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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log Dec 15. 2022

동네 책방의 은밀한 매력

2022.12.9 (화)


나는 동네 책방 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지에 가면 그 도시에 있는 성당과 함께 서점을 항상 들르는 편으로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담뿍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4년간 살았던 '속초'라는 도시는 <동아서점>과 <문우당>을 필두로 북스테이인 <완벽한 날들>까지 독립 서점들이 아주 잘 되있는 도시였다. 작은 규모의 도시 치고는 동네 책방들이 탄탄하게 자리잡아서 이곳에 들르기 위해 일부러 속초를 찾는 사람들도 꽤 있는 편이다.


이날은 춘천에 있는 <바라타리아>라는 서점으로 향했다. 춘천의 <서툰 책방>과 <첫 서재>가 올해 문을 닫고 아쉬워하고 있던 찰나였는데, 8월에 새로운 동네 책방이 오픈한다는 글을 보았다. 남자 친구가 먼저 다녀왔고, 정은혜 작가님의 <은혜씨의 포옹> 싸인회도 열린 곳이라서 호감도는 점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건물 한 채를 다 쓰는 곳이었는데,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넓고 평화로운 공간을 혼자 차지하니 송구스럽기만 하면서도 좋았다.



일주일 간 네 번은 다녀간 것 같다. 오늘은 하루 종일 눈이 내리는 춘천 풍경을 바라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오전에는 풍경 좋은 구봉산 스타벅스에 다녀왔는데, 물론 멋있었지만 오래 머물기에는 동네 책방만한 곳이 없다. 조용하고, 운치있고, 분위기 있고, 책방지기의 취향이 묻어있는 책들로 구비되어 있어 일반 베스트 셀러 외에도 보물같은 책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엊그제는 속초 <동아서점>에 가서 감사문고로 나온 '휴먼스'라는 포토 에세이를 구입했다. 5년 동안 40여개국 1만명의 사람들의 사진과 생각을 정리한 책인데, 어떤 말들은 너무 뭉클했고 또 어떤 말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유쾌하고 신박했다. 현재 잘 팔리는 베스트 셀러로 정렬해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책이었다.


동네 책방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고등학교 문예반 선배인 미혜언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언니는 지방 독립 서점을 다니면서 커다란 캐리어로 하나 가득 책을 구입해간다. 인터넷으로 사는 것이 싸고, 할인도 많이 되지만 독립 책방들이 영업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필요한 책을 한꺼번에 구입한다고 하셨다. 대단한 일이다. 동네 책방을 좋아하면서도 막상 책을 구입할 때면 여러가지 이유로 으레 인터넷 서점을 찾곤했기 때문이다.


춘천의 <바라타리아>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해주는 동네 책방들이 오래오래 영원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여행하는 곳의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도시에서 들른 고 예쁜 서점 함께 기억할 수 있게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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