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넘치는 아들은 뭔가를 들고 옵니다.
둘째이자 막내인 아들은 기숙사에 살고 있으며 2~3주에 한 번 집에 온다.
인정이 많아서인지 예의가 있어서인지 절대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다.
어제도 그랬다.
오랜만에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뭔가 한가득 들고 있었다.
잔뜩 쉰 목소리와 열이 오른 붉은 얼굴.... 그리고 덤으로 기침까지......
지난달 독감 백신을 분명히 맞았다.
남편과 나는 독감 백신을 맞지 않았고 감기 기운도 전혀 없는 우리 집은 청정 지역이었다.
올겨울 처음으로 우리 집 보일러는 시작과 동시에 풀가동 되었다.
A형 독감 확진이라는 소식과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수액에 해열제까지 넣으면 19만 원인데 하시겠어요?"
"네? 얼마라고요?"
효과는 빠르지만, 마음이 쉽게 열리진 않는 금액이었다.
결국 엉덩이 주사와 약만 처방받기로 했다.
그는
피가 들끓고 있는 10대 남자다.
늘 계절 상관없이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다니며 입에는 아이스를 달고 다닌다.
손 씻기를 아주 귀찮아하고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물병을 공유를 한다
매번 아침저녁으로 날씨와 온도를 알려주며 건강을 챙기라는 부모의 메시지를 가볍게 흘린다.
더운 여름날엔 보기도 답답한 점퍼를 껴입고 나가고,
추운 겨울엔 얇은 셔츠만 걸치고 돌아다닌다.
그는
봄에는 겨울 동안 세탁하지 않고 처박아둔 두꺼운 옷들,
여름에는 꼬질꼬질하고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운동화들,
가을에는 여름에 싸다고 충동구매해 결국엔 한 철로 생명을 끝낸 옷더미,
겨울에는 어김없이 감기를 들고 와서는 콕찝어 나에게만 전달한다. 그러고는 팔팔한 저는 하루 이틀 아프면 끝나지만 난 일주일 이상을 끙끙 앓는다.
역시나 오늘 아침부터 목이 아프고 몸도 추워지기 시작한다.
어릴 적에는 감기에 걸려도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어서 내가 옮았다지만
아들이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어도,
이상하게도 그의 체온과 기침은 내 몸속 어딘가를 반드시 찾아온다.
그가 오기 전까지 나에게는 아무런 증상도 없었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말이다.
언제나 정이 많고 사랑이 넘치는 녀석.
굳이 나에게 독감 같은 건 주지 않아도 되겠건만 일부러 버스 타고 와서 선물처럼 전해준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대체 언제까지 이 아이의 독감까지 함께해야 할까.
그러다 또 웃음이 나온다.
그래, 넌 언제나 인정 많고 사랑이 넘치는 아들이었지.
독감도 꼭 엄마랑 같이 하자고......
화이트 데이도, 빼빼로 데이도 심지어 어버이날도 빈 손이면서
12월에 꼭 독감을 선물하는 너........
참 너답다.
참 우리 아들답다.