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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Nov 11. 2018

나 혼자 저렴하게 온센

마쓰야마에서 나 혼자 저렴하게 온센을


온센으로 향하는 길은 깜깜하고 외롭기 그지없었다. 마쓰야마 시내에서 4-5킬로미터 떨어진 개인 실내 온천이 딸린 그 호텔까지 나는 7킬로가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걷고 또 걸었다.


내가 이 여행을 계획했던 요일은 수요일. 갑자기 금요일과 다음 월요일을 휴가로 잡아 수요일 그리고 목요일 이틀간 3박 4일의 여행을 설계해야만 했다. 가까운 일본으로 정했고 비행기 티켓이 가장 저렴하고 소도시인 마쓰야마를 가기로 결정, 그리고 재빨리 호텔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첫째 날은 마쓰야마 시내에 머물면서 시내를 돌아다녀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둘째 날은 온천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쓰야마도 도고라는 온천이 유명한 지역으로 이왕 휴가를 즐기는 김에 싸늘한 날씨에 어울리는 온천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대중 온천은 정말이지 싫다... 그런데 료칸이라는, 혼자 방에 딸린 온천을 하려니 적어도 30만 원은 필요해 보였고 그러다 찾은 이 8300엔 (8만 3천 원) 짜리 실내 개인 온천이 딸린 호텔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름 또한 뭔가 정겨웠다. "Yurara Kazoku no Yu" 유라라 가족 온천". 사실 이 온천 호텔을 예약했을 때 나는 지도를 대충 보고 이 호텔이 시내에서 멀어봤자 얼마나 멀겠어하며 자만했다. 사실 바쁜 회사 생활에 호텔 위치를 신경 쓸 여력이 없기도 했었다. 어찌 되었든 나는 마쓰야마 도시에서, 따져보면, 하루를 허송세월로 보내며, 시내 쇼핑가를 어슬렁 거리다 지치면 2400원짜리 홍차를 파는 도토루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며, 그저 그렇게 그냥 일상처럼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호텔을 체크아웃한 후 나는 이 번 여행의 또 하나의 목표였던 두터운 옷을 사기 위해 거리가 조금 멀어 전철을 타고 가야 했던 쇼핑 몰로 향했다. 그 쇼핑몰의 위치를 보면서 나는 내가 예약한 유라라 가족 온천 호텔이 그 쇼핑몰에서 크게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쇼핑을 즐긴 후에 호텔로 가리라 생각했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체크인이 밤 10시라는 것이었다. 설마. 잘못 썼겠지. 나는 그렇게 설렁설렁하고 시시한 여행자였다. 이번에도.

쇼핑이라고 해봤자 고작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에서 점퍼 2개와 청바지 하나를 고르고 골라서 해가 지고 어두워졌을 즈음 나는 호텔과 그나마 가까워 보이는 전철역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쇼핑몰에서 2 정거장 후에 내린 Yogo역. 아무래도 길이 어둡고 좁고 사람도 없고 조금 겁이 났다. 호텔까지는 걸어서 30분. 낮이라면 걸을만할 것도 같은데 저녁이 되니 길이 너무 깜깜해 보였다.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택시도 보이질 않고 나는 중고생 4-5명의 뒤를 쫄래쫄래 따르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좁은 길을 20여 분간 걸으니 그래도 편의점과 가게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이제 호텔까지는 10분. 가는 길에 도시락 집이 보여 도시락을 사자 싶었다. 일본의 도시락은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다다미가 깔린 방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방을 뒹그르르 구르는 나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도시락까지 들고 오자니 내 몸은 점점 더 피곤해졌다. 그렇게 10분을 걸으니 보이던 호텔 싸인. 와 이제 드디어 쉴 수 있는 것인가. 나는 도시락을 해치우고 온천물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호텔 체크인은 정말로 밤 10시였다. 주말에는 밤 10시 체크인이라며 만약 지금 체크인을 하고 싶다면 (그때가 저녁 8시경) 2400엔 즉 240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오. 노노. 그러자 아저씨가 호텔 앞에 온천장에 식당이 있으니 가서 저녁을 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나는 도시락을 보여주며 도시락을 싸왔다고 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로비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기다리라고 했다.

일본에서 산 도시락...

나는 로비라고 하기도 뭐했던 호텔의 한편에 앉아 도시락을 펼쳤다. 크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온천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먹긴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시킨 도시락은 연어 도시락이었는데 10분간 배낭까지 짊어진 채 대충 대롱대며 들고 온 도시락은 반찬이 이미 이리저리 섞여 있었고 색감이나 맛이나 그냥 다 그저 그랬던 맛이었다. 느낌으로는 그냥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정도의 도시락. 아무튼 피곤했는지 허겁지겁 도시락을 해치우고 나는 아까 호텔에 들어오기 전에 봤던 패밀리마트 편의점으로 향했다. 길가에 이자카야도 있었지만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가기도 뭐해서 그냥 2시간 정도를 편의점에서 시간을 때워야 할 것 같았다.


신짱 우유와 족욕

호텔 로비에는 신짱이 목욕하고 마셨다는 커피 우유가 있었다! 그리고 호텔 밖에는 족욕을 하는 곳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아직 2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했지만 뭔가 흥미진진했던 느낌. 패밀리 마트에 들어가 홍차와 고구마튀김 과자를 사서 먹으며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어떻게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호텔로 가니 리셉션을 지키는 그 아저씨가 마침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10시 20분 전에 키를 건네주며 어서 들어가라고 해 줬다. 다행히.

호텔 체크인 후 신발은 신발장에. 그리고 나무 열쇠는 호텔 로비에 보관했다.

그 덕에 나는 밖으로 나갈 때마다 신고 온 운동화 대신 나막신을 신고 밖을 나갔다 오곤 하게 되었다. 삐걱삐걱 걸으며

다다미 방

다다미 방에 들어가자마자 무겁던 짐을 우선 내려놓았다. 방은 정말이지 넓었다. 티브이에 냉장고에 워터 히터까지 다 구비되어 있는 부족함이라고는 하나 없던 아주 깔끔한 방.

방문을 들어서기 전에는 거실 느낌으로 세면대와 화창실이 있다. 체중계까지 있어서 근 한 달 만에 몸무게도 재어 보았다. 다행히 생각보다 살이 막 찌진 않았다. 그리고 대망의 온천

유라라 가족쿠노 유의 실내 개인 온천

그리고 그곳에 나 혼자 쓸 수 있는 온천이 있었다. 온천물은 이미 따뜻하게 차 있었고 그냥 들어가기만 하면 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런 온천은 처음이라 조금 어리둥절했다. 나는 내가 직접 온천물을 받아서 쓰고 물을 버리고 그런 형식인 줄만 알았는데 이번엔 진짜 온천 같았다.

온천물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진짜 대중 온천의 미니어처 같은 느낌이었달까. 나는 방에서 차를 한잔 끓여 마시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온천물로 첨벙 들어갔다.

온천의 깊이는 내가 앉으면 물이 목 이상으로 차서 깊다면 깊다고 할 수 있는 깊이였다. 수영도 할 수 있을 듯했다. 만약 수영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수영 대신 발차기를 해봤다. 그리고 쇠기둥을 잡고 엎드려 발차기를 하며 몸을 물 위로 떠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온천을 나 홀로 즐겼다. 

과일맛 우유

그리고 대망의 신짱 우유. 신짱은 커피우유를 마셨다고 하지만 커피와 흰 우유를 못 마시는 나는 과일맛 우유를 골랐다. 120엔. 쿨피스 맛이려나 했는데 아니었다. 뭐라 설명할 수도 없던 정말 맛있고 시원한 맛. 우유를 단 숨에 들이키며 티브이를 틀었다.

일본 호텔에 늘 구비되어 있는 잠옷 대용의 유카타는 늘 집어 오기만 하고 안 입게 된다. 그래도 이상하게 욕심을 부려 유카타를 늘 챙겨 오곤 하는데 단 한 번도 입은 적이 없었다. 방은 금연이라며 저렇게 손으로 그려 놓은 금연 표시를 붙여 놓은 게 아기자기했다.

그럼 이제 이부자리를 펴고 누울 차례였다.

이렇게 이불을 펴고 티브이를 보며 누웠다. 사실 그랬다가 12시경에 다시 온천을 하러 갔다.... 한 번 더 하고 잘까, 본전은 뽑아야지 하는 마음에. 아까보다 더 뜨뜻해진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물장구치고 하다 나와서 이부자리에 누웠다. 티브이 소리가 조금 낮아진다 싶었던 순간 나는 그렇게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조식을 먹기 위해 아침 8시 반에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호텔 앞 온천장 1층에 있었다. 온천를 즐기고 나서 아침부터 맥주를 즐기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조식은 일식 혹은 양식을 선택할 수가 있는데 나는 오래간만에 양식이 먹고 싶어 양식을 택했다. 커피도 따로 주는데 나는 커피를 못 마셔서 그냥 안마시기로 했다. 콜라나 오차를 마셔도 된다고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패스.

온천장에는 마사지 기, 만화책 등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나는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아침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온천을 한 번 더 했다. 다시 물에 들어 가 첨벙첨벙거리면서. 개운했다. 이번 여행은 즐거웠다 생각되었다. 다행히


호텔을 나와 나는 다시 마쓰야마 시내까지 1시간 반을 걸었다. 아니, 사실 중간에 길을 헤맸는지 2시간이나 걸었다. 7킬로의 짐을 지고. 택시를 탔다면 1만 5천 원 정도 나왔으려나. 그런데 만약 마쓰야마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꼭 이 호텔을 다시 찾을 것 같다. 오가는 길이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온천이 개운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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