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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유니온 Nov 09. 2021

초단시간 아르바이트와 코로나19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부당한 경험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직장을 잃은 직장인, 거리두기로 인해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까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견디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매출이 줄어든 사업장은 가장 먼저 사람을 줄이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일 것이고, 그것은 결국 일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1주에 15시간을 일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코로나19와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려는 현상이 합쳐진 이유로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대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22살 청년입니다. 


Q :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A : 현재 카페 2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월요일과 화요일은 12시간 일하고, 수요일, 목요일은 14시간 30분 정도 일하고 있어요. 둘 다 같은 브랜드 카페예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어요. 


Q : 코로나19 이후에 배달 주문도 많아졌을 것 같아요. 

A : 맞아요. 코로나 전에는 매장 주문만 처리하면 됐는데 지금은 배달 주문이 많아져서 둘 다 바빠졌어요. 배달은 주문이 오면 배달 기사님 하고 연결해드려야 하는데, 홀이 너무 바쁘면 배달을 놓치거나 기사님이 안 잡히기도 해요. 그러면 예정 시간보다 10분에서 20분이 늦어지는 경우가 생기고요. 그러면 손님들한테 전화가 와요. 안 그래도 바쁜데 전화도 해야 되고 고객 응대도 해야 되고 정신이 없죠.


Q : 12시간, 14시간씩 일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 저는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걸 선호해요. 그런데 15시간이 넘어가면 보험도 들어야 하고, 주휴수당 같은 것도 줘야 하니까 아무래도 사업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경제도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 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초단시간 계약을 많이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Q : 2개의 아르바이트로 소득은 충분하신가요?

A : 지금 생활비로는 충분한데요. 코로나가 심해져서 근로시간이 줄어들거나, 2학기 때 대면 수업을 하게 돼서 일을 줄여야 되면 생활비가 빠듯해질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아르바이트를 3개 했었는데 한 곳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많이 해도 2개를 유지할 것 같아요. 


Q : 코로나 전에는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을 하셨나요?

A : 다 15시간 안쪽이었어요. 제일 먼저 했던 아르바이트는 15시간이 넘었는데, 매일 매주 15시간이 넘는 게 아니라 어떨 때는 15시간 미만이고, 또 다른 주에는 15시간이 넘었던 것 같아요. 


                        

Q : 주변에는 초단시간 노동을 하는 분들이 있을까요?

A : 예전에 일했던 레스토랑에 있는 지인이 15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도 15시간 일한 걸로는 소득이 부족하니까 일을 3개나 하고 있어요. 평일 오전, 오후 하고 주말 이렇게 나눠서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코로나 이후에 일자리들이 시간도 줄이고 많이 안 뽑으니까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5시간 일했던 게 4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생활비에 지장이 있었어요. 


Q : 코로나 때문에 학교생활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A : 수업은 비대면으로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학교를 나갈 때는 조별과제도 많이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관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비대면으로 바뀌고 후배들은 과 동기들이나 친구들 얼굴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대면 강의나 출석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랑 어떻게 지내야 될지 고민된다고 하더라고요. 


Q : 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A : 카페 아르바이트할 때 저는 음료를 더 드리고 싶어서 많이 드렸는데 넘쳐가지고 컴플레인이 들어온 적도 있었어요. 고깃집에서 일할 때는 술 취한 분이 와서 저한테 욕을 하거나 치근덕대는 일도 있었어요. 잘 말씀드렸는데도 안 가셔서 경찰을 부른 적도 있고요. 


Q : 코로나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된 경우도 있었나요?

A : 그럼요. 일을 마치고 집에 왔어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다음 주까지 영업하고 가게 문 닫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사장님한테 연락해서 여쭤보니까 저한테 말한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처음 들었고, 바로 다음 주에 일을 못하게 되면 다음 알바를 어떻게 구해야 되나 막막했어요. 그리고 다른 일정도 다 짜여 있는 상태여서 새로 일 구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거든요. 


Q : 또 다른 사례도 있을까요?

A : 다른 곳에서는 2020년 4월 즈음에 사장님이 저한테 한 달 정도만 쉬라는 거예요. 코로나 때문에 가게 운영이 어려우니까 쉬라고 하더라고요.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을 줄여야 되니까 한 달 쉬었는데, 한 달만 더 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두 달 쉬다가 결국에는 그만뒀어요. 쉬는 기간 동안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갑자기 나오라고 했거든요. 갑자기 부르면 또 다른 시간을 조정해야 되니까 그만두게 됐죠.


Q : 코로나 때문에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있을까요?

A :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불안정한 요소는 사람들을 못 만나고 혼자 있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혼자 있다는 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감을 주더라고요. 친했던 친구들도 1년 넘게 못 만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불안정하다고 느껴요. 


Q : 그 외에 다른 것에서 오는 불안함도 있을까요?

A :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진로라고 생각해요. 이 진로를 선택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싶고요. 선택했을 때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적응할 수 있을지 생각도 해보고요. 진로를 선택한 후에 바꾸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나도 바꾸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나는 어떡하지? 늦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죠. 



Q : 청소년 관련 진로에 대한 전망은 어때요?

A :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니까 청소년센터는 거의 문을 열지 않거나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 제가 취업할 수 있는 자리는 조금 적지 않을까 싶어요. 졸업한 이후에 1년 정도 더 공부를 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보면 20대 후반에는 조금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 앞으로 진로에 대해 생각하신 게 있을까요?

A : 제가 청소년 쪽 전공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 상담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쪽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어요. 상담 쪽도 직접 상담을 하는 사람도 있고,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사람도 있고, 연결을 해주는 사람도 있거든요. 저는 실습해보면서 상담을 연결해주고 그것들을 문서화하는 것도 좋더라고요. 


Q : 현재까지 일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을까요?

A : 제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는 임금이나 계약 이런 것들에 대해 배운 적이 없어요. 학교 폭력이나 성폭력과 관련한 주제들은 배웠는데 노동법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었어요. 20살이 돼서 아르바이트를 처음 하는데, 저한테 주휴수당을 안 준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말인 줄 알았어요. 이런 교육을 먼저 받았으면 부당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것 같아요. 


Q :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A :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인데요. 일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 같으면 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르바이트나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니까 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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