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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유니온 Nov 09. 2021

박스 하나 더 옮기기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 시국에 물류센터로 모인 청년들

일 하는 곳에서 대화를 얼마나 많이 할까? 근로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8시간은 일을 하며 산다. 그런데 일터에서 말 한마디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르바이트로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된 청년들은 운이 안 좋으면 대화 한 번 못해보고 일을 마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말 한마디 보다 한 박스를 옮기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고, 내가 하는 ‘일’만이 중요한 곳이 바로 물류센터에서 박스를 나르는 사람들이 아닐까.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저는 송파구에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 방학 동안 물류센터에서 일을 했었어요. 지금은 개강을 앞두고 있어서 쉬고 있습니다. 


Q : 일 할 때 계약을 맺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A : 네. 구직 사이트에 있는 공고에 있는 연락처로 문자를 보내요. 이름, 나이, 사는 곳, 경력 여부 등을 보내요. 그러면 당일 아침에 올 수 있는지 문자가 와요. 그러면 갈 수 있다고 하면 일을 하는 거예요. 가서 하는 일은 분류 업무도 하고, 상하차를 하기도 해요. 


Q : 일하는 시간이나 업무는 어떻게 되나요?

A :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했어요. 쉬는 시간은 30분 정도인데, 물건이 다 빠지면 그때 상황에 맞게 쉬고 그랬어요. 하는 일은 숫자별로 분류를 하고, 배송기사님들이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작업이에요. 갈 때마다 다른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신선식품 담는 박스를 닦는 일도 했고요. 작업반장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매일 할 일을 알려주세요. 그럼 그 일을 하는 거예요. 


Q : 하는 일에 따라 강도가 다를 것 같아요. 

A : 맞아요. 신선식품을 할 때랑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을 분류할 때 일의 강도가 달라요. 엄청 무거운 물건들이 온 적이 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럴 때는 다들 던지기도 해요. 너무 물량이 많을 때는 정말 답이 없어요. 제가 담당했던 건 신선식품인데도 물량이 쌓이니까 빨리빨리 하게 되더라고요. 


Q : 일하는 방식은 협업하는 구조인가요? 

A : 사람들이랑 대화할 일이 없어요. 그냥 물량만 빨리 쳐내는 거예요. 물량을 빼는 것도 도와주려고 하면 그냥 본인이 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혼자 하는 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하더라고요. 협업하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그리고 각자 할당된 레일이 있다고 해야 될까요? 내가 담당하는 창고와 물량이 있고, 저는 그걸 다 밖으로 내보내야 일이 끝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서로 돕거나 협업하기는 어려워요.


                        

Q : 그러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가요?

A : 맞아요. 일하는 곳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있던 곳은 그렇게 일 했어요. 7시간 정도를 계속 같은 일을 해야 돼요. 중간에 물량이 다 빠지면 그때 쉬는 거예요. 법적으로 쉬는 시간을 부여해야 된다고 하면서 몇 명은 쉬러 가더라고요. 


Q : 취업을 희망하는 직업이나 진로가 있을까요?

A : 제가 처음에는 사회복지과를 다녔어요. 그러다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 영상학과로 옮겼거든요. 영상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제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고, 앞으로 이쪽의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관련 일자리를 찾아보기도 하고요. 


Q :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A : 네. 코로나 때문인지 정규직이나 경력을 많이 뽑는 것 같아요. 저처럼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은 경력이나 숙련도를 쌓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요. 영상 관련 일을 하는 회사에 다닌 적은 있는데 부당한 대우를 당해서 그만뒀어요. 


Q : 어떤 일이었나요?

A : 계약직으로 들어갔는데요. 한 달 정도 일을 했는데 월급을 안 주더라고요. 저는 아르바이트로 들어왔고, 다른 분은 정규직으로 들어왔는데 정규직만 월급을 준 거예요. 저는 이번 달에는 돈이 없으니까 원래 계약했던 것보다 적게 주는 거죠. 이렇게 차별을 당했어요. 그리고 제가 손이 느리다는 이유로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이 회사가 예전부터 문제가 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Q :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A : 네. 법적인 부분들을 알아보고 상담도 받아보고 했는데, 그런 일들이 다 처음이니까 낯설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임금체불로 진정을 제출하고 출석하러 가는데 건물 분위기가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회의실마다 사람들이 배정되어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나같이 돈을 못 받은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생각했어요. 


Q :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나요?

A :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일을 한다는 건 좋은 거잖아요. 일을 하는 건 건강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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