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물류센터로 모인 청년들
일하는 곳에서 호칭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지금 일하는 곳에서 나는 어떤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청년은 일터에서 종종 ‘야’, ‘새끼야’로 불렸다. 사람을 부르는 호칭 하나에서 일터의 문화를 짐작해볼 수 있다. 나를 존중하고, 나의 노동을 존중하는 곳에서는 결코 호칭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원님’이라고 불러주는 대형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곳은 자신을 사람으로 대우해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원님이라고 불린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천호동에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물류센터에서 일했습니다. 지금은 몸이 조금 안 좋아져서 잠시 쉬고 있어요.
Q : 처음으로 물류센터에 진입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A :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때 당시에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여기에서라도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달 반 동안 아르바이트를 찾고, 면접도 보면서 돌아다녔는데 다 떨어진 거예요. 이제 구직사이트에 올라오는 공고도 적어지니까 차라리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생각했어요. 편의점, 식당, 문구점, 다양한 곳에서 일을 했는데 결국 물류센터로 정착하게 된 거죠.
Q : 물류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A : 저는 허브라는 곳에서 일했는데요. 작은 물건들이 토트라는 박스에 담겨서 오는데요. 보통 여자들은 그 박스에 번호를 붙여서 다른 곳으로 넘겨주는 일을 해요. 다른 물류센터에서는 물품을 옮기는 것도 했었고, 상하차도 했었어요. 분류하는 일이랑 포장하는 일까지 물류센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했어요.
Q : 일하러 가서 일과가 궁금해요.
A : 출근을 하려면 새벽 6시에 차를 타야 해요. 그러면 오전 7시 40분쯤 물류센터에 도착하고요. 도착하면 자기 신분을 알려주는 바코드를 발급받고, 신분증과 휴대폰을 제출해요. 그리고 사원증을 받아요. 그리고 8시까지 집합을 해요. 그러면 제가 어떤 부서에서 일할지 정해줘요. 그리고 배정된 일을 하는 거죠.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조별로 점심 식사를 하죠. 먼저 식사를 마치는 곳은 안전교육을 듣고 와요. 다시 일을 시작해서 5시 45분쯤 한번 쉬고 저녁 7시까지 다시 일을 해요. 그리고 퇴근해요.
Q : 여러 물류센터를 다녀보신 것 같아요.
A : 맞아요. 센터마다 취급하는 물품이 달라요. A는 작은 물건들을 취급해요. 그리고 B센터는 대량 작업만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1박스 주문하는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 200개 들어 있는 제품을 5박스 주문하는 거죠. 식당용 간장 120L를 5개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어요. 그리고 C는 대형 물품만 취급해요. 소형 냉장고, 청소기 같이 부피가 있는 물품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D는 다들 기피하는 곳인데요. 거기는 하루 종일 옷만 개거나 하루 종일 냉장고만 나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어느 곳은 A/S 제품이나 환불 상품만 받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물류센터로 분류하지만 그 안에서 하는 일은 물품이나 시스템에 따라 다 달라요.
Q : 센터마다 다르지만 휴대폰을 수거하는 곳도 있지 않나요?
A : 맞아요. 제가 일했을 때까지만 해도 출근하고 사원증 받을 때 휴대폰을 걷어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일할 때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면 한눈파는 사이에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해서 걷는다고 했어요. 사고가 정말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니까 그런 것도 있고요.
Q :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치거나 위험할 것 같아요.
A : 토트라는 물건을 담아놓는 상자에 머리를 부딪치는 일도 많고요. 아니면 박스 상자가 사람 쪽으로 쓰러져서 다치는 경우도 있어요. 레일에 부딪치기도 하고, 목걸이 사원증이 레일에 끼어서 빨려 들어가서 다치는 경우도 있어요. 머리가 긴 분은 레일에 머리가 끼는 경우도 있어요. 자동 레일을 밟아서 다치는 경우도 있고요. 심하게 다친 분은 피부를 이식한 사람도 있었어요. 교육은 이런저런 사고가 나니까 조심하라는 정도로 진행돼요.
Q : 성별에 따라서 하는 일이 나눠지기도 하나요?
A : 그런 부분이 있죠. 허브를 제외한 다른 파트는 다 동일하게 일한다고 보면 돼요. 허브에서 일을 잘하고 오래 하신 여성분들은 같이 남성분들이랑 같이 적재하는 일도 하는데요. 대부분 여성분들은 분류하는 일을 하고, 남성분들은 적재하는 일을 해요.
Q : 코로나19로 달라진 조직문화가 있을까요?
A : 대형 물류센터는 ‘코로나 폴리스’라는 직무를 맡은 사람이 생겼어요. 지나다니면서 마스크를 5초에서 10초 정도 벋은 상태로 적발되면 경고를 주는 일을 해요. 경고를 3번 받으면 이 브랜드의 물류센터에 2주 동안 출입이 불가능해요. 일을 못하게 되는 거죠. 코로나 폴리스라는 사람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감시해요. 쉬는 시간이나 식당 같은 곳에 돌아다니면서 검사하는 거죠. 사람들 마스크만 보고 다니는 거예요.
Q : 여러 물류센터 중에 선호하는 곳이 있었을 것 같아요.
A : 코로나 폴리스가 있던 대형 물류센터가 그래도 좋았어요. 저는 여기서 일한 후로 다른 센터는 안 갔어요. 여기가 그래도 자유로운 편이었고, 화장실 가는 것도 터치하지 않고요. 그리고 여기는 꼭 ‘사원님’이라고 불러줬어요. 다른 센터는 ‘누구 씨’, ‘야’, ‘새끼야’ 이렇게 불렀거든요. 제가 예전에 화재가 났던 센터에서 일했는데, 그래도 여기가 시설도 좋은 편이고, 사람 대우를 해주는 곳이었어요. 다른 데는 안 그래요. 그리고 여기는 4대 보험도 들어줘요. 그래서 지금 실업급여를 받고 있어요.
Q : 물류센터로 일하러 갈 때 특별히 챙기는 것들이 있을까요?
A : 팔 토시랑 개인 장갑이랑 작업화를 챙겨가요. 토시를 안 하면 팔을 다 긁혀요. 그리고 일하는 곳에서 장갑을 주기는 하는데, 거기서 주는 건 다 목장갑이거든요.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려서 개인 장갑을 챙기는 편이에요. 그리고 안전화도 구비되어 있기는 한데 냄새도 많이 나고 제 사이즈에 맞지도 않아서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따로 신을 신발을 챙겨가는 편이에요.
Q : 일하면서 먼지도 많이 마시고 땀도 많이 흘릴 것 같아요.
A : 맞아요. 물류센터들이 다 창문이 없고, 습한 곳이 많아요. 공기 순환도 잘 안 되고요.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곳이에요. 그래서 일하면서 땀도 많이 나고 먼지도 많이 묻어요. 박스 가루 날리는 것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요.
Q :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을까요?
A : 예전에 일했던 곳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요. 제가 체격이 조금 있다 보니까 무거운 것들을 많이 옮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래서 저한테 무거운 걸 많이 시키기도 했고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분이 제가 일을 못한다고 때린 적도 있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어깨 쪽을 손으로 밀치듯 때렸어요. 꿀밤을 맞은 적도 있고요. 정말 불쾌했었어요. 또 다른 곳에서는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는데 쉬는 시간도 안 주고 1시간 동안 화장실을 못 가게 한 적도 있어요.
Q : 문제제기를 하거나 신고를 해보지는 않으셨나요?
A : 해봤죠. 사실 여러 사건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직장 동료한테 말해서 조를 바꾼 적도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때린 것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만 다른 조로 보내주고 말았어요.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 문제가 있을 때는 그냥 말을 안 했어요. 일 하다가 잘릴 것 같아서 말 못 하겠더라고요. 큰 회사가 아니면 말해도 대처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문제제기를 해도 변하는 게 없어요. 저는 말단 직원인데 제 말보다는 상사의 말을 더 잘 듣는 거죠.
Q : 요새는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A :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새벽에는 운동을 가고, 다녀와서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제 전공 자격증도 공부하고 있고요. 가족들이랑 시간도 보내고, 산책도 하고요. 저는 일을 하면서 공부할 때 능률이 잘 오르는 편인데, 지금은 일을 안 하고 있으니까 일 할 때보다 덜 효율적인 것 같아요.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 : 일을 한다는 건, 사용자가 저 같은 노동자를 고용한 거잖아요. 그러면 일 하는 사람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고용한 사람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지금 사람이 필요하니까 고용했는데 안 맞는다고 해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사람을 알려면 최소한 2년은 같이 일을 해봐야 되는데 1-2달 잠깐 보고 안 맞는다고 판단하고 자르는 거죠. 그러니까 아무나 할 수 있는 업무 중심으로 일을 시키는 것 같아요. 그런 데서 자괴감을 느끼죠.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