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흐르는 시간 속에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하여

by 유니유니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익숙한 곳을 찾게 된다. 낯선 맛집 대신 늘 가던 식당, 새로운 옷보다 편히 입던 옷, 모르는 길을 나서기보다 자주 지나온 골목을 택하게 된다. 시간은 마치 머릿속 활기찬 숲을 울창한 밀림에서 단조로운 평원으로 바꿔놓듯, 새로운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게 하고 익숙한 곳에 발을 붙들어 둔다.


아마도 이는 정신적인 무게가 점점 더해지며, 새로운 것을 흡수하는 능력이 희미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상황에서 부딪히는 상처를 피하려다 보니, 결국 잘 알고 있는 것이 더 소중해지고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어쩌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일지도 모른다. 몸이 나이를 먹고 마음도 덩달아 편한 방식을 추구하는 것.


그러나 나는, 이 느린 굳어짐에 너무 쉽게 무너지지 않으려 한다. 시간을 거스를 순 없겠지만, 최소한 그 굳어지는 속도를 늦추고 싶다. 더디게나마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낯선 상황에 부딪히며 배움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의 커리어 플랜은 나를 늘 변화하는 환경 속에 두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풍부한 경험을 쌓아 “무거운 경력”이 되는 곳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생존을 위해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곳,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곳을 선택하기로 했다. 물론 이 선택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충분한 휴식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고, 언제나 마음이 편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커리어 경로란 원래부터 없었다. 모든 길엔 빛과 그림자가 섞여 있고, 어떤 환경을 택하든 장단점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의지다. 나는 이 글을 쓰며 그 의지를 다시금 다지고 있다. 내가 앞으로 걷는 길은 내 성향과 가치관에 맞춘 길이며, 내가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선택한 터전이다.


지금 당장은 어설프고, 멘탈이 흔들리고, 마음 한구석에 불안이 고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후회 없는 삶을 위해,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내가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는 사실이 적어도 나를 위로해줄 것이다.

keyword
이전 09화나만의 ‘버튼’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