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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log Dec 15. 2022

예삐야 사랑해

2022.12.13 (화)


예삐는 속초에서 내가 가장 먼저 사귄 친구다. 정확히 말하자면 강원도 고성 천진해변에 사는 시고르자브종인데, 사람을 좋아하고 어찌나 잘 따르는지 처음 본 사람한테도 넉살좋게 가서 갖은 애교를 떨면서 사랑을 받는다. 바닷가 바로 앞 집 할머니가 키우는 개인데, 목줄을 풀어놓고 키워서 여름에는 해변가 파라솔을 돌면서 동냥(?)하고, 자유롭게 동네 개들이랑 어울려 다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양을 부리면서 간식을 많이 얻어 먹는다.


하루는 예삐가 묶여있는 모습이 하도 어색해서 할머니에게 '얘 왜 묶어 놓으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파라솔 마다 돌아다니면서 뭘 하도 얻어먹고 다녀서 챙피해서 묶어놨다고 말씀해주셨다. 사랑받는 법을 아는 우리 예삐. 앉아, 엎드려는 기본에 '손'도 잘 주고, 달라고 안해도 알아서 계속 잘 주고, '기다려'도 잘 하는 얌전한 예삐. 차에서 내려서 "예삐야~" 하고 부르면 저 멀리서부터 달려와 꼬리펠러 (꼬리 + 프로펠러)를 휘날리면서 반겨주는 우리 예삐.


슬픈일, 속상한 일이 있을 때도 예삐 곁에 앉아서 예삐 배를 쓰다듬으며 바다를 바라보면 근심도 걱정도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병원 정기검진 가기 전에도 꼭 예삐한테 들러서 "예삐야 잘 갔다올게. 갔다 와서 또 보자." 주문처럼 외치고, 서울로 이사가기 전에도 "예삐야. 그동안 고마웠어. 네 덕분에 위로가 많이됐어. 예삐야 사랑해. 정말 사랑해."를 몇 번이고 말해주었다.


그 사이 예삐는 새끼를 네번이나 출산하여 잘생기고 예쁜 개에서 조금 늙고 힘없고, 살이 찌고, 다리를 더욱 절뚝거리는 개가 되었지만 그래도 네가 그 사랑스러운 예삐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 내가 이곳에 이사와서 제일 먼저 사귄 친구이자 부르면 달려오는 한결같은 친구이자 항상 나를 반겨주는 소중한 벗이지.


예삐야. 사랑해. 아프지 말고 나랑 오래오래 같이 보자. 사랑해 예삐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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