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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유니유니

유니야,


아빠가 야심차게 시작했던 이 레시피 북이 어느덧 마지막 장을 맞이하게 되었단다. 처음에는 너에게 아빠의 요리 비법을 하나씩 정리해 남겨주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글을 쓰고 요리를 하며 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참 소중했어. 하지만 이제는 아빠가 잠시 연재를 멈추고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그동안 아빠는 양배추전, 짜장밥 같은 너의 최애 요리들을 여러 번 만들어주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너를 위해 적합한 요리를 고민하고, 또 그것을 글로 남기는 과정은 때로는 쉽지 않았지만, 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늘 큰 보람을 느꼈단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지쳤기도 했어. 일을 쉬면서 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정기적인 수입 없이 오랜 기간을 보내는 게 우리 가족에게나 아빠 자신에게도 좋은 방법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아빠의 마음속에 무거운 짐처럼 쌓여갔단다. 그래서 이제는 다시 취업과 공부에 집중하려고 해.


아빠는 새로운 길을 찾으며 다시 힘을 낼 거야. 그리고 멋지게 취업에 성공하면, 퇴근 후나 주말마다 너에게 새로운 요리를 해줄 거란다. 그때 또 새로운 레시피를 적어볼 수 있겠지? 그날이 오면, 이번보다 더 재미있고 맛있는 이야기로 다시 찾아올게.


레시피를 쓰며, 요리를 준비하고 사진도 찍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어. 무엇보다, 네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단다.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아빠와 너의 요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야. 우리의 가족 이야기와 함께 말이야.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자고, 엄마 말도 잘 듣고, 우리 가족 모두 항상 행복하게 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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