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로 산다는 것
우리가 명절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악의 없는 비교의 말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비교 대상은 틀에 갇힌 삶의 방식일 것이다. ‘대학교 졸업했으니까 이제 취업하겠네’, ‘너는 군대도 안 다녀온 애가 왜 대학교 졸업도 못 했어’, ‘20대 후반이면 직장에서 자리 잡을 때 됐지’, ‘집은 전세지? 이제 집 하나는 있을 나이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를, 대학교 다음은 취업을, 취업 이후엔 결혼을 해야 하는 전형적인 삶의 방식보다 나를 알아갈 수 있는 삶을 원하는 청년들이 있다. 안정적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길을 찾아 살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저는 관악구에 살면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Q : 프리랜서 작가는 어떤 일을 하나요?
A : 이 시장 자체가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에게 외주를 받아서 하는 일인데요. 자기만의 소설을 갖고 싶은 사람이 의뢰를 하면 제가 제 문체와 스토리를 가지고 글을 써드려요. 어떤 분은 시를 써달라고 하시고, 어떤 분은 에세이를 써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양한 장르의 글을 돈을 받으며 쓰고 있어요.
Q : 작업 기간과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요.
A : 너무 상이해요. 평균을 내기가 어려워요. 어떤 글을 신청하는지에 따라 작업 기간이 달라져요. 그리고 어떤 시기에는 의뢰가 정말 많이 들어와요. 그럴 때는 작업 기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하고요. 의뢰에 따라 대금도 달라지고요. 그래서 어떤 달은 몇 백만 원 들어오기도 하고, 의뢰가 없을 때는 몇 십만 원밖에 못 안 들어올 때도 있어요. 편차가 큰 편이에요.
Q : 프리랜서 작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A :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했어요.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도 있지만 즐거운 일을 하고 싶었어요. 즐겁게 할 수 있으면서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알게 됐어요. 그동안 글을 쓰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접하게 된 것 같아요.
Q : 작업은 주로 어디서 하세요?
A : 코로나19가 지속되기 전에는 카페에 가서 쓰기도 하고, 때에 따라 달랐어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는 집에서 하는 편이에요. 집에서 일하다 보니까 몇 걸음 걸어가면 작업실이고, 몇 걸음 걸어가면 휴식하는 공간이고, 공간 분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불편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작업 환경을 분리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되더라고요.
Q : 글을 쓰는 것에 흥미를 갖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A : 흥미를 가지게 된 건 어릴 때부터 책을 엄청 좋아했어요. 자질 검사 같은 것을 했을 때도 다른 건 다 낮게 나와도 언어만 높게 나오더라고요. 글 쓰는 게 항상 즐거웠어요. 일기나 논술처럼 말하고 글 쓰는 걸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어떤 분이 쓴 글을 보고 감명받아서 나도 저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Q : 처음부터 글을 쓰는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셨나요?
A : 그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때 유학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입학 허가까지 다 받았는데 가정형편이 기울면서 물거품이 됐어요. 한국 입시를 준비하지 않았던 터라 당장 지원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지 않으면 안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3년 쉬다가 그래도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온라인으로 다니는 학교에 문예창작과를 등록했어요.
Q : 2-3년 쉬는 동안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A : 암흑기였어요. 쉬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저 스스로를 의심했어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생산적인 활동을 했던 것 같지 않아요.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렇게 지내면 안 될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죠.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당시에는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에요. 괜찮아요.
Q : 당시에 필요했던 도움이나 제도가 있었을까요?
A : 사회적인 인식이 부담될 때가 많았어요. 제 나이대면 대학교 졸업하거나 3학년이었을 땐데 사람들이 저한테 왜 대학도 안 나왔냐고 물어보는 거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가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들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덜 무기력한 시기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Q : 여러 가지 일을 하셨을 것 같아요.
A : 주로 카페에서 많이 일했어요. 그런데 서비스직이 저한테 잘 안 맞아서 짧게 하다 그만둔 편이에요. 한 번은 방탈출 카페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요. 같이 일하는 매니저가 저한테 소리를 지르고 욕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제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작은 실수를 했거든요. 손님들 앞에서 저한테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돈을 벌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후로는 아르바이트는 환멸을 느꼈어요.
Q :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대금과 관련한 문제는 없었나요?
A : 저는 시장 단가에 비해서 비싸게 받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80%는 만족해요. 그런데 시장 전반적으로 낮은 단가를 책정하고 있어서 20%는 불만족하죠. 시장에서 단가를 너무 낮게 책정해두니까 저한테 왜 이렇게 비싸게 받고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대금 체불을 겪고 싶지 않아서 선불로 받고 있어요. 돈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어요.
Q : 클라이언트와의 갈등이나 문제를 겪기도 했을 것 같아요.
A : 맞아요.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최근에 소통을 담당해주실 매니저님을 고용했어요. 글을 의뢰하는 건 매니저님께 신청을 받고, 저는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했어요. 정확한 계약 형식은 아닌데 일을 나눠야 제가 덜 피곤할 것 같더라고요.
Q : 일을 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A : 저를 찾아주셨다는 것부터가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저처럼 글 작가를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도 저를 찾아주신 거잖아요. 제 작업물을 받고 만족해하실 때 그때가 가장 보람차죠.
Q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세요?
A : 공부를 계속하려고 해요. 대학교 편입이나 대학원 진학까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확실히 정한 것은 아니지만 고려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앞으로 더 고민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이민을 생각하기도 하고요.
Q : 일이나 노동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A : 직업, 그러니까 업이라는 것과 업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지속 가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형태로 일을 하던 내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내가 ‘나’ 일 수 있는 직업이 중요해요. 거기에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더 좋겠고, 즐겁지 않더라도 지속 가능한 '무언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 : 청년이라는 범주가 되게 넓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청년은 20대, 30대로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특정 나이에는 꼭 해야 되는 것들을 설정해놓잖아요. 예를 들면 20대 초반에는 대학교를 다녀야 되고, 20대 중후반에는 취업을 해야 하고, 30대 초반에는 집을 사야 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정해진 것들이 있잖아요. 이런 시선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