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성 <일년이면>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처럼 그 시절 싸이월드는 나와 벗이자 세상과 연결하는 소통 창구였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도토리를 사서 음악을 깔고, 아바타를 만들고, 메인 화면을 꾸미면서 진짜 내 방을 장식하듯 열을 올렸다. 깔끔한 디자인으로 스킨을 선택하고, 문구는 마음속에 있던 수줍은 말들을 꺼내 단정히 걸어두었다. 그래도 제일 진심이었던 건 BGM이었다.
여름에는 밝고 신나는 노래, 가을에는 감성 발라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는 노래들로 다양하게 선곡하는 게 DJ가 된 것처럼 재밌었다. 그중에서도 계절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내 미니홈피의 BGM이었던 곡을 고르라면 휘성의 <일 년이면> 일 것이다.
나의 그리움에는 형체가 없었다. 사랑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을까. 짝사랑하는 사람이나 그리워하는 사람이 없어도 계속 무언가가 그리웠고 늘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일년이면>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딱 1년째 되는 날 휘성이 직접 가사를 쓴 곡이라고 한다. 2005년 9월에 발매된 4집에 실린 곡으로 타이틀은 아니었지만 앨범 수록곡 중 큰 사랑을 받은 애절한 발라드이다. 가사처럼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상대방에 대한 좋았었던 기억이 잊혀가는 게 아쉬워 가사로 남겨놓고 싶었다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가 있다.
일년이면 입 맞추던 기억을 잊고
더 지나면 목소리도 까맣게 잊고
나만 혼자 파란 봄과 하얀 겨울 속에
추억들과 살아도
십 년이면 나도 지쳐 그대를 잊고
더 지나면 다시 사랑 못할 것 같아
단 하루도 못 가게 잡고
헤어진 그날에 살죠.
차가운 겨울밤. 술 한잔 마시고 집에 오던 길에 듣던 이 노래는 때론 깊은 한숨으로, 때론 한 방울의 눈물이 되어 흘렀다.
음반이 발매된 2005년 가을과 겨울 그리고 이듬해 봄까지 휘성의 <일년이면>은 줄곧 나의 미니홈피 배경 음악이었다. 그 후로도 왠지 모를 아련한 감정에 사로잡힐 때면 어김없이 그 곡을 찾아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 중에 거미와 휘성이 있었다. 아이돌 음악, 랩과 힙합, 발라드만 듣다가 소울풀하고 리듬감 있는 R&B 보컬들의 음악은 충격에 가까웠다. 왠지 더 어른스러워 보이고 있어 보이는 느낌이랄까.
대학교에 진학했을 때에도 그들은 여전한 인기를 구가했고, 학교 축제에 온 휘성을 보고 '앵콜~'을 외치며 빽빽 소리치던 내 모습도 떠오른다.
음악성, 프로듀싱 능력, 보컬 실력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없는 아티스트였다. 그런 그가 우울증과 슬럼프를 겪는다는 기사를 보았고, 약물에 의존한다는 소식 또한 뉴스를 통해 접했다. 그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팬으로서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복귀를 기다리는 것과, 응원하는 마음이 전부였다. 시간이 더 흘러 대중들의 관심에서 희미해질 즈음, 갑작스레 비보가 날아들었다.
작년 봄 집에서 혼자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인터넷 기사로 접한 그의 소식에 나는 허망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알리 없는 먼 연예인이었지만 나의 청춘 어느 한 페이지를 펼치면 흘러나오던 노래가 그였기에 나는 많이 슬프고 속상했다.
듣고 있던 라디오에서도, 티비를 틀어봐도 그에 대한 언급이나 추모는 아직이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세상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다는 게 새삼 서글퍼졌다.
추모를 하고 싶은데 생각나는 다른 방법이 없어 조용히 성호를 긋고 기도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집어 그의 노래를 틀었다. 자주 듣던 <일년이면>과 <가슴 시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익숙한 발라드가 지나간 자리는 먹먹함 뿐이었다.
'사는 게 힘들어도, 상처 많은 삶이라도 좋아하는 음악 하면서 그냥 살지... 왜..."
다는 모르지만, 내가 떠올린 그의 삶을 위로하며 나름의 애도를 올렸다. 그러다 이 가사에서 모든 것이 멈추었다.
울지 마 바보야. 나 정말 괜찮아.
어떻게든 살아. 행복할게.
만남 사랑 추억 이별
참 고마웠었어. 그동안.
갑자기 터져 나온 울음에 나는 그만 목을 놓아 울어버렸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낼 새도 없이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가 쓴 <가슴 시린 이야기>의 가삿말이 마치 힘들었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행복해지려고 그는 얼마나 무수히 노력했을까. 나는 짧고 강렬하게 그를 추모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의 노래를 듣는다. 가을이 되면 <일 년이면>을, 미간을 찡그리고 "울지 마 바보야."를 외치고 싶을 땐 <가슴 시린 이야기>를 고른다.
계속 음악 활동을 했더라면 분명 좋은 노래들을 더 많이 들려줬을 텐데, 먼저 간 하늘에서 그가 편안함에 이르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휘성이 남긴 노래들을 통해 삶을 추억하고, 위로받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그도 알고 기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