는데 정말 먹고 싶은 요리가 있는데 혼자 먹기 쑥스러운 요리라면 포장이라도 해서 호텔방에서 혼자 편안하게 먹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한 번에 다 해치우기 곤란한 음식을 포장하는 것도 좋다. 특히 가난한 배낭여행자라면 포장한 음식을 두 번에 나눠서 먹을 수도 있으니 양이 많고 비싼 음식은 포장해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호텔방에 비스듬히 누워서 티브이 보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술 한잔과 함께 밥을 안주 삼아 아주 편안한 복장에 불량스러운 자세로 호텔방에서 쉬엄쉬엄 밥을 먹기도 했다.


룸서비스
베트남 하노이의 어느 호텔

숙소 내에 식당이 있다면 거의 룸서비스가 가능하다. 물론 약간의 TAX가 붙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없거나 너무 피곤하거나 할 때에는 룸서비스로 음식을 시켜 먹곤 한다. 최고의 맛집은 아닐지라도 편한 마음에 따뜻한 한 끼를 때울 수 있기에 가끔 이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만약 가난한 여행자라면 밥을 다 먹은 후에는 빈 접시를 포개서 쟁반 채 호텔 문 밖에 살포시 놓아두도록. 만약 방까지 빈 접시를 찾으러 오는 웨이터와 막 딱 드린다면 팁을 줘야 하나, 얼마나 줘야 하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맞닥드릴 수도 있기 때문에.


주방 이용하기

호스텔에 묵을 경우 주방에 완비되어 있는 곳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물가가 비싼 유럽이나 러시아 쪽으로 여행을 한다면 주방이 있는 호스텔에 머무는 것이 여행비용을 줄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호텔이라면 마트에 가서 냉동음식을 사와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중국식 냉동만두는 큰 마트에 가면 구하기가 싶고 냉동피자 또한 구하기 쉬운 냉동식품 중의 하나이다. 주로 유럽을 여행할 때 값이 싼 냉동피자를 사와 호스텔 주방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냉동피자를 돌려 먹곤 했는데 그때는 혼밥을 한다는 사실 보다도 서양인이 가득한 호스텔 주방을 쓰는 것이 조금 쑥스러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타이빼이의 에어비앤비, 신라면까지 사다 놓은 센스

요즘에는 에어 비앤비를 포함하여 주방이 갖추어진 호텔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집주인이 세심한 성격이라면 약간의 오일과 기본양념 등을 준비해 놓기도 하기 때문에 식재료와 약간의 양념만 사서 요리를 해 먹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해산물을 싸게 파는 시장이 있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에는 싱싱한 해산물을 근처 시장에서 구입하여 싼 값에 배 터지게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좋다. 간혹 주방은 있어도 주방도구들이 갖춰지지 않은 호텔들도 있다. 그럴 때는 리셉션이나 집주인에 연락을 취해 주방도구를 요청하면 되고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주방도구 사용이 가능한 곳도 있으므로 숙소 예약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만약 중국에서 주방이 있는 호텔이나 아파트에 머물 기회가 생겼다면 중국스러운 거대한 웍과 사각 칼에 놀라지 마시기를. 스캐일이 크기로 유명한 대륙의 호텔룸 주방에서 거대하면서도 막대한 양의 주방도구들에 식당이라도 차리라는 뜻인지 무척 헷갈렸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먹기
타이완의 7/11

일본의 편의점 열풍에 힘입어서 인지 개발도상국의 큰 도시에 가면 괜찮은 편의점들을 발견하기가 쉬워졌다. 편의점의 창문 앞자리가 있다면 금상첨화. 김밥이나 컵라면, 샌드위치 등 현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때에도 좋고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은데 국숫집에 갈 용기가 없다면 편의점에서 파는 어묵꼬치를 골라 뜨거운 국물을 가득 부어 즐길 수도 있다. 드디어 호텔 방을 벗어나 편의점에 도전해 봤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어느 정도 돼있다고 할 수 있다.


체인 카페에서 때우기 (+ 노트북)
중국 구이린 스타벅스

카페에서 혼밥을 할 때의 무기는 바로 노트북이다.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 들고 나온 노트북이 아니라고 해도 주문한 음료와 음식이 나오면 노트북을 켜고 어색한 시선을 노트북 쪽으로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혼밥의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시선처리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고국의 뉴스도 읽어 보고 보고 싶은 사람과 채팅도 하면서 어색한 시간을 줄여 볼 수 있다. 혼잡한 카페에서의 혼 카페가 어렵다면 아침 일찍 가거나 식사 시간 때 가서 카페의 구석 쟁이에 박혀 더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

패스트푸드의 장점이라면 음식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의 뻘쭘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패스트푸드라면 맥도널드 같은 햄버거 집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각 나라의 패스트푸드는 무척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김밥이, 그리고 중국의 만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베트남의 패스트푸드인 반미는 길거리에 앉아서 먹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더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다. 베트남 식의 바게트는 풍성하게 부풀어 있지만 눌러보면 그 두께가 얇기 때문에 일단 바게트를 눌러서 먹으면 길거리에서도 더 간편하고 급속도로 해치울 수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케밥

무슬림 국가의 패스트푸드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케밥이다. 길을 걸으면서 먹기 편하게 긴 종이로 말아서 주기 때문에 길을 슬슬 걸어 다니며 길거리 구경을 하며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국숫집
중국 상하이

아시아권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식당이 바로 길거리 국숫집이다. 길거리 국숫집은 국수를 마는 데에 채 몇 분이 걸리지도 않고 급히 혼밥을 하는 현지인들이 많기 때문에 현지인들 사이에 쭈그리고 앉아서 숨어서 (?) 한 끼를 때워 버릴 수가 있다. 간혹 혼자 여행 왔냐고 묻거나 현지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경우도 있겠으나 이것은 무척 우호적인 표현이다. 혼자 여행이라니 대단하다거나 현지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외국인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나 할까.

국수는 왜 식당에서보다 길거리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 훨씬 맛이 있는지, 아시아권을 여행 중이라면 과감하게 길거리에서 파는 국수를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후루룩후루룩 국수를 훕입하는데에 몇 분도 걸리지도 않으니 혼밥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격인 음식인 것 같다.


서서 먹는 곳
중국 우루무치 무슬림 시장

서서 먹는 집의 이점은 다른 사람들도 음식에 시선을 빼앗겨 있거나 혹은 서서 먹고 있는 바람에 누가 혼밥을 하고 있던 옆을 지나가고 있건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에 이런 노점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기 마련이라 정신없이 먹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그들 옆에 서서 일행 인양 먹을 수도 있다. 혼밥 하기 쉬운 국가 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싼값에 서서 우동을 먹을 수가 있는데 대부분이 혼자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용한 가운데 후루룩 소리에 배경음악 삼아 편하게 음식 맛을 즐길 수가 있다. 다들 서서 별다른 대화 없이 우동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사실 누가 혼자 왔는지 누가 둘이 왔는지 알 길도 없다.


여행자 식당

여행자 식당은 분위기가 자유롭다. 어떤 곳은 히피스럽기까지 하여 혼밥을 하는 여행자가 식당 분위기에 더 어울리기까지 하다. 요새는 나 홀로 여행족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에 혼자서 밥을 먹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도 있는 곳이다.

백화점 푸드코트
말레이시아 페낭섬 백화점에서

백화점 푸드코트의 장점은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교대로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혼밥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 중 하나인 것 같다. 분위기도 매우 어수선하기 때문에 많이 어색하지 않고 조명이 어두운 곳이 대부분이라 혼자 먹기 더욱 편한 것도 있다. 게다가 현지에서 유명한 음식이 죄다 모여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돌려가면서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혼밥족 Friendly 1인 세트
타이완의 광부 도시락

일인 세트가 있다는 것은 혼밥족을 환영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타이완의 광부 마을에서는 광부 도시락이 아주 유명하여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곳인데 광부 도시락은 쇠 도시락 통에 하얀 밥 위에 고기와 간단한 야채 반찬이 올려진 것으로 딱 1인 밥상이라 나는 어색한 줄도 모르고 30분간 줄을 서서 기다린 후 밥을 먹었다.

하노이 도쿄델리 연어구이 콤보

세계 어느 곳에 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식집에서 벤또 세트도 혼밥족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하얀 쌀밥에 국물에 각종 반찬에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여러 가지를 한꺼 번에 맞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느 인도식당의 탈리

인도의 백반이라는 탈리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인도의 탈리는 비싼 집에 가서 먹으면 너무 반찬이 많고 양도 많지만 혼자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최상의 혼밥을 즐길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인 것 같다.  이 큰 장점은 호기심이 많아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간혹 말을 걸어오는 인도인들로 인한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는 요소이기도하다.


한식당

어쩌면 해외에서의 한식당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국인들은 아직 혼밥에 대해 편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그들의 생각을 알 도리가 없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질 않는다. 특히 한식당에서 패키지 그룹이 단체로 근처 테이블에서 고기라도 구워 먹는다 치면 혼밥을 하는 것이 쑥스럽긴 하다. 그래도 리필이 되는 반찬에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한식당은 혼자 여행을 하면서 몸이 아플 때에는 보약과도 같기 때문에 쑥스럽다 생각하지 말고 당당하게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거 아는가? 패키지 그룹의 사람들은 아마 혼자 용감하게 여행을 와서 그것도 혼밥을 하고 있는 당신을 분명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아시아권에서 아시아 식당가기

아시아 인으로서 비아시아권에서 음식을 먹기에 가장 편한 곳은 역시 아시아 식당. 같은 아시아 인으로서 아시아 식당을 만난다면 이상하게 마음까지 포근해진다. 비아시아권에서 혼밥을 해야 한다면 아시아 식당을 추천한다. 직원들도 아시아인들이 많아 좀 더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다.


우아한 레스토랑 (+ 술)

여행을 하다 보면 우아한 레스토랑에 앉아 분위기를 잡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싼 국가에서의 레스토랑에서는 그렇게 분위기를 잡아볼 가치가 있다.

주로 저녁 시간에 낭만에 젖어 방문하게 될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외로움과 어색함을 감추고 싶다면 술을 주문하면 좋다. 혼밥은 그렇다 치고 혼술까지 하고 있는 당신을 외롭고 불쌍하게 볼 사람은 없으니까.

만약 술을 마시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면 와인을, 아니면 커피나 차를 함께 주문하는 것도 좋다. 식사가 나오기 전의 한잔의 커피나 차는 긴장감을 풀어주며 우아하게 보이게 만들어주기까지 하기에. 아마 고독을 즐기는 여행자이구나 할 것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배를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즐기고 있게 되었다면 이제 좀 더 어려운 관문으로 향해 볼 자격이 된다.  


샤부샤부

샤부샤부는 혼자 먹기 편할 수도 있는 것이 1인용 샤브를 운영하는 식당이 꽤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샤부샤부를 혼자 간다는 것에는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 TIP이 있다면 일단 한 끼 정도를 굶고 샤부샤부 집 근처를 맴돌아 보면 나도 모르게 배가 너무 고프고 식욕이 생겨 '에잇 이까짓 것' 하며 샤부샤부에 도전할 용기가 생길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오뎅 샤브샤브

말레이시아는 특이한 게 어묵 샤부샤부 집이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어묵이나 소시지 꼬치 등을 준비해 놓고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꼬치를 골라서 1인 샤브에 넣어 익혀 먹으면 된다. 사실 쿠알라룸푸르 차이나타운의 한편에 있던 이 신기한 어묵 샤브 집에서 나 혼자 유난히 큰 병맥주와 어묵 샤브를 해 먹는 데에는 조금 용기가 필요한 것도 같다. 그런데 호스텔을 찾아 헤매다가 밤 10시 반에야 겨우 호스텔을 찾아 체크인을 하게 되었고 곧 야시장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용기를 내서 덥석 자리에 앉아 버렸다. 일단 용기를 내어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면 되돌릴 수도 없으니 편안하게 혼밥을 하면 끝! 과감하게!

베트남 호치민의 1인 해물 샤브샤브

샤부샤부는 혼자 있는데 먹고 싶을 때에 고민이 되곤 한다. 왜냐면 샤부샤부 하면 대부분 2인 이상 주문이기 때문이다. 혼자 가서 2인분을 다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그렇다고 혹시 1인용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겠냐고 사정해 볼 수도 없는 일이고. 다행히 혼자 먹을 수 있는 1인 샤브 집이 간혹 있다.

만약 타이완을 여행 중이라면 샤부샤부 혼밥을 적극 추천한다. 왜냐하면 타이완 전역에 5000원가량의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1일 샤부를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밥과 음료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무제한. 신기했던 점은 혼자 샤부샤부를 즐기는 현지인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혼자 왔다면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손님 주변으로 안내까지 해주기 때문에 그 어렵다는 샤부샤부를 혼자 즐기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구워 먹는 곳
해외 어느 한국식당에서

사실 나도 내가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인도를 여행하다 만났던 한국 여자애와 네팔의 카트만두 삼겹살 집 얘기를 하다가 그 애가 삼겹살을 혼자 구워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네팔에 다시 간 김에 나도 삼겹살 혼자 구워 먹기에 도전해 봤더니 생각 외로 어렵지 않았다. 아니 쉬었던 것 같다. 카트만두에 머물렀던 3일 내내 하루에 한 번씩 삼겹살을 구워 먹는 대신 하루 한 끼만 먹었다. 돈도 아낄 수 있는 데다 점심 나절에 먹은 삼겹살은 잠을 자기 전까지의 에너지를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노이의 짜까라봉

그렇게 익힌 혼자 구워 먹기 혼밥의 기술을 이용하여 하노이에서는 혼자 짜까라봉이라는 음식에 도전했다. 짜까라봉은 가물치를 올리브 오일에 튀긴 후 다량의 파와 함께 볶은 후 쌀국수와 함께 먹는 음식인데 대부분 2인분의 양을 팔아서 혼자 먹기는 조금 부담스러운 메뉴다. 식당 맨 가운데 테이블에서 혼자 자까라봉 시키고는 아무래도 어색하지 않을까 싶어 덤으로 하노이 맥주까지 주문했는데 처음의 어색함은 맥주 한 잔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고, 음식을 스스로 조리하는 과정도 생소하여 나 홀로 요리에 집중하다 보니 어색함과 뻘쭘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뷔페

혼밥 레벨의 최고봉이라고 일컬어지는 뷔페. 한국에서는 차마 시도해 보지 못했어도 해외에서라면 시도해 볼만 하다. 왜냐면 대부분이 그룹으로 와서 방문을 하거나 모두들 먹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에 누가 혼자 왔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중국뷔페

나는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바로 중국집 뷔페로 돌진한 적이 있다. 게다가 러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을 거쳐 영국으로 왔기 때문에 real 아시아 음식이 너무 그리웠던 나머지 체면이고 혼밥이고 아무런 고민도 없었던 것 같다. 다행히 뷔페집에는 단체석이 따로 떨어져 있기 마련이라 나는 주로 작은 그룹의 손님들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안내되었다. 사실 뷔페 특성상 한 차례 식사가 끝이 나면 다시 음식이 진열된 장소로 가서 새로운 접시를 들고 음식을 골라야 하는데다 북적북적한 관계로 더더욱 혼밥족이 눈길을 끌기 어렵기도 하다. 간혹 혼자서 온 여행자의 모습도 보였고 싼 값에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아무런 망설임 조차 없었던 것 같다.

하노이의 뷔페

그리고 음식이 조리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들고 와서 바로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먹는 데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에 누가 나를 쳐다보던 말던 신경이 많이 쓰이지 않는다. 해외에서 뷔페에  혼자 가면 이상하게도 뷔페 직원들이 무척 친절하고 많이 신경을 써주기도 했다. 가난한 학생 혹은 여행자의 신분으로 홀로 방문하였기에 따로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바로 알아채고는 OK 해 주는 그들이 무척 고맙기까지 했다.

싼 값에 뷔페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 태국을 방문할 때마다 늘 고민되는 것이 뷔페에서의 혼밥인데 특히 샤브 시 같은 회전 샤브 집은 정면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갈까 말까 어느 정도 고민이 필요한 곳이다. 1일 샤브가 가능한 데다 초밥이나 튀김 등도 먹을 수 있는 곳이라서 태국을 갈 때마다 늘 방문하는 곳인데도 이상하게 어색함은 감추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직원들이 알아서 혼 샤부샤부를 하고 있는 손님 근처로 안내를 해주는데 혼 샤부샤부를 하면서도 혹시 내 옆자리의 손님이 다 먹고 먼저 가버리면 어쩌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곳이다.

태국 뷔페식 일인 샤브 전문점 샤브시d

이상하게 이 회전 샤브 집은  나에게 아직까지 애증의 감정을 주곤 했다. 이 집을 방문하리라 마음을 먹을 순간부터 내 가슴은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1시간 20분이라는 제한 시간 중 반 정도의 시간은 아주 만족스러우면서도 즐겁게 식사를 감행한다. 비록 혼 샤부샤부를 할지라도 이 감정은 똑같다. 그런데 나머지 제한시간의 반은 나로 하여금 바로 후회를 하게 만든다. 그때부터 배가 서서히 불러오기 시작하면서 정면에서 먹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배는 배대로 부르고 점점 불쾌해지는 감정.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늘 찾게 되는 이 혼 샤부샤부. 나는 너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만약 회전 1인 샤부샤부의 도전이 어렵다고 생각되면 먼저 회전초밥집에서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어려운 혼밥부터 도전을 한다면 제풀에 지쳐 포기해 버릴 수도 있으니 낮은 단계부터 차차 연습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해외여행에서의 혼밥이 어렵다며 이렇게 단계별로 혼밥의 실력을 늘려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연습한 혼밥의 기술을 1인 가구 시대를 맞이해야만 하는 국내에서도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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