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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만들어갈 가치

Digital Value Engineer

by 유니유니

시간은 흘러가며,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한 단어로 정의하고 싶었다. 무엇이 나를 대표할까? 긴 커리어의 페이지를 넘기며 고민한 끝에, 나는 나를 ‘Digital Value Engineer’로 부르기로 했다. 이 수식어가 단순한 직함이나 관용구 이상의,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상징하리라 믿는다.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나는 발전소 운영 업무를 맡았다. 플랜트 운전과 설비 유지보수에 대한 실무 지식을 쌓으며, 땅 위에 세워진 거대한 에너지 생산 장치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체득했다. 이후 설계와 프로젝트 관리로 영역을 넓히며 플랜트 산업의 전 과정을 통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무렵 나는 특정 영역의 기술이나 지식에만 몰두하지 않고, 전체 시스템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웠다. 복잡한 설비와 공정을 이해하고,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까지 여러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며,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은 나에게 ‘가치(Value)’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새기게 했다.


이후 내 발걸음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로 옮겨갔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 합류하며, 나는 디지털 시대의 가치 창출에 눈떴다. 예전엔 기계와 설비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이를 통해 구현되는 비즈니스 혁신이 중심에 놓였다.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비즈니스로 전환한 경험,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낸 프로젝트 관리와 기술 영업 경험은 나를 ‘디지털’과 ‘가치’라는 키워드로 정리하게 만들었다.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의 한국 지사 창립 멤버로 참여하며, 그곳에서 사업 개발부터 마케팅, 기술 영업, 프로젝트 관리, 그리고 고객 서비스까지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 경험은 나로 하여금 단순히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변화를 ‘가치(Value)’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해주었다.


‘Value Engineer’라는 개념은 원래 제품, 서비스, 시스템 등의 기능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면서도, 비용을 줄여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접근을 의미한다. 나는 이 개념을 디지털 시대의 맥락으로 확장하고 싶다. 과거의 가치공학이 물리적 설계나 공정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경험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쌓아온 커리어는 바로 이 디지털 가치 창출 과정의 실천이다.


디지털 시대의 Engineering(공학)은 더 이상 기계나 회로 설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적 원리와 수학적 분석,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반으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모델을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끌어내는 활동으로 확장된다. 나는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찾아내고, 그것을 적정 비용과 높은 품질로 제공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디지털 시대의 엔지니어가 되고자 한다.


‘Digital Value Engineer’라는 수식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이렇다.

Digital: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를 아우르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기술과 비즈니스 전략을 통합한다.

Value: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기능과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기능 대 비용의 비율을 최적화하여 궁극적 가치(Value) 향상을 목표로 한다.

Engineer: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사고와 창의적 접근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한다. 비즈니스 니즈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효율적,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공학적 마인드를 적용한다.


이제 나는 이 수식어를 내 삶과 커리어를 규정하는 핵심 개념으로 삼으려 한다. 내가 쌓은 경험—플랜트 운영과 설비 관리로부터 프로젝트 관리와 글로벌 EPC 경험, 나아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변혁과 기술 영업, 마케팅, 고객 서비스 지원—이 모두 이 수식어 아래 정렬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내가 하는 일이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기능 추가가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 복잡하고 빠르게 변할 것이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일은 분명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며,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혁신적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 그 과정에서 나는 끊임없이 ‘가치(Value)’라는 기준을 들이대며,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하고 꼭 필요한 기능을 돋보이게 하며, 기술과 비즈니스를 매끄럽게 연결하겠다. 바로 이것이 ‘Digital Value Engineer’로서 내가 걸어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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